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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2 01:31
화마(火魔)에 무너진 것은 숭례문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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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火魔)에 무너진 것은 숭례문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의 어이없는 화재 소식이 신년 초부터 우리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사실, 한국에서 수도 없이 숭례문을 지나쳐 왔을 우리들 가운데 진정 숭례문을 유심히 감상하고, 애정을 가져왔을 이들이 몇 명이나 있었겠느냐 만서도, 막상 이역 만리 타국 땅에서 전해 듣는, 조국의 가장 소중한 보존물이 화재로, 그것도 고의적인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손실되었다는 소식은 가슴 저 깊 은 곳에서 울려오는 슬픔을 자아낸다. 한국 언론을 비롯 인터넷은 이번 숭례문 화재를 놓고 다양한 의견들로 도배가 되고 있다. 그 동안 문화재 관리에 얼마나 소홀했는가를 지적하며 담당자를 문책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이번 방화가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를 향한 감정 때문이라는 의견까지. 사실, 중요한 국가 문화재 손실이나 아니면 방화에의한 화재 참사는 지난 세월에도 간간히 있어 왔다. 그런데, 특별히 이번 숭례문 화재를 놓고 주목할만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번 숭례문 화재가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의 국가를 향한 심리 상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혹은 그러한 연관 관계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될 만큼 우리 국민들의 정서가 부정적인 측면에서 극도의 포화상태에 이른 것 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공감하듯이 현재 우리 사회는 심각한 갈등과 분열, 분노와 실망, 좌절과 원망의 소용돌이를 지나고 있다. 극 소수의 계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물질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점점 살기 어려워져 가고 있는 대한민국에 심각한 염증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에서 정의,평등과 같은 민주주의 사회의 주요 가치들이 심각하게 훼손되어 더 이상 어떠한 효력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에 대한 실망, 원망, 더 나아가 분노를 갖게 되었다. 더욱이 사람들의 이러한 심정을 헤아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책임과 의무가 있는 국가, 정치인, 경제인을 비롯한 지도자층은 오히려 이들의 갈등과 분노를 가중시켰다. 게다가 새로운 지도자, 새로운 정부 역시 이러한 사람들의 속을 아는지,모르는지, 새 정부 준비 과정에서 전해지는 소식또한 사람들의 심기를 자극하는 그것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많은 이들이 방화로 추정되는 이번 숭례문 화재를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 간다는 것에 대한 힘겨움, 국가를 향한 원망과 분노가 표출된 고의적인 국가 문화재 훼손으로 자연스레 연상한다는 것은, 또 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아직 고의적인 방화에 의한 화재인지, 또 실제 방화라면 어떠한 이유로 자행된 방화인지, 정확히 드러난 바가 없는 까닭에 쉽사리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러한 사실관계와는 별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를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국가에 대한 실망, 분노표출로 자연스레 해석하고 있다는 것은 실제적인 행위로 이어지지만 않았을 뿐, 사람들의 심정은 이미 숭례문에 불을 내고 싶을 만큼 극도로 포화상태에 이르러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실 삶에 대한 고통, 국가에 대한 실망이나 분노는 어느 시대에나 있어왔지만, 그것을 국가 문화재 훼손으로 표출시켰던, 아니면 표출시킨 것으로 해석했던 사례를 이제껏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어떤 대상, 특히 그것이 자신의 몸, 가족, 국가와 같이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그러나 자신의 것일 수 밖에 없는 대상에 대해 실망, 원망, 분노와 같은 감정들을 갖게 될 경우, 그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이 그 대상에 대한 훼손이다. 거칠게 지적하고, 항의하고, 고쳐보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는 단계는 그나마 그 대상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는 경우이다. 그래서, 그 마지막 애정을 상실한 이들은 최후의 선택으로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고, 심지어 목숨을 끊지 않던가? 마찬가지로 혹여나 자신의 국가에 대해 더 이상 실망하고, 원망하고, 분노하는 단계를 넘어서 마지막 애정을 상실한 나머지 국가에 대한 훼손을 자행하는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되는 것이다. 일단, 이번 화재로 숭례문이 전소된 것은 아닌 만큼 최대한 복원 작업을 통해 소생시키는 한편, 화재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만일 방화라면 방화범에 대한 수사 및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는 이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도 필요하다.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 문화재에 대한 관리, 점검을 보다 철저히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쩌면 국보 훼손을 국가에 대한 분노 표출로 해석하기에 이른 국민들의 정서를 헤아리고, 하루 속히 모두가 살 맛 나는 사회, 그래서 자신이 속한 사회와 국가를 사랑하고 아끼는 정상적인 정서를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화마(火魔)에 무너진 것은 숭례문 뿐만이 아니기에. <관련 기사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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