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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출내기 독일동포축구단 “FC KOREA” 마침내 4강 진출!
야간 수중전 역전 드라마 펼치며 준결승에 오른 투지의 용사들



지난 8일(목) 밤 7시, 이미 사위는 어두운데 불현듯 빗방울 하나 둘 떨어지더니 이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싸늘한 겨울바람까지 불어닥친 황량한 그라운드엔 열성 축구팬 몇몇이 우산을 받쳐든 채 몸을 떨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의 열기 만큼은 그 어느 경기 때보다도 뜨거웠다. 이날 경기는 동포팀으로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였기 때문이다.

독일축구연맹(DFB)이 독일아마축구 하위리그 발전을 위해 제정한 크라이스컵(Kreispokal) 쟁탈 제4차전 8강전이 벌어지고 있는 프랑크푸르트 작센하우젠 우리 동포팀 홈구장.

심판의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양팀의 선수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질주했다. 이날 우리의 상대팀은 2 단계나 높은 베치르크스 리그에 소속된 SV Griesheim 라는 모로코팀. 신출내기 동포팀으로서는 버거운 상대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겨울밤 퍼붓는 빗속에 입김을 내뿜으며 때론 황소같이 때론 다람쥐같이 종횡무진하는 우리선수들의 지칠 줄 모르는 투지는 가히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기량은 전반적으로 모로코팀이 한 수 위. 축구공은 전후반을 통해 주로 한국팀 진영에서 돌아다녔다. 방어에 급급하던 동포팀은 결국 전반 20분경 선제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모로코팀은 힘이 넘쳤고 팀플레이도 제법 짜임새가 있는 것이 관록이 있어보였다.

첫 골을 허용한 이후에도 우리팀은 경기를 크게 반전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팀의 여러 차례 간담을 서늘케 하는 슈팅이 있었을 뿐 우리팀은 변변한 슛팅찬스도 만들지 못했다. 골대를 맞고 튀어 나가거나 골 바를 타고 주루루 흘러가는 아찔한 순간도 여러차례 있었다.

1 : 0으로 가까스로 선방, 전반전을 마친 우리팀은 15분 휴식동안 무언가 작전을 짜는 것 같았다. 경기 내용이 이럴 경우 대체로 적의 허를 찌르는 기습작전이 주효하다고 한다.

후반에 들어서자 예상대로 우리팀 작전에 변화가 있었다. 바로 기습작전이었다. 동포팀은 정신없이 무차별 맹공격을 가하는 상대팀의 허를 찾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순간이 포착되면 무서운 속도로 역습을 가했다.

그리고 드디어 후반 25분, 공을 전달 받은 이경엽선수가 빗속을 뚫고 상대팀 수비 사이를 다람쥐처럼 빠져나간다. 순식간에 골문 앞에 다가간 이경엽선수.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상대팀 골키퍼.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려들던 이경엽은 숨을 한 차례 고르더니 그대로 슛팅. 공은 골키퍼의 안타까운 마음을 외면한 채 그대로 상대방 그물에 걸렸다.

황금의 동점골을 터트린 이경엽선수는 얼마전 베를린에서 이곳 오펜바흐로 직장을 옮기면서 FC KOREA에 합류했다. 작으마한 체격이 오히려 이선수의 장점이다. 덩치 큰 외국선수들 사이사이를 정말 다람쥐처럼 드나드는 재간을 지닌 이경엽은 베를린 시절 상위리그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 기량이 출중한 선수로 알려져 있다.

이후 골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은 채 90분 정규경기가 끝났다. 그리고 이어서 DFB 경기규칙에 따라 바로 15분씩 연장전후반 경기가 속개됐다. 그러나 상대팀 선수들은 이미 상당히 지친 모습이었다. 처음부터 연장전을 염두에 두지 않고 속전속결 작전을 펼치며 90분 동안 몰아붙였던 모로코선수들은 거의 체력이 탕진되었다. 그들은  연장전에 들어서자 앞서 치른 경기모습과 달리 눈에 띠게 움직임이 둔해졌다.

연장 전반이 지나 후반이 시작되고 한 3분 지났을 때였다. 동포팀의 골게터 이성규선수가 공을 잡고 적진을 향해 단독 드리볼을 한다. 상대팀 수비선수가 앞을 가로막자 이성규는 멈칫, 전방을 살피며 우군에게 공을 띠워 주려는 모션을 취한다. 모로코 선수들이 옵사이드작전을 펼치려는 듯 앞으로 몰려나온다. 바로 이때 이성규는 패스를 하는 척 하더니 그냥 공을 몰고 상대팀 골문을 향해 질주한다. 당황한 나머지 허둥대는 모로코 선수 2명을 보기좋게 따돌리고 강슛....!

공은 모로코의 골네트를 가르며 박혔다. 준결승전을 향해 4강에 진입하는 순간이었다. 준결승은 내년 4월에나 열린다. 그리고 결승은 5월로 예정되어 있다.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4강에 진입한 동포축구팀. 내년 경기를 위해 동계휴식에 들어간 FC KOREA 그간의 투지와 노력을 격려하며 이와 함께 앞으로는 좀더 많은 동포축구팬들이 우리 축구단에게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기대해 본다.

독일유로저널
프랑크푸르트지사장 김운경
woonkk@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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