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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섭
-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졸업
- 비언어극 ‘점프’ 출연 및 안무감독, 영국 런던공연 참가
- 연극 ‘벽과창외’, ‘검찰관’, ‘템페스트’ 외 다수 출연
- 2008년도 한중합작 퍼포먼스 ZEN(젠) 안무

이영준  
-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졸업
- 연극 '고래', '시련', '사천의 선인' 외 다수 출연
- 한태숙 연출, 테라야마 슈지 작 '신도쿠마루' 출연
- 단편 영화 '1 or 2', '그곳으로 가는 길' 출연

유로저널: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영국을 방문 중인 두 분 배우들을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너무나 반갑습니다. 그 동안 유로저널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을 만나왔지만, 연극 배우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연극 배우의 세계에 대해 흥미롭고 유익한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우선 언제, 어떤 계기로 연극 배우가 될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 볼까요?

진영섭: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넌센스' 공연을 보고서 무대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길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전에는 소위 말하는 끼도 없었고, 원래는 농구 선수의 꿈을 키웠더랬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키가 안자라서 농구를 그만 두고 방황하던 중 ‘넌센스’를 보게 된 것이지요.

이영준: 저 같은 경우는 이미 제 누나가 연극 배우였습니다. 어느날 누나의 공연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는데, 무대에 선 누나는 평소 제가 알던 제 누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무대에서 다른 인물이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각적으로 다가오고 배우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그러한 계기들을 통해 연극 배우의 길을 결심하셨을 때 부모님들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사실, 대부분의 보편적인 부모님들께서는 연극 배우의 길을 탐탁해 하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진영섭: 아무래도 자녀들이 힘든 삶을 살게 될 것에 대한 염려 때분이시겠지요. 저 또한 부모님께서는 심지어 지금까지도 제가 배우의 길을 걷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계십니다. 연극을 하기로 결심을 했지만, 고등학교 시절에는 그저 의욕과 열정만 있다보니 연극과 대학 입시에서도 한 번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당연히 부모님께서는 완강히 반대하셨고, 결국 가방을 싸들고 집을 나와서 노량진 고시원에서 1년 간 지냈습니다. 낮에는 일을 하면서 생활비를 조달하고, 저녁에는 서울예대 선배들로부터 연극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결국 원하던 대로 서울예대 연극과에 합격했고, 집에서도 학교를 다니라고 허락하시더군요. 저에게는 가장 큰 의미가 있었던 ‘점프’ 초창기 공연을 보시고서도 이제는 연극을 그만 두고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 나중에는 ‘점프’가 국제적인 사랑을 받는 흥행작이 되었지만, 초창기에는 준비기간이 2년이나 소요되었음에도 흥행도 잘 되지 않았고, 몸으로 표현하는 공연이라 고되 보였는지 많이 안타까워 하시더군요.

이영준: 저희 부모님 역시 남자는 안정적으로 밥벌이를 해야 한다고 여기시고, 아직 부모님 세대는 연극을 딴따라라고 여기셔서 제가 연극을 하는 것에 대해 완강히 반대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출연하는 좋은 공연을 통해 아들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을 보여드려서 설득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대학 1년 때 제가 출연한 작품을 보여드렸는데, 보시고서 돈봉투를 주시더군요. 제가 배우로서 어느정도 입지를 굳히고 나면 마음을 놓으시겠죠.

유로저널: 연극 배우로 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진영섭: 일단 현실적으로는 다른 대다수의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경제적인 면이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어려운 것은 배우로서, 안무가로서 매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하는 만큼,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 만큼, 거기서 오는 창작의 고통이 있습니다. 정답이 없는 창작을 한다는 것이 참 어려운 것이지만, 이제는 팔자려니 하면서 (웃음) 그 고통마저도 즐기려 합니다.

이영준: 저 역시 현실적인 면에서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인 면에서는 매 순간 내가 왜 연기를 하느냐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을 구하는 게 참 어렵습니다. 아마 어느 배우도 평생 그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하는 것이겠죠.

유로저널: 그렇다면 연극 배우로 살아가면서 가장 좋은 점은?

진영섭: 당연히 제가 최선을 다한 무대에서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는 순간들입니다. 이것은 배우들에게는 마치 마약과도 같습니다. 한 번 관객의 박수를 받고나면 절대 멈출 수 없는 것이지요. 또, 제 개인적으로는 ‘점프’를 통해 여러 해외 무대에도 서는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해외에서 천 명도 넘는 많은 외국인 관객들이 기립박수로 화답할 때는 정말 희열이 느껴지더군요.

이영준: 배우들에게는 다 같습니다, 관객의 갈채만큼 배우를 행복하게 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무대의 갈채를 화려하게 생각하시는데, 사실 화려한 것만은 아닙니다. 그렇게 박수를 받기까지 겪어야 하는 고통, 박수를 받고도 그 박수를 다시 받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고통, 결국 배우의 최대 과제는 인내하는 것입니다. 비록 고통이 수반되는 과정이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은 배우에게는 최고의 행운입니다. 연극계의 현실이 많이 어려운 한국에서는 더더욱 힘든 일이지요.

유로저널: 이제껏 참여한 작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은?

진영섭: 아무래도 제게는 ‘점프’에서 아버지 역할을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점프’에서는 연기 뿐만 아니라 무술, 안무지도도 했었지요. 공연 하면서 세트가 무너지는 사고가 난 적도 있었고, 또 공연 중간에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해 수술도 하는 등, 정말 많은 고생을 했던 작품인데, 그 만큼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영준: 저는 일본 작품 '신도쿠마루' 한국 공연에서 주인공 신도쿠마루 역을 맡았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일본 작품을 한국에서 공연하기 어려운 연극계의 상황도 그랬고, 일본 원작 공연에서는 우리에게 영화 ‘데쓰노트’ 주인공으로 유명한 후지와라 타츠야가 신도쿠마루 역으로 데뷔하여 유명 배우가 되기도 했던 만큼, 여러모로 부담이 큰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국인이고 이 작품을 한국 스타일로 해야 하니 일부러 일본 원작을 보지 않았습니다. 제가 출연한 한국 공연 당시 일본 관객들도 관람을 했는데, 이들과 공연 후 만났던 것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유로저널: 개인적으로 장르, 동서양, 남녀노소 구분 없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면?

진영섭: 저는 제레미 아이언스를 참 좋아합니다. 그는 보통 냉정한 인물을 많이 연기하는데, 그 냉정함 속에서도 뜨거움을 표현하는 그의 깊이 있는 연기가 참 좋습니다.

이영준: 저는 예전에는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같은 성격파 배우들을 좋아했지만, 이 분들의 연기는 너무 정통적이고 무거운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몽상가들’에 출연했던 마이클 피트 같은 젊은 세대의 배우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진지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가볍게 풀어내는 현 시대 배우들의 새로운 연기 방식입니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는 영화를 볼 때 감독이 누구냐에 중점을 두고 영화를 영화를 봤는데, 요즘에는 역시 배우에 중점을 두고 영화를 보게 됩니다.

유로저널: 연극의 길을 걷게 될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진영섭: 의지를 잃지 말고, 항상 본인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을 쉬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어린 후배들을 보면 배우의 근본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 자꾸 기술적이고 외향적인 것만 연마하려 합니다. 그렇게 졸업을 하고 나서 아무래도 현실적, 경제적 문제에 부딪혀서 다른 일들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다 보면 결국 도태되기도 하고, 또 계속 연기를 하는 친구들도 참여한 작품이 조금만 힘들면 다른 작품으로 옮기길 반복하는 안타까운 모습들도 보게 됩니다.

이영준: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어쩌면 배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내하는 것입니다. 배우의 꿈을 안고 이 길에 들어섰다면, 결코 포기하지 말고 꼭 그 꿈을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로저널: 이미 언급하신 것처럼 배우의 길은 배고픈 길이 되기 쉽습니다. 극소수만이 주인공이 되고 스타가 되는 현실도 냉혹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배우가 된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이, 배우로 살아가는 것이 두려운 적이 있으신지요?

진영섭: 저는 배우가 되면서 상위 몇 %에 속하는 스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랬다면 벌써 포기했을 지도 모르지요. 따라서, 저는 지금 배우로 살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반대로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무조건 주인공이 되고, 스타가 되야만 배우로써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매 순간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무대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는 것, 그것이 배우로서의 의미를 찾는 것이지요.

이영준: 말씀하신 것처럼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때도 있지만, 저 역시 배우가 된 것에 대해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간간히 밀려드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은 저도 아직 모릅니다. 그저 흘러가는 것에 맡기고, 주어진 역할에 제 모든 것을 던지는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무대를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이지요.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꿈이나 계획이 있다면?

진영섭: 런던 웨스트엔드를 보면 어떤 작품들은 정말 오랜 세월동안 장기공연되면서 많은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언젠가 아시아에서 그에 버금가는 공연을 만들고 싶습니다. 안무감독으로서 참여도 하고 싶고요.

이영준: 저는 제게 주어지는 역할이 곧 제가 희망하는 역할이라고 합니다. 즉, 배우로서 모든 역할을 다 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주어진 역할을 통해 무대에서 살아있다는 희열을 느끼는 것이 곧 제가 꾸는 꿈입니다.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좋은 얘기 들려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훗날 좋은 무대를 통해 또 만나뵐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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