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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버킹험셔에 거주하고 있는 Kie-Jo Sarsfield(한국명: 조기조, 이하 Kie-Jo)님은 매우 특별한 이력을 지녔다.

1970년대에 당시 여성으로서는 좀처럼 갖기 힘든 경력인 외국 음반사 라이선스 매니저로 한국에서 근무하던 중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영국 음반사 EMI의 아시아 지사장을 지낸 영국인 남편과 국제결혼을 했다. 이후 남편을 따라 홍콩, 그리스에서 거주했고, 최종적으로 영국에 영구 정착한 뒤 요즘에는 한국인에게는 영국음식을,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음식을 전파하는 요리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버킹험셔에 위치한 그녀의 자택을 방문했는데, 그 동네는 특이하게도 하우스넘버 대신 각 집마다 ‘이름’을 갖고 있었고, 그녀의 집 이름은 ‘Masan’, 다름아닌 그녀의 고향 경남 마산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유로저널: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한국에서 기자로 커리어를 쌓으셨던 얘기부터 시작해 볼까요?

Kie-Jo: 네, 저는 1974년부터 1976년까지 서울에 있던 ‘국제골프’라는 잡지에서 기자로 근무하면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건강이 조금 안 좋아서 병원에 있던 중 신문에 실린 ‘국제골프’ 기자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지요. ‘국제골프’는 그 이름처럼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직원이 필요했고, 당시 저는 책과 라디오를 통해 나름대로 영어에 자신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입사해서 외국 골퍼들 인터뷰도 해보고,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 골프행사도 관여하고, 참 재미있게 일했던 것 같습니다.

유로저널: 그러다가 1976년도에 오아시스 레코드에 레이블 매니저로 입사하셨습니다. 당시로서는,
또 더군다나 여성으로서는 정말 흔치 않은 커리어였던 것 같습니다.

Kie-Jo: 그러고 보면 인생에서의 기회라는 게 참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당시 오아시스 레코드에 근무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유학 간다면서 저를 대신 채용시켰던 것이었습니다. 그 시절은 해외 음반을 한국에 들여올 때 정식 라이센스(허가)를 받는 제도가 시행되기 전이었던 만큼, 당시 우리 나라에 들어온 팝송은 다 불법 해적판이었습니다. 그러던 차 외국 음반사들이 한국 시장이 좋다는 정보를 입수하고서 한국 정부에 정식 라이센스 제도를 시행해서 로열티를 지불하고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해외 음반을 발매하도록 하라고 요청하게 되었고, 안 그러면 불법 해적판 문제로 국제 법정에 세우겠다는 일종의 압력을 넣기도 했습니다. 결국 한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정식 라이선스를 통해 합법적으로 해외 음반을 한국에서 발매하도록 제도가 도입되었고, 이에 한국 음반사들은 해외 유명 음반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라이선스, 그러니까 해외 음반을 한국에 발매할 수 있는 계약을 따냈습니다. 당시 가장 대표적인 한국 음반사가 세 곳이 있었는데, 지구 레코드는 CBS와, 성음은 클래식으로 유명한 데카와, 그리고 우리 오아시스는 워너뮤직, EMI 두 곳과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유로저널: 그렇게 근무하시면서 EMI의 아시아 지사장이셨던 남편 분을 만나셨던 것이군요.

Kie-Jo: 네, 영국인인 제 남편 Neil Sarsfield는 당시 싱가폴 지사에서 근무 하면서 아시아 지역을 총괄했고, 저희가 일종의 EMI의 고객이었으니 저와는 업무 관계로 자주 연락을 주고받던 사이였습니다. 업무 때문에 직접 만나야 하는 일도 많았는데, 당시에는 미혼 여성이 외국을 나가는 게 여권 등 여러 행정 절차 때문에 참 까다롭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만나서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남편이 한국을 자주 방문해야 했고, 그러던 어느 날 남편으로부터 청혼을 받았지요. 1980년도에 결혼하고서 남편과 함께 홍콩에서 4년 간 거주한 뒤에 EMI 본사에서 남편에게 남유럽 및 모로코, 알제리 같은 북아프리카 지역을 관할하는 자리를 맡겨서 그리스에서도 5년 가량 살다가 1989년에 영국으로 돌아와서 지금까지 지내오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자, 이제 그럼 가장 최근 하고 계시는 요리 관련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영국 요리 강좌를 여시기도 했고, 영국 요리책을 내셨습니다.

Kie-Jo: 정식으로 요리를 배운 적은 없었지만, 원래 어렸을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참 많았고 요리를 좋아했습니다. 아무래도 영국인 남편과 살고 아이들이 영국에서 자라다 보니 자연스레 영국 음식 솜씨가 늘 수 밖에 없었고, 그러던 차 한국 분들께 영국음식을 요리하는 법, 영국음식을 더욱 맛있게 먹는 법을 가르치고 싶어졌습니다. 애들이 성장하니 시간적인 여유도 생겼고요. 그러던 중 한인 교민신문을 보다가 여성회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제가 먼저 영국 요리 강좌를 해보겠다고 제안해서 재영한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국 요리 강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거리도 멀고, 체력적으로 참 힘들기도 했지만 정말 열심히, 즐겁게 영국 요리를 가르쳤고, 나중에는 소문이 나서 수강생도 많이 늘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공식 강좌는 아니지만 저희 집에서 신청자들이 있을 때마다 영국 요리 강좌를 열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 연락 부탁드립니다.

유로저널: ‘Cooking for My Family – English Home Cooking’ 이라는 한국어로 된 영국 요리책도 내셨습니다.

Kie-Jo: 한국 분들이 보통 영국음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을 많이 가지고 계셔서 전통적인 영국음식의 맛과 멋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드리기 위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영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물론 한국에 계신 분들에게도 영국음식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쓰여진 책입니다. 제 경험 상 음식을 이해하면 그 나라의 문화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 있는 요리들은 제 결혼생활 30년 간 요리한 것은 물론 저의 유산인 한국의 맛을 영국 요리에 가미하여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구성한 요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로저널: 영국 음식의 매력이 있다면?

Kie-Jo: 저는 다른 어떤 것보다 영국음식에 대해 ‘Homely food’, 즉 가족들을 위한, 또 가족과의 시간을 위한 음식문화, 식탁문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서 식사하는 자리인 선데이 런치(Sunday Lunch)도 그런 일종이지요.

유로저널: 이렇게 한국인들에게 영국요리, 영국음식을 전파하는 동시에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요리, 한국음식을 전파하고 계십니다. 당장 다음 주에도 자택에서 외국인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배추김치 담그기 강좌도 벌이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Kie-Jo: 제가 외국인 친구들이 많고, 또 제가 요리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종종 외국인들이 제게 한국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하는 경우가 생기더군요. 그러다가 1년 전 즈음 유로저널 인터뷰로도 소개된 적 있는 London Korean Links를 운영하는 필립이 김치 담그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해서 자기 와이프랑 저희 집을 방문해서 김치 담그는 법을 배워갔습니다. 필립이 London Korean Links에 이것을 게재했고, 그 뒤로 점점 홍보가 되면서 외국인들이 꾸준히 찾아와서 제게 한국 요리를 배우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한국음식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은 어떤지요?

Kie-Jo: 저한테 한국 요리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3,40대의 비교적 젊은 층입니다. 요즘 이들 사이에서 한국음식은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발견한 것은 이들 대부분이 한국 영화 및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국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이들에게 직접 한국 요리를 가르치고 있으니, 요즘에는 제 책임이 참 무겁다는 생각도 들곤 합니다.

유로저널: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했던 영국 요리책에 이어서 요즘에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 요리책을 영문으로 집필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Kie-Jo: 가끔 한국음식을 소개하는, 영문으로 된 한국 요리책자를 접하다 보면 요리 영어 용어를, 특히 채소나 과일 이름을 오역하는 경우가 발견되어서 안타까울 때가 있었습니다. 현지 용어나 표현에 익숙하지 않았을 테니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어쨌든, 제가 이렇게 외국인들에게 한국 요리를 가르치고 있으니, 보다 정확하고 풍부한 내용으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 요리책을 만들어서 우리 한국 음식을 보다 널리 전파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혹시 제 인터뷰를 읽으시는 독자 분들 중 자신만의 독특한 한국 요리 비법이 있으신 분들은 공유 부탁드려요. (웃음)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좋은 얘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요리와 음식을 통해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열심히 감당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Kie-Jo 님은 버킹험셔에 위치한 자택에서 한국인들에게는 영국 전통 요리 강좌를, 외국인들에게는 한국 요리 강좌를 열고 있습니다. 요리 강좌에 관심 있으신 분들, 그리고 Kie-Jo 님께서 집필한 영국 요리책과 또 현재 집필 중인 한국 요리책 관련하여 Kie-Jo 님께 연락하고 싶으신 분들은 Kie-Jo 님께 이메일(kiejosarsfield@hotmail.co.uk)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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