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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15 기념 통일축제는 남북 관계 역사에 또 하나의 획을 긋는 성과를 거두고 막을 내렸다. 기대하지 않았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동영 통일부 장관 면담은 남북 관계 진전과 한반도 평화 증진에 일대 돌파구를 연 중대한 사건이었다. '한반도 6월 위기설'이 나돈 것이 엊그제였던 상황에 비춰볼 때 이는 대역전극의 연출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한 발언이 모두 우리가 일관되게 주장해 왔던 바와 내용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그간의 외교적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 준다.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의 외교적.평화적인 해결원칙에 따라 4강과의 협력을 구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5월 초 러시아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60주년 기념 행사에서의 한.러, 한.중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 10일에는 한.미 정상회담을 했다. 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음을 천명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다자 안전보장, 에너지 지원, 북.미 관계 개선과 수교 용의 등을 표명했다. 한일 정상회담도 열렸다.
급기야 김 위원장과 정 장관의 면담이 성사됨에 따라 6자 당사국 모두와 회담한 셈이 됐고, 6자가 북핵 해결원칙과 내용에 있어 입장이 같다는 점도 확인됐다. 남북 간, 북.미 간 데탕트 기운이 무르익은 이 기회를 한반도 평화 정착의 새로운 이정표로 삼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한층 더 활발한 전방위 외교를 펼쳐야 한다. 6자회담 당사국 모두가 중요하지만 특히 일본과 미국, 북한의 전향적 자세를 끌어내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우선 일본이 지금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설득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일본은 국제사회의 지도적 국가가 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선 동북아 역내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설득하고, 그 실마리를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성을 보이는 데서 찾도록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북.일 관계 정상화 없이 일본의 안보와 순탄한 미래를 전망하기 어렵다는 점도 설득해야 한다. 미국에 업힌 일본이 아니라 동북아의 지도적 국가로서 위상 정립과 그에 부합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일본의 국익에 맞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 및 수교 용의가 있음을 내비친 점은 당장 실현성 여부를 떠나 매우 중대한 의의를 갖는다. 북.미 관계의 정상화 없이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이루기 힘들다. 클린턴 대통령 말기의 북.미 관계를 상기해 보면 해법은 단순하다. 적대시 정책을 포용 정책으로 전환하고 동북아의 여러 국가와 공조해 북한을 국제사회의 정상적 국가로 유인함으로써 동북아 평화를 만들고 미국이 역내 주도 국가로서 그 역할과 위상을 유지하는 것이다. 한국 외교의 가장 큰 숙제일지도 모르지만 미국이 이 길을 가도록 설득해야 한다.
이는 결국 남북 관계가 진정한 정상화의 길로 가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북한이 한국의 발목을 잡으면 우리 외교력이 반감된다. 북한은 미국만이 아니라 동북아라고 하는 다자적 공간을 활용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남한을 가장 중요한 상대로 삼아야 하고 4자를 통해 안보와 경제 재건을 꾀해야 한다. 북한에 이 점을 인식시키고 믿음을 갖게 하는 일이 향후 외교 과제다.
사실 이와 같은 성과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진 것이 아니다. 지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이의 끊임없는 노력들이 이어지지 않았던들 이러한 결실을 맺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평화란 단지 한 순간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의 이해의 노력에 따라 점진적으로 실현된다. 국민 1 인당 약 3800원 정도의 지원조차도 누군가는 대책없는 ‘대북퍼주기’라 단정짓기도 했지만 그 시각은 편협하다. 외교란 눈 앞의 실리에 왔다갔다 하는 시계추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외교력은 국민이 함께할 때 제대로 발휘된다. 결집된 자세와 지원이 필요하다. 화해와 공존공영의 한반도 시대를 열고, 그 기초 위에 동북아 평화 번영을 이루겠다는 것은 결코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6월을 전환점으로 삼아 전쟁 걱정 없이 이웃 국가들과 협력해 번영을 누릴 수 있는 동북아 질서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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