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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일 있었던 뉴몰든 아트 페스티벌의 공연 무대인 Summer Breeze에서, 그리고 지난 주 8월 14일 킹스톤에서 개최된 한인축제(Korean Festival)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공연자가 한 명 있었다. 뛰어난 가창력과 능숙한 무대매너로 순식간에 무대를 뮤지컬 공연장처럼 느끼게 만든 그 주인공 이보미 님을 유로저널이 만나보았다.

이보미
- 동아방송예술대학 영상음악과 보컬 전공
- 오디 뮤지컬 컴퍼니 단원
- 뮤지컬 갈라 콘서트, 뮤지컬 하일라이트 공연
- 국민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영화과 뮤지컬 워크샵 보컬코치
- 이문세, 이수영, 권진원 코러스

유로저널: 지난 달에 뉴몰든 파운틴펍 가든 무대에서 열린 Summer Breeze 공연에서 이보미 님의 훌륭한 무대를 처음 접하고서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게 되어서 너무나 영광입니다. 지난 주 한인축제에서도 출연하셔서 이보미 님의 무대를 접한 많은 재영한인들이 이보미 님의 존재를 무척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이보미: 저로서는 그렇게 한인 관객분들이 호응해 주시는 무대에 선 것 만으로도 너무나 영광이었는데, 이렇게 관심까지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유로저널: 뮤지컬 작품의 노래들을 역시 뮤지컬 공연으로 착각할 만큼 완벽하게 소화하셨는데, 언제, 어떤 계기로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요?

이보미: 뮤지컬에 대한 관심과 꿈은 항상 있었지만, 사실 처음부터 제가 뮤지컬 배우의 꿈을 꾸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일반 가수로서 앨범을 내는 것이 우선이었죠. 제가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만 해도 한국에서 뮤지컬이 지금 처럼 인기가 있다거나 대중적이지 않았기에 더더욱 뮤지컬 배우를 꿈 꿀 여건이 아니었고, 그래서 가수로서 성공하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항상 제 악보 파일에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On my own’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유로저널: 뮤지컬은 나중에 관심을 갖게 되셨다면, 대학에서 보컬을 전공하셨으니 적어도 음악 지망생이셨던 것 같습니다. 언제, 어떤 계기로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요?
      
이보미: 어렸을 때부터 노래 부르는 것을 너무나 좋아했습니다. 학교 중창단이나 성당 성가대에서도 활동했고, 기회만 주어지면 언제든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중학교랑 고등학교때 학교 방송부에서 아나운서로 활동을 줄곧 해왔기 때문에, 사실 부모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아마도 신문방송학과로 진학하여 장래에 아나운서나 라디오 프로듀서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제가 학교 성적도 결코 나쁘지 않았거든요. (웃음) 그러다가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문득 노래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부모님께 말씀도 못 드리고, 혼자서 한달을 고민했어요. 부모님은 자녀들이 자유롭게 자라기를 바라시는 분들이셨고, 항상 저와 오빠를 지지해주시는 분들이셔서 크게 걱정은 안했지만, 그래도 신문방송학과와 실용음악과는 너무 다르잖아요. (웃음) 한 달을 고민하다가 어렵게 말씀을 드렸는데, 결과는 ‘나는 정말 좋은 부모님을 만났구나’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아버지께서 가만히 제 얘기를 들으시다가 한 마디 하셨어요, “네가 스스로 선택한 길에서 후회만 하지 않는다면 우린 언제나 널 믿고 지지할거다”. 그리고, 다음 날 바로 실용음악과 학원에 등록하고 정식으로 음악의 길에 발을 들여 놓았죠.
  
유로저널: 그렇게 해서 결국 영상음악과 보컬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하셨습니다. 그 시절의 활동에 대해 들려주세요.

이보미: 대학 재학 중일 때는 대중가수들의 라이브 콘서트나 방송에서 코러스로 활동했고, 졸업 후에는 보컬 코치로 실용음악과나 뮤지컬과를 지망하는 입시생들, 기성 뮤지컬 배우들에게도 노래를 가르치고, 또 대학교나 극단에서 노래를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뮤지컬은 휴학 중일 당시 오디 뮤지컬 컴퍼니에 입단하면서 정식으로 배우게 되었구요, 갈라 콘서트나 뮤지컬 하이라이트 공연을 주로 했습니다.

유로저널: 오디 뮤지컬 컴퍼니에 입단한 계기, 과정, 그리고 입단 후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보미: 일반 보컬을 전공하면서도 뮤지컬에 대한 꿈은 항상 갖고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꼭 뮤지컬 무대에 서겠다는 꿈과 계획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대학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약간의 슬럼프에 빠지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 때 휴학을 결심하고 그 해 여름을 노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만 하면서 보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니 역시 저는 노래 없이는 살 수가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면서 순간 ‘뮤지컬이 내 길이다’라는 확신이 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오디 뮤지컬 컴퍼니의 단원 모집 오디션 광고를 보게 되었고, 별 기대없이 지원하게 되었는데(당시 할 수 있는 것은 노래뿐이었기에) 운 좋게 합격하게 되어 정식으로 뮤지컬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지요. 부단원으로 5개월 동안 뮤지컬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배우는 기회를 갖게 되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발레와 탭댄스, 연기도 배우면서 힘들었지만 아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지만 순조로운 시작과는 달리 사실 그리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해야 겠습니다. 그 시절의 저는 뭐를 제대로 할 줄도 모르면서 콧대만 높았거든요, 오디션도 골라서만 보고 무대도 골라서만 서고. 지금 생각하면 당시 제가 참 어리석었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유로저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작품, 배우는? (국내외 각각 선정해주세요)

이보미: 국내 뮤지컬 배우로는 이소정 씨를 정말 좋아해요. 국내 창작 뮤지컬 작품으로 한국을 떠나기 전 가장 마지막으로 본 작품이 이소정씨가 출연한 ‘불의 검’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이소정 씨의 노래를 듣는 것 만으로도 가치가 있었던 공연이었습니다. 국외 뮤지컬 배우는 Liz Callaway, Lea Salonga, Sutton Foster 등 너무 많아요. 좋아하는 작품도 너무 많아서... ‘Miss Saigon’, ‘Les Miserable’ 등 정통 고전 뮤지컬들은 물론이고 ‘Wicked’, ‘Thoroughly Modern Milie’, ‘Avenue Q’ 등 최근 작품들까지, 그야말로 저는 음악이 좋은 뮤지컬 작품들은 다 좋아해요. (웃음)

유로저널: 그렇다면 본인이 꼭 직접 해보고 싶은 뮤지컬 작품, 역할이 있다면?

이보미: 월남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뮤지컬 ‘미스 사이공(Miss Saigon)’의 킴(Kim)은 아시아 여성 뮤지컬 배우라면 누구든지 꿈꾸는 역할이지요. 저 역시 꼭 해보고 싶은 역할 중에 하나고요. 그리고, 아직 한국이나 런던에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브로드웨이 작품인 ‘Little Women(작은 아씨들)’의 개성만점 둘 째 딸 Jo(조) 역시 꼭 해보고 싶은 역할입니다.  

유로저널: 뮤지컬 배우로서, 또는 노래를 직업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장단점이 있다면?

이보미: 내가 항상 사랑할 수 있고 꿈 꿀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 그렇기에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고, 항상 내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단점은 이것 없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웃음)
  
유로저널: 뮤지컬 본고장인 런던에서 직접 경험한 뮤지컬, 그리고 뮤지컬 종사자들은 어땠는지요? 한국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이보미: 처음으로 참가해본 런던의 뮤지컬 워크샵은 신선한 충격이였습니다. 뮤지컬 본고장인 만큼 한국과는 다를 것이라는 것은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건 달라고 너무 다르고, 그저 워크샵을 참관하는 것 만으로도 배울 점들이 너무나 많더군요. 첫 워크샵은 전문 배우들도 아닌 거의 대부분이 대학 입시생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심지어 그 입시생들 중에서도 한국 기성 배우들보다 훨씬 뛰어난 수준을 지닌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어디서 태어나고 교육을 받았는지에 따라 이 정도로 큰 차이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내심 속상했지만, 그들을 보는 내내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대학 재학생들이나 전문 배우들은 두말하면 잔소리고요. 한국에서와 정말 다른 점이 있다면 배우들의 자세입니다,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요. 런던은 정말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실력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정말 설 자리가 없어지죠. 그렇기 때문에 한 작품의 주연을 맡았던 배우들도 주연을 맡아봤다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갈고 닦습니다. 안 그러면 살아 남지를 못하니까요. 세계적인 뮤지컬 중심지인 런던 웨스트엔드나 뉴욕 브로드웨이가 결코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유로저널: 현재 한국 뮤지컬, 그리고 한국 뮤지컬 배우들의 현황은?

이보미: 사실, 그에 대한 대답은, 잘 모르겠어요. (웃음) 제가 한국을 떠나서 영국에 온지도 2년이나 지났고, 사실 여기 오기 전에도 친구들이 출연하는 공연이 아니면 잘 안 봤거든요. 2,3년 전만 해도 거의 대부분의 뮤지컬 배우들이 연기를 전공하거나 성악을 전공한 배우들이 대부분이었고, 물론 연예인들도 제법 많았지만, 지금은 많이 바뀐 것 같더라고요. 뮤지컬과도 많이 생기고 뮤지컬을 하려고 어렸을 때부터 준비하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그에 따라서 기량이 우수한 배우들도 점점 많이 배출되는 것 같습니다.

유로저널: 뮤지컬 지망생들에게 선배로서 조언 부탁드립니다.

이보미: 엄밀히 말하자면 제가 그분들의 선배는 아니죠, 저도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들과 함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웃음) 그래도 딱 두가지만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은 첫 째, ‘제대로 배우자’, 그리고 둘 째,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하지 말고 어떤 무대든지 서자’ 입니다. 사실, 한국에서 좋은 뮤지컬 선생님을 만난다는 게 참 힘들어요, 특히 뮤지컬 노래는요. 저는 너무 운좋게도 대학에서 정말 훌륭하신 교수님을 만나서 그 때 노래를 다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은 나쁘지 않아요, 돈이든 시간이든 투자를 잘 해야 해요. (웃음) 그렇게 열심히, 제대로 배워서 탄탄하게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잡을 수 있으니까요.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 꿈이 있으시다면?

이보미: 일단,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정말 어떤 무대든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참여하려 합니다. 그 동안 인생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배웠거든요. 이제는 한심하게 흘려보낼 시간도, 더 이상 고민하면서 사춘기 소녀처럼 투정부릴 시간도 없습니다. (웃음) 이제는 그저 앞으로 열심히 나아가는 길 밖에 안 남았습니다. 언젠가 좋은 무대에서 좋은 공연으로 찾아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로저널: 그 동안 재영한인들에게 너무나 좋은 무대 선사해주셔서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국에서도 뜻하시는 일들 열심히 이루시고, 언젠가 런던 웨스트엔드 무대에서 자랑스러운 한국인 뮤지컬 배우로 세계 무대에 당당히 서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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