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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9 23:04
쿠오바디스 ? 독일의 변화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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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식민지 치하에서부터 싹터왔던 사민주의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서구 복지국가의 성립과 더불어 일종의 ‘이상향’으로 여겨져 왔다. 마치 ‘신포도’처럼 교과서에서나 나옴직한 북구의 복지국가에 대한 향수는 어쩌면 60년대 한국에 독일 붐을 일으키는 심리적 요소였을 지도 모른다. 세상이 흘러가듯 아른한 추억도 결국은 현실에 의해 조금씩 수정되는 것도 어쩌면 자연의 물리적 법칙인지도 모른다.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은 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독일이 고실업, 저출산, 고령화 등 거대한 과제 앞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을 안정적이고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정부가 필요하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독일 사회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라인 강의 기적’으로 상징되는 경제대국 건설에 성공한 독일은 1990년대 초반까지 세계 최강의 산업 경쟁력을 과시했다. 그 결과 독일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세계 최고위권 소득을 자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독일 통일 이후 급증한 사회적 비용, 1970년대 초반 이후 30여 년간 확산되어 온 좌파적 가치의 덫은 그토록 건실하다고 믿었던 독일 경제의 뿌리를 흔들어 놓았다. 분배 복지 위주의 경제정책은 독일 경제의 체력을 급속히 약화시켰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독일은 1% 내외의 저성장 수렁에 빠져 있다. 유럽 최하위의 성장률이다. 설비투자 부진이 심화됐으며, 기업과 자본의 국외 탈출이 이어지고 실업률은 급등했다. 기업 경영에 대한 노조의 지나친 영향력 행사와 과다한 사회보장비용 지출 등은 독일 경제를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 1950년대 이래 시행되고 있는 해고예고제는 기업에 엄청난 해고 비용을 강요해 왔다. 기업 경영자들이 공장에 신규 설비를 설치할 때도 반드시 노조와 협상을 해야 할 정도로 경영은 노조의 제약을 받고 있다. 그동안 누적된 부작용이 최근 극에 다다랐다. 올해 들어 독일의 실업자는 521만 명으로 전체 노동인구의 21.6%에 달한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독일 기업 10개 중 9개가 해외 이전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 지출 급증에 따라 정부의 재정적자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커졌다. 100여 년에 걸쳐 구축한 복지국가 모델은 더는 지탱하기 어렵다. 집권 사회민주당의 ‘노이에 미테(신중도)’ 실험은 마침내 실패로 판명 났다. 사민당 당수 프란츠 뮌테페링은 반(反)자본주의, 반세계화 정서에 호소한다. 물론 책임을 돌릴만한 타당한 이유는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대다수 독일 국민이 집권 좌파 정당의 분배정책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책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국민의 공감대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최근 슈피겔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가 노동시장 유연화, 사회복지 개혁 등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내세운 기독교민주연합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전통적으로 독일사회를 지탱해 왔던 노동조합에서도 좀 더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고자 하는 변화를 수긍하는 데 이르렀다. 독일사회가 ‘U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U턴 현상은 교육 분야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독일은 2001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에서 읽기, 수학, 과학, 문제 해결 능력 부문에서 모두 중하위권을 기록해 국민과 교육 당국을 아연케 했다. 이에 자극받은 독일은 학생들의 학력 신장 프로그램, 경쟁체제 강화 및 전국적인 학력평가 실시 등 교육 시스템을 재정비했다. 지난 3년간의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 2005년 PISA-E 테스트에 따르면 바이에른 주를 비롯한 몇몇 주의 학업성취도가 핀란드와 한국에 필적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슈나이더 바이에른 주 교육장관은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 ‘평등’이 아니라 ‘경쟁’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주목할 것은 이번 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바이에른 주의 경우 학생들의 성적과 출신 계층 간의 상관관계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는 경쟁의 가치를 인정하는 우파 교육정책이 평등을 강조하는 좌파 교육정책을 ‘정의’라는 관점에서도 앞섰다고 평했다. 이것을 전적으로 독일 좌파의 실패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다만 그동안 경제개혁, 교육개혁 논의가 있을 때마다 빠짐없이 “독일을 보라”고 외쳐 왔던 우리나라 좌파 지식인과 정치인들은 그들의 이상향(?) 독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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