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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한인 사회에 가장 필요한 정신, 나눔

  동물과 인간의 차이에 대해 가장 잘못 알려진 편견 중에 하나가 바로 '이타심'의 존재여부이다. 이제까지 남을 긍휼히 여기는 측은지심은 인간만이 가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생물종에 대한 관찰의 결과 이러한 이타심은 오로지 인간의 것만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그 중에서도 흡혈박쥐는 이타심이 매우 강한 동물로 손꼽힌다. 속임수로 가득 찬 유전자 세계를 그려 지식인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도 흡혈박쥐에 대해선 감동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물론이고 모든 동식물은 유전자의 생존기계일 뿐이다. 유전자는 살아남기 위해 이기적으로 온갖 수단을 동원하다. 그러나 흡혈박쥐는 특이하다. 먹잇감을 만난 흡혈박쥐는 그렇지 못해 굶고 있는 동료들에게 먹이를 토해 내는 방식으로 헌혈한다. 이 박쥐의 유전자가 이기적이지 않고 이타적인 셈이다. 흡혈박쥐들은 이틀 정도 굶으면 죽기 때문에 이런 행동으로 전체 개체를 유지한다.

  도킨스는 그래서 “흡혈박쥐는 서로 나누고, 서로 협력하는 신화의 선봉이 될 수 있고, 좋은 놈이 일등이 될 수 있다는 자비심 깊은 사상을 전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찬사를 늘어놓았다. 도킨스는 그러나 토를 달았다. 이타심도 궁극적으로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즉, 흡혈박쥐는 은혜를 베풀면 언젠가 은혜를 입게 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타적 행동에 나선다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 무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 같은 동물들의 이타적 행동 역시 자신과 공통된 유전자를 남기려는 이기적 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흡혈박쥐가 만든 경제학은 아름답다. 얻고자 하는 것보다 베푸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모든 흡혈박쥐가 동료로부터 얻고자만 했다면 그 개체는 유지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사회도 이러한 룰이 적용된다. 극단적인 비유를 들면 범죄환경에 노출된 청소년들을 돌보고,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것은 가까운 장래의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는 일이다. 이의 혜택은 우리 자녀에게 돌아간다. 아이티에서 벌어지는 비극적 재난에서도 우리의 이타심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천재지변에 의한 재해는 사람과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우리의 공간 역시 한 순간에 잿더미로 가라앉을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아이티에 그토록 아낌없이 도움을 주려하는 것도 어찌 보면 우리의 미래에 대한 일종의 보험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타심에서든 이기심에서든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는 것은 우리 사회의 생명력을 유지시키는, 미래를 위한 실속 있는 투자다. 그것은 또한 복을 포도송이처럼 키우는 행위다. 그리고 풍성한 마음을 나누는 기쁨은 덤이다.

유럽 선진국에서 선진 문화와 함께하며 살아온 유럽의 한인 사회는 안타깝게도 이런 나눔의 정신과는 거리가 먼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유럽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단체가 두 개나 있는 등 그렇게 많은 한인 단체들이 있지만 적극적 모금운동이나 관심 표명이 전혀 없다.
꼭 이번 아이티 지진 대참사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국제 사회에서 발생했던 각종 재난재해 등은 물론이고 고국에서 발생했던 각종 자연재해나 왼환위기 등과 같은 국가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미국,일본 등 한인 동포사회는 정말 수선스러울 정도로 적극 나서왔던 반면 유럽 한인 사회는 마치 남의 일처럼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마지못해 형식적인 반응만 보여왔다.
유럽 내 한인 단체 등은 자신들의 크고 작은 각종 행사에는 고국 정부 등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내는 데는 물불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국제사회나 고국의 어려움에 대한 반응은 마냥 싸늘하기 그지없어 왔다.
타지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가 내미는 나눔의 손길은 다시 더 큰 힘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 20만 명의 비극적 죽음에도 남 일인양 한가하게 자신의 여유로움을 즐긴다면 혹 우리가 어려움에 처할 때 과연 누가 우리를 돌아보겠는가? 지금이라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국제적 재난 상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길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버트런드 러셀의 말로 끝을 맺고자 한다. "행복한 생활은 선한 생활과 닮았다. 행복의 비밀은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따뜻한 정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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