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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한국 근대사를 설명하는 주요한 키워드 중에 하나는 바로 일제강점기의 민족운동이다. 특히 일본 제국주의 침탈에 맞선 폭력/비폭력 저항운동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는 지금의 정치적 지형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할 정도다. 이러한 민족적 저항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바로 안중근 의사다. 올해 3월 26일은 그가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다. 하얼빈의 기차역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가슴에 총탄을 박아 넣은 것은 향후 36년 간 처절하게 투쟁해 온 우리 민족의 저항운동의 효시인 셈이이다.
  이토 히로부미 사살 후 이재명 의사도 1909년 12월 친일파 이완용을 칼로 찔러 중상을 입혔다가 사형선고를 받고 1910년 12월 일제에 의해 처형됐다. 합병 직후엔 ‘안명근 사건’이 있었다. 안중근 의사의 사촌동생 안명근은 무장투쟁을 위해 황해도 일대 부자들로부터 군 자금을 모으다가 밀고에 의해 1910년 12월 체포됐다. 그는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며, 백범 김구도 이 사건으로 15년형을 받았다. 백범은 당시 양기탁 등이 주도한 신민회의 황해도 총책임자였다. 신민회 역시 독립적으로 만주에 무관학교와 독립군 기지를 건설해 독립전쟁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관심을 끄는 것은 김구와 안중근의 인연이다. 백범은 동학농민군의 접주로 활동하다가 관군에게 패해 황해도 신천군 청계동의 안태훈에게 몸을 의탁한 적이 있다. 안태훈은 개혁파 지식인으로 학식과 재력에다 사병까지 갖춘 지역의 실력자였다. 그의 세 아들 중 맏이가 안중근이다. 안중근만이 아니다. 안중근의 조카 안미생은 백범의 장남 김인과 결혼해 맏며느리이자 비서로 일했으며, 막내아우 안공근도 임시정부의 핵심 참모로 활약했다. 일가족 전체가 독립을 위해 헌신한 셈이다.
  안중근 의사는 자신의 행동을 단순한 정치적 암살이라 하지 않았다. 즉 동양평화론을 바탕으로 한 고도의 이타적 행위임을 역설했다. 비록 32세의 짧은 생을 살았으나 그는 자신의 실천적 지식인의 삶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 개인은 늘 언제나 사회와의 관계를 통해 규정된다는 점이다. 안중근 의사는 자신이 살아 가고 있는 시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깊이 성찰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바로 실천에 옮기는 언행일치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가 행했던 모든 일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이웃을 위한 것이었다. 자신의 재산을 털어서 교육운동을 전개하였고 의병투쟁에 뛰어들었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과정에서도 초연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굳은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중근은 인간에 대한 무한히 신뢰했으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서의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알고 있었다.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 사살을 동양평화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보았다. 즉 단순히 적대감에서 비롯된 '테러'가 아니라 그 암살이 가져오는 결과물에 대해 이미 잘 알고 행했던 것이다.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의 핵심은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이 동아시아 공동체를 이룩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세 나라는 대등한 주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어느 한 국가의 주권이 침탈되는 행위는 이러한 동양평화론에 가장 큰 장애가 된다. 그렇기에 이토히로부미가 중심이 되어 착착 진행되어 온 일제의 강제 침탈을 온몸으로 막아야만 했던 것이다.

  이런 그의 삶이 이제 와서 재조명 받는 것은 어쩌면 이 시대에 이러한 행동하는 지성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서가 아닐까? 혹은 여전히 거짓 평화 속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과거를 재단하는 한중일의 모습이 100년 전과 큰 차이가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에서 아직도 우리는 안중근을 그리워해야 하는 것이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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