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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안녕하세요! 이렇게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언제, 어떤 계기로 영국에 오게 되셨는지부터 시작해 볼까요?

정석진: 네,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저는 1985년도에 이스라엘로 유학을 오면서 유럽과의 인연을 맺었습니다. 당시 막연히 해외에 나가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마침 저희 형님께서 이스라엘의 히브리대학에서 석사 중이어서, 형님의 주선으로 장학금을 지원 받을 수 있었기에 이스라엘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히브리어를 배우기가 여간 어렵지 않더군요. 그래서 1년 반 가량 이스라엘에 머물다가, 영어나 공부하자는 생각으로 1987년 1월에 영국으로 왔습니다. 벌써 20년이 넘는 세월을 영국에서 보냈네요. 처음에는 다들 그렇듯 랭귀지스쿨을 다니고 이것 저것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제 아내를 만나서 1990년도에 결혼에 골인하고 지금까지 영국에 머물게 된 것이지요. 여행업은 1991년도부터 시작했습니다. 저는 주로 한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여행업 용어로 인바운드 업무를 했습니다. 1995년도에 처남과 지금의 ‘한’레스토랑 자리에서 ‘비원’이라는 식당을 운영한 적도 있었으나, 2년 간 운영하다가 처남에게 넘기고 저는 다시 여행업으로 돌아왔습니다. 여행 자유화가 본격화된 1996, 1997년도에는 호황기를 맞이하기도 했으나, IMF시절에 많은 여행사들이 부도가 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습니다.

유로저널: 그렇게 여행업에 종사하시다가 하나투어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는지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행사인 만큼, 하나투어와 함께 일하려는 경쟁자들이 유럽 및 영국에도 상당히 많았을 것 같은데요.

정석진: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업체들이 하나투어와 거래하려고 시도를 했습니다만, 저는 제가 하나투어를 택했다기 보다는, 하나투어에 있는 유럽사업부 담당자가 예전 저와 거래하던 씨에프랑스에 있던 직원이어서, 그 인연으로 제게 지사장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2003년 10월에 톨워스(Tolworth)에 유럽센터 오피스를 오픈하게 되었고, 2005년도에 뉴몰든으로 이전해 왔습니다. 벌써 하나투어와 6년 째 함께하고 있네요.

유로저널: 이번에 새롭게 뉴몰든 하이스트릿에 자리잡은 곳이 기존에 대영여행사 자리였는데, 아무래도 조금 좋지 못한 모습으로 대영여행사가 퇴장했기에, 이 자리로 들어오시면서 그에 대한 우려는 전혀 없으셨나요?

정석진: 사실, 특별한 부담이 없었던 게, 대영 여행사는 저희와 같은 전문 여행업으로 비즈니스를 하다가 실패해서 불미스럽게 퇴장한 게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하나투어가 최근 해외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유치하는 아웃바운드 업무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앞으로 현지 여행사들을 초청해서 설명회도 해야 하고, 한국 고객만 모시는 게 아닌만큼 현지인들도 상대해야 하니, 보다 접근성이 쉬운 하이스트릿의 자리가 필요했는데, 마침 이 자리가 나왔던 것이지요. 비록 같은 자리의 기존 세입자가 관련 업계의 업체였고, 좋은 모습으로 퇴장하지 못한 부분은 안타깝습니다만, 그래서 저희 하나투어가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한국분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얼마든지 찾아와서 상담할 수 있는, 그런 글로벌한 여행사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유로저널: 현재 상당히 많은 여행 업체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만, 하나투어만의 강점이 있다면?

정석진: 현재 한국에만 여행사가 약 6천 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나투어의 강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일단 여행업, 여행사의 배경 지식을 조금 설명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은 1990년대 초까지 여행업체 중 도매상(wholesaler)이 거의 없었고, 대부분이 직판 소매상(retailer)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직판 소매상은 여행사 스스로 여행 상품을 만들어서 직접 광고를 통해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도매상은 말 그대로 여행 상품을 전문적으로 개발, 운영하고, 여행 상품의 판매는 대리점이나 아웃소싱(외주)를 통해 고객에게 간접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우에는 이 같은 도매상이 전문 여행 상품을 만들고, 소매상 여행사들은 이들로부터 커미션을 받고 도매상의 상품을 대행으로 판매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즉, 여행사가 여행 상품도 개발하면서 직접 그것을 판매하는 직판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같은 도매상이 매우 드물었던 것이지요. 현재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도매상은 하나투어, 모두투어, 오케이투어, 이렇게 세 곳입니다.

유로저널: 저를 포함하여 일반인들은 보통 여행사라고 하면 단순히 항공권을 판매하거나 여행 상품을 알선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그렇다면 하나투어는 도매상인 만큼, 직접 고객들에게 여행 상품을 파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여행 상품을 개발하는 일에 주력하겠군요.

정석진: 그렇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앞서 제게 물어보신 하나투어의 강점이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저희들의 고객은 여행객, 관광객이 아닙니다. 저희의 여행 상품을 대행해서 고객에게 판매해줄 여행사들이 저희와 일차적으로 만나는 고객인 셈입니다. 따라서, 여행에 있어서는 전문가인 이들 소매상 여행사들을 매료시킬, 말 그대로 선수용 상품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여행 상품의 퀄리티가 그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저희는 가령 제 지인이 하나투어 여행 상품을 이용하고 싶다고 해도, 그것을 제가 직접 판매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저희와 계약이 되어있는 대리점, 소매상을 통해서만 판매가 이루어지도록, 이 룰을 철저히 준수하여 여행사들과 신뢰 관계를 탄탄하게 구축한 것이지요. 하나투어의 또 다른 강점은 여행 상품에서 고객에서 약속한 부분이 지켜지지 않거나 뜻하지 않은 사고 발생 시, 이에 대한 처리가 확실하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하는 가장 큰 일들 중 하나도 여행객의 문제 발생 시, 이를 수습하는 것입니다. 소매상은 여행 상품 판매만 대행할 뿐, 본사 차원에서 저희가 책임져야 하는 일들을 처리하는 것이지요. 그 외에도 해외 현지 가이드 네트워킹이 탄탄해서 베테랑 가이드들이 제공되고 있으며, 본사에서 파견 나오는 인솔자들도 유럽 출장 100회 이상 되는 최고 경험자들로 구성되는 만큼, 서비스 만큼은 최상의 수준을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유로저널: 요즘 하나투어의 여행 상품 중 국내 일주로 기획된 ‘내 나라 여행 - 한국의 美 와 味’가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한국을 여행하기 위해 방문하는 관광객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거주하는 내국인들에게도 국내 여행 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석진: 네, 말씀하신 것처럼 ‘내 나라 여행’은 미국 교민들의 한국 일주 등 해외에서 한국을 찾는 분들을 위해 기획되었는데, 의외로 한국에 계신 한국인들에게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국내 여행이 상당히 발달된 일본의 경우는 국내 일주 상품이 잘 발달되어 있으나, 아직 우리 나라에는 이 같은 제대로 된 국내 일주 상품이 드물었던 탓입니다. 500파운드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6박 7일간 전주, 목포, 보성, 부산, 울산, 경주, 대구, 안동, 정선, 강릉, 속초 등 국내 주요 관광지를 다니면서 전 지역 특1급 호텔 숙소 제공 및 각 지역 별미식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대형 전용버스를 이용하며, 전지역 입장료, 체험료, 여행자보험, 심지어 기사, 가이드 팁까지 모두 포함된 가격이며 항공권만 별도로 구입하시면 됩니다. 혹시 출신 지역이 포함되어 있어서 굳이 전국 일주가 필요하지 않으신 분은 동부권과 서부권으로, 각 3박 4일로 나누어진 상품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원래 해외에서 한국을 찾는 분들을 위해 기획된 상품인 만큼, 영어 통역자가 배치되며, 영어 외 기타 외국어 요청 시에는 이 역시 해당 언어 요청 고객이 2인 이상일 경우 배치됩니다. 한국을 방문해서 단순히 서울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구석 구석을 최상급의 서비스와 함께 한국 일주를 원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적극 추천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합니다.

유로저널: 한국을 여행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현황은 어떠한가요?

정석진: 안타깝게도 아직은 한국만을 여행하려는 외국인은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한국은 아직 해외 여행지로서의 메리트가 부족합니다. 그러나, 일본이나 중국만을 여행하려는 해외 관광객은 많습니다. 따라서, 한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을 연계하는 여행 상품을 개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하나투어도 일본과 중국 지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를 추진 중에 있습니다. 매년 개최되는 세계 여행 박람회(World Travel Market) 등 주요 여행, 관광 박람회에 가보면, 한국이라는 국가 홍보는 하는데 아직 외국인들을 매료시킬 만한 한국 여행 상품이 없습니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의 여행, 관광 개념을 잘 이용해야 합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유명한 볼거리, 명승지가 있는 곳만을 관광지로 여기는데, 유럽인들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령, 스킨스쿠버, 하이킹, 산행, 음식 문화 탐방 등의 다양한 테마 상품들이 이들의 한국행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이 위치 상으로는 호주, 뉴질랜드로 가는 길의 경유지로 안성맞춤입니다. 따라서, 한국 항공기를 타면 반드시 한국을 거치도록, 경유지로서의 메리트를 이용하여 외국인들이 한 번이라도 더 한국 땅을 밟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도 필요합니다. 말레이지아 같은 경우가 바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이 같은 경유지로서 각광을 받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결국 이는 외화벌이로 연결될 것입니다.

유로저널: 이 일을 하시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이 있다면?

정석진: 저로서는 어려운 점이 한국의 여행 패턴이 급속도로 발전하다 보니, 때로는 그것을 따라가기가 어렵습니다. 한국의 여행 패턴은 패키지-배낭-개별여행으로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으니, 거기에 맞게 대처해야합니다. 또한, 유럽의 물가와 상황을 잘 모르시는 한국 고객분들은 종종 가격대비 이상의 만족도를 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도 고급 시설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동남아 여행에 익숙한 분들은 유럽에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비용을 지불하시는 만큼, 그만큼의 고급 시설과 서비스를 원하시지만, 막상 오셔서 실상이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실망하시고 불평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연히 이 분들도 소중한 고객인 만큼, 이 분들께도 만족을 드리기 위한 고민이 있습니다.

유로저널: 그렇다면 좋은 점은?

정석진: 대부분 주위 분들이 저보고 늘 공짜로 수 많은 곳을 여행해서 좋겠다고 하시는데, 사실 저는 출장이나 답사 등 업무 차 다니는 것이기에 무조건 여행을 다닌다고 보시면 곤란합니다. (웃음) 물론, 유럽에서는 안 가본 곳이 없을 만큼 많은 곳을 다니며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특히, 해외 관광청이 감사 인사를 보내오거나, 고객들의 좋은 피드백을 받을 때는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유로저널: 이제껏 다녀본 최고의 여행지는?

정석진: 너무 많아서 한 곳을 지목하기가 어렵네요. 예전에는 체코 프라하가 참 좋았습니다. 중세와 현대가 공존하는 곳이고, 도보로 이동하며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더군요. 작년에는 크로아티아의 스플릿(Split)이라는 곳에 가봤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유럽 같으면서도 중동의 분위기를 간작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요크, 스카보로를 거쳐 에딘버러로 가는 길에 있는 휘트비(Whitby)라는 곳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인데, 소설 드라큐라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음산한 분위기가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무조건 새로운 곳보다는 갔던 곳도 또 가보시기를 권합니다.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10대에 봤을 때랑, 20대, 30대, 40대에 볼 때랑, 볼 때마다 그 느낌이 참 다르더군요.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갔던 곳을 또 가면 처음 갔을 때와는 다른 느낌과 감동이 있습니다. 그렇게 같은 곳에서도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의 진정한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꿈은?

정석진: 어느 순간 제가 20년이나 여행업을 했으면서, 단순히 직업상 먹고 사는 것으로만 끝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무언가 의미있는 업적이 하나 있어야 하는데, 바로 그것을 유럽 아웃바둔드, 그러니까 유럽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도록 하는 초석을 세우는 것이라고 깨달았습니다. 이들에게 한국을 제대로 알려서 한국을 방문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 동안은 한국에서 유럽을 찾는 분들을 통해 수익을 올렸다면, 이제는 반대로 유럽에서 한국을 찾는 분들을 통해 외화 수익과 함께 한국이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꾸준한 마케팅을 통해 유럽인들에게 ‘한국은 방문해 볼만한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올해 목표는 아무래도 불경기를 고려해 유럽인 3백 명을 한국에 보내고 싶습니다. 2012년까지는 총 3천 명의 유럽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최종적인 꿈은 그렇게 유럽인들의 한국행이 증가해서 언젠가는 한국행 전세 비행기를 띄워보는 것입니다.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좋은 말씀 많이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석진 사장님을 통해 전 유럽에서 한국이 관광 대국으로 명성을 떨치게 되는 그 날을 함께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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