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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만남의 방
LESEN BILDET KOMPETENZ
                                                Dr. Beckers- Kim Young-ja

'무소유' 와 '책읽기 사랑'을 실천하고 우리 곁을 떠난 법정스님

법정스님은 우리 많은 한국인에게는 '무소유'의 저자로  더 잘 알려졌다.
1932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1954년 전남대학 상대 재직중 세속의 허무를 느끼면서 속세를 떠나 불도에 들었다. 그리고 2010년 3월 11일 12시 40분에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입적했으며 유언에 따라 간소하게 순천 송광사에서 다비식을 가졌다.

법정스님은 오대산으로 가기 위해 서울에 도착했다가 눈이 쌓여 서울 안국동 선학원에서 당대의 선승 효봉스님(1888-1966, 1962년 조계종 통합종단이 출범한 후 초대 종정)을 만나  그 자리에서 머리를 깎았다고 한다. 법정스님의 긴 약력은 생략한다.  전남 순천 송광사 뒷켠에 불일암을 짓고 17년간 덕을 닦으면서 대중과 신도들에게 쉽게 설법을 전했고 입적하기 직전까지는 강원도 한 화전민이 버리고 떠난 한 오두막에서 생활하면서 홀로사는 즐거움, 무소유의 실천을 몸소 우리에게 가르쳤다.

법정스님이 소중하게 여긴 것이 세 가지인데 첫째 스승이자 벗인 책 몇 권, 두번째는  나의 일손을 기다리는 채소밭,  그리고  오두막 옆 개울물 길어다 마시는 차 한잔이라고 한다.
책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무소유 책에도 잘 나타난다.
"내 머리맡에 놓여 있는 책들을 매일 아침 신문을 배달하러 오는 사람에게 주어라." ('무소유 미리쓰는 유서') 라고 상좌에게 당부했을 정도다.

법정스님은 수행자지만 우리 범인들에게는 문필가로 더 잘 알려진 분이다. 1974년 10월 '무소유'가 출간되자마자 불도신자건 우리같은 천주교, 개신교 신자를 막론하고 이 책의 진가를 터득했고 이 '무소위' 책은 한국인의 사랑을 가득히 받았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께서 해외 출장을 갈때도 여행짐에서 빠지지 않고 함께 따라다닐 정도였다고 조문으로 전했을 정도이다.

법정스님은 그저 '무소유'를 출간한 것이 아니라 스님 스스로도 실천에 앞장을 섰다. 스님이 17년간 지나시던 불일암에는 밥속 한 개와 그릇 몇 개가 달랑 놓여있고 세상을 떠날 때도 '나를 위해 아무런 번거로운 식'을 하지 말라는 유언에 따라 평상 입던 승복에 가사를 덮은채,물론 사리같은 것은 찾지도 말라신 대로  다비식을 거행했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있다는 뜻이다"('무소유' 내용중에서) 법정스님은 모두가 한 때일 뿐, 그 한 때를 최선을 다해 살아야한다고 가르쳤다.“
우리 대부분은  무소유 책을 그저 감명깊게 읽었을 뿐 '무소유'라는 책제목외에 우리 마음에 새겨두고  행동으로 옮긴 적이 있었는가?  버리고 또 버리고 떠나셨으니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셨거늘, 그래서 오늘 스님이 떠나신 뒷자리가 너무 커서 죄송스럽기만 하다.

법정스님은 산문집,쉽게 풀은 설법집, 법문집 및 법문번역 등 참 다양하고도 많은 저서를 남겼다.  

범우사에서 출판한 '무소유' 한권만도 35편의 수필을 모은 이 책은 현대 한국 수필의 대표격으로 평가받는다.  34년 동안 180쇄를 찍었고, 지금까지 330만부가 팔렸다. 책이 많이 팔리니 인세도 많았지만 인세는 자선사회활동비로 쓰였고 어디에 쓴 것은 알린 적이 없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 외에는  가지지 말라는 무소유를 말 그대로 실천한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단 한 가지 법정스님은 책 읽기를 사랑했고 우리에게 책을 읽는 마음자세를 가르쳤다.

산골 오두막에서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에 이어 수상집 '오두막 편지'를,   2008년 11월에는 길상사 소식지에 기고했던 수필을 모아 '아름다운 마무리'를 펴내 노승의 마음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놓아두고 가기! 때가 되면, 삶의 종점인 섣달 그믐날이 되면, 누구나 자신이 지녔던 것을 모두 놓아두고 가게 마련이다. 우리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나그네이기 때문이다. 미리부터 이런 연습을 해두면 떠나는 길이 훨씬 홀가분할 것이다......아름다운 마무리는 언제든 떠날 채비를 갖춘다. 그 어디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순례자나 여행자의 모습으로 산다. 우리 앞에 놓은 이 많은 우주의 선물도 그저 감사히 받아 쓸 뿐, 언제든 빈손으로 두고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한다…아름다운 마무리는 낡은 생각, 낡은 습관을 미련없이 떨쳐 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라고.

법정스님의 마지막 책이 될 듯한 최근에 출간된  '내가 사랑한 책'은 스님이 여러 곳에서 언급했던 300여 권의 책 중에서 50권을 직접 골라 소개한 것으로, 종교 관련 서적 외에도 동서양 문학작품과 환경 서적 등 다양한 책을 담았다. 부록으로 스님이 언급한 책 300여권을 가나다 순으로 정리했다.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면서 절판을 우려한 독자들이 스님의 저서들을 앞다퉈 사들여 품절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런 스님의 유지에 따라 법정 스님의 책은 곧 절판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출판사측도  
유지를 따를 지 곤혹을 치루고 있다.

위에 간단하게 소개한 법정스님의 이러한 책들은 정말 꼭 권하고 싶다. 읽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면  스님의 유지가 살아있는 것이다.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모든 책이 절판이 되더라도  혹 주위에 법정스님의 책을 가진 자가 있는지 살펴보라.  

독일 유로저널 오애순 기자
mt.199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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