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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츠시는 금속활자와 활판인쇄술을 고안한 구텐베르크의 도시. 요한네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으로 인쇄술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온 유럽은 그가 찍어낸 구텐베르크 성경을 전 독일과 유럽에 보급하게 되어 기독교의 급속한 성장을 가져오게 되었고 종교개혁의 발판을 놓게 되었다.

마인츠 시내중심지에는 라인강변 근처에 우뚝 자리잡은 천년이상의 역사를 가진 마인츠 Dom (대성당) 이 그 위엄을 자랑하고 있고, 그 대성당이 마주보이는 곳에 위치한 구텐베르크 박물관은 세계 각곳에서 찾아오는 관광객과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로 자주 붐비는 세계적인 박물관이다. 지난 6월 17일부터 19일, 이 역사적인 구텐베르크 박물관에서 한글을 가르치며 한글로 독일인들과 학생들에게 붓글씨를 써보이는 한글서예 소개행사가 사흘동안 열렸다.

구텐베르크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서 한국의 인쇄술과 한국서적들이 전시되어 있는 한국관이 있는 2층 계단으로 올라가려는데 한 프랑스 남학생이 손에 붓글씨가 적힌 종이를 들고 내려온다. "세바스티안“ 이라는 붓글씨가 씌어져 있다. 프랑스에서 수학여행을 온 6학년 학생이란다. 자기이름을 한글 붓글씨로 쓴 종이를 전동락 서예가로부터 선물로 받고 내려오는 것이었다. 한국관 앞에는 벌써 독일 프랑켄탈 근처의 Hessheim 초등학교 4학년 20여 명의 학생들이 줄을 서서 자기이름을 붓글씨로 써달라고 줄지어 서있었다. "유디트“ 라고 하는 여학생은 아예 자기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름까지 한글 붓글씨로 써달라고 이름이 적힌 쪽지를 내밀고 기다리고 있었다. 독일에 살고 있는 교민들 뿐 아니라 독일인들에게도 한글 붓글씨를 써보이며 한글의 아름다움과 붓글씨의 멋스러움을 알리고 있는 전동락 서예가를 만나보았다.



유로저널 : 안녕하세요? 서예강사로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데 언제부터 서예를 시작하셨습니까?

전동락 : 어릴 때 할아버지에게서 서예를 배웠어요. 제 고향이 경북 예천인데 하회마을과 아주 가까왔지요. 유생들이 많이 살던 곳이고 저희 집안에도 한문에 상당한 식견을 가지신 어른들이 계셨습니다. 제가 네 살, 다섯 살되던 때에 할아버지에게서 붓잡는 법과 앉는 자세를 시작하여 붓글씨 쓰기를 배웠습니다. 그러다가 여섯 살부터 열두 살 때까지 방과 후에 한문을 배웠지요. 대구로 이사한 후에 중,고등학교 시절에 대구 문화원에서 주최하였던 대구 학생서예대회에서 최우수상을 타기도 하였습니다.


유로저널: 서예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전동락: 서예는 문자를 아름답게 형상화하는 예술입니다. 자기 내면과 문자와의 조형공간예술로서 기초만 배워놓으면 혼자서 할 수 있습니다. 기초기간으로 일년을 배우면 혼자 책을 보며 연습할 수 있지요. 서예이론은 서너 시간 정도로 붓잡는 법과 붓의 종류, 종이, 벼루관리법 등을 배우게 됩니다.


유로저널 : 독일에 오신 동기에 대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전동락 : 저는 고등학교를 대구에서 졸업하고 창공을 나르는 파일러트가 되고자 하는 꿈을 안고 당시 진해에 있던 공군사관학교 10기생으로 입학했지요. 그런데 재학중 생도 신원재조사때 친척중 월북한 사람이 있었다고 국가보안법에 적용되어 퇴교명령을 받게 되었어요. 일반대학 법과에 편입했었지만 졸업 후 진로가 암담하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해외에 나가 돈도 벌고 공부도 하려고 1965년에 광부로 지망하였지요. 그런데 어려운 육체노동인 광산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었고 마치 생지옥과 같았습니다. 하늘을 동경했던 푸른 꿈을 가지며 살았는데 반대로 지하 800 m 에 들어가 두더지같은 노동자로 전락하였을 때, 그 때의 심경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절망감으로 잠이 오지 않을 때가 많았지요. 독일에 올 때 가지고 온 붓과 벼루를 앞에 놓고 간간이 붓글씨를 쓰며 마음을 달래곤 했습니다.


유로저널 : 광부 계약기간이 끝나고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전동락: 광부로 3년 계약기간을 마치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려고 하였는데 마침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던 선배로부터 컴퓨터를 공부하는 것이 앞으로 유망할 것이라는 권유를 받고 프랑크푸르트의 Control Data 컴퓨터 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IBM에서 실습을 마친 후에 마인츠대학 전산실에서 전자계산기 기사로 1974년부터 2004년까지 30년간 근무하였지요.


유로저널: 독일에서 언제부터 서예를 가르치기 시작하셨습니까?

전동락 : 제가 마인츠 대학에 근무하고 있을 때, 마침 마인츠대학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강의하고 있던 최낙구 선생이 제게 마인츠 대학생들에게 서예를 가르치면 어떻겠냐고 제의를 하여 그 당시 86년에 독일 대학생들에게 한글서예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독일에서 처음으로 서예를 가르치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때 독일 대학생들은 붓글씨 뿐 아니라 묵화그리기, 매화, 난초를 그리는 과정까지 진척될 정도로 열성이 대단하였지요.


유로저널 : 현재 교민들을 대상으로 서예를 가르치고 계신데 언제부터 시작하셨는지요?

전동락: 2003년 12월에 프랑크푸르트에 한국문화회관이 개관되어 교민들을 위한 여러 강좌가 열렸는데 그 중에 서예강좌가 열리게 되어 강사를 맡게 되었어요.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기초반을 가르치고 있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중급반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마인츠 한독친목회관에서는 작년 봄부터 매주 화요일 10시-12시에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 현재 수강생들은 몇 명이나 됩니까?

전동락: 프랑크푸르트에서는 기초반 7명, 중급반 7명 정도되고 마인츠에도 7명이 꾸준히 배우고 있습니다. 수강생들의 90%가 정년퇴직한 교민들이고 그 외에 상사 가족이나 유학생 가족들도 있습니다. 이 분들은 지난 해 9월 Mainz-Kastel 문화의 날에 맞추어 한독친목회관에서 일주일간 서예 전시회도 열었습니다. 일년에 세 코스로 서예강습을 하고 있는데 한 코스가 10회입니다. 1회에 2시간씩 10회면 20시간, 세 코스에 60시간을 배우면 한글 정자를 배울 수 있습니다.


유로저널 : 지난 주에 열린 구텐베르크 박물관에서의 행사에 대해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전동락: 6월 17일부터 19일 사흘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박물관 주최로 한글문자에 대한 소개와 한글서예소개 행사가 열렸습니다.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와 한글소개는 마인츠 무궁화한글학교 교사인 한희수 선생님과 전 재독한글학교장협의회 문정균 부회장이 맡아 하시고, 저는 한글서예 소개와 한글 궁체, 정자, 반흘림체, 진흘림체, 서간체 봉서 등 한글 5체를 붓글씨로 써서 보여주는 휘호 분야를 맡아서 진행하였습니다.


유로저널: 붓글씨 행사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들었는데요.

전동락: 수백명의 독일 학생들이 와서 한글 붓글씨 쓰는 것을 보고, 라틴어도 아니며 아랍어도 아니고 중국어도 아닌 새로운 문자인 한글을 처음으로 보고 호기심을 가지며 많은 관심을 보였어요. 그리고 방에 붙여 놓겠다고 자기 이름이나 친구 이름을 써달라고 하였어요. 학교 선생님들은 학교 복도에 걸어놓겠다고 한글로 그들의 학교이름이나 "정의“, "평화“ 등 원하는 글자들을 써달라고 부탁하기도 하였지요.

세계적으로 우수한 글자인 우리 한글이 독일 사람들의 방에 걸려있고 또 학교 복도에 걸려있다는 것은 우리 한글을 세계에 알리는 길이 아니겠어요? 수백장씩 한글을 붓글씨로 써주며 참 흐뭇하였고 큰 보람을 느꼈지요.


유로저널: 서예를 함으로써 좋은 장점이 있다면 소개해주시지요.

전동락: 서예를 하면 여러가지 잡념을 물리치고 집중력을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치매와 손떨림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어서 예방의학의 한 방편으로도 도움이 되지요. 일반인들 뿐 아니라 양로원이나 요양원 등 한국에서는 서예붐이 일어나고 있는데 재외교민사회에서는 아직 서예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유로저널: 서예를 가르치시면서 보람을 느끼시는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전동락 : 서예강습을 배우고 계신 분들은 대부분 정년퇴직한 교민들입니다. 이 분들은 거의 이십대에 독일에 와서 결혼하고 자녀를 양육, 교육시키고 직장생활하느라 책 한권 제대로 읽을 여유없이 바쁘게 살아오신 분들이지요. 이 분들이 막상 정년퇴직하게 되면 마음이 허전하고 그 동안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당황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 분들에게 서예를 배움으로써 정신적인 위로를 얻고 좋은 취미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이 저의 목적입니다.

서예를 배우신 분들이 서예를 통해 불안이나 고민, 잡념을 이기고 좋은 취미를 배우게 되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고 인사를 해오실 때,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나누어주고 가르치는데 대한 보람을 느낍니다. 저는 서예 뿐 아니라 서예특강도 곁들여 하고 있는데 지난 번에는 추사 김정희 선생님에 관한 특강을 두 시간에 걸쳐 했습니다. 김정희 선생에 대한 자료를 찾는데 참고도서들을 찾고 한국역사학회에 문의하는 등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렸지요.


유로저널 :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전동락: 그 동안 정년퇴직한 교민들을 대상으로 서예강습을 해왔는데 앞으로 유학생들이나 직장인, 또 2세들을 위해 여름방학 등을 이용하여 한글서예 여름집중무료강좌를 개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재독한글학교에서 학생들이 서예를 배운다면 미술과 디자인 분야 등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독일에서 2세들과 많은 교민들이 동양화나 서예를 공부하여 서예가 독일 교민사회에서 중요한 문화예술로 자리매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동락 서예가는 지난 2005년 10월에 ?한국“ 이 주빈국이었던 프랑크푸르트 세계도서박람회 기간 중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방문객들 앞에서 한글 서예반 학생들과 함께 붓글씨를 선보이기도 하였다. 앞으로 자신의 여력이 닿는대로 2세들과 교민들에게 한글 붓글씨를 가르치고자 자료를 준비하고 연구하느라 밤 12시 이전에는 취침하지 않는다고 하는 전동락 서예가에게서 우리나라의 곧은 선비의 모습과 함께, 비록 보안법에 의해 파일러트가 아닌 한 외국인 여객으로서 비행기를 타고 멀리 독일까지 오게 되었지만, 지난 40년이 넘도록 유럽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독일에서 한글과 모국인 한국을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는 진정한 애국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유로저널 독일지사)
유한나 기자 hanna21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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