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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9.03.18 20:08

오을식의 장편연재소설 (제103회)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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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소설 (제103회)

바람의 기억



7. 꽃비의 계절


“그럼 어머니만 믿겠어요! 참고로 저는 약간 맛이 간 산적 같은 남자도 상관없어요. 제가 수선하고 지도편달해서 쓰면 되니까요. 그냥 레일바이크만 자주 태워주면 만사 오케이지요!”

영미가 발개진 눈을 깜빡거리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 조건이라면 아우라지에 널렸으니까 언제든 오셔서 고르세요.”

트렁크를 닫으며 기남이 이죽거렸다.  

“야호, 신난다! 다음에 올 때는 이따 만한 캐리어를 가져와야겠어요. 널린 남자들 마음껏 주워 담게.” 

영미가 만세를 부르듯 팔을 들었다가 이내 커다란 원을 그렸다. 

“많이 주워서 뭐하게, 맘에 드는 딱 하나면 되지.” 

정아가 타박조로 말했다.

“저렇게 뭘 몰라. 다다익선이잖아. 모아다가 각자 일을 분담하게 하는 거지. 밥하고 설거지하는 신랑, 빨래하고 청소하는 신랑, 나무 베고 장작 패는 신랑, 밖에 나가 돈 벌어오는 신랑, 나 피곤할 때 안마해주는 신랑...”

어머니가 애써 참고 있던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신랑을 구하는 게 아니라 하인을 구하는 거구나.”

정아가 혀를 차며 눈을 흘겼다.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본 기남이 차 뒷문을 열며 어서 타라는 손짓을 했다. 다시 분위기가 차분해졌다. 영미가 은지를 부르더니 주머니에서 지폐 몇 장을 꺼냈다. 애한테 무슨 돈을 이리 많이 주나. 정아가 제지하자 영미가 팔을 가볍게 뿌리쳤다. 눈치를 살피던 은지가 재빨리 허리를 접어 배꼽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지폐를 명랑하게 흔들며 폴짝거렸다.

정류장에는 정아만 다녀오기로 했다. 정아와 영미가 차에 오르자 기남이 문을 닫아주고 운전석으로 갔다. 창을 내린 영미가 손을 내밀어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갔다가 또 와. 어머니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영미는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어머니와 은지가 두 그루의 크고 작은 나무처럼 서서 손을 흔들었다. 영미의 표정이 급속도로 무거워졌다. 기남이 말을 붙였으나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는 못했다. 

차는 서울행버스보다 먼저 정류장에 도착했다. 정아가 표를 끊었다. 5분 정도 기다리면 버스가 온다고 매표원이 알려주었다. 기남이 길 건너 카페로 커피를 사러 갔다. 정아와 영미는 정류장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전신에 봄볕이 나른하게 쏟아졌다. 영미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나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리도 박복한 것일까. 동생 교도소로 보낸 것도 모자라 나까지 콩밥 신세라니.”

“너무 걱정 마. 다 잘 될 거야.”

정아가 팔을 뻗어 등을 토닥거렸다.    

“진짜 미치겠어. 세상이, 이 사회가 왜 나한테만 이리도 가혹한지.”

영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이게 마지막 시련일 거야. 눈 딱 감고 이번 고비만 넘겨보자.”

정아가 사정조로 말했다.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잘근거리던 영미가 이윽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차라리 지금 바로 튀어버릴까?”

“어디로?”

“오사카. 가면 당장 먹여주고 재워줄 친구가 둘이나 있어.”

“그럼 수배자가 될 텐데. 게다가 관광비자로 가니까 고작 3개월밖에 머물 수가 없잖아. 그 다음은 어떡하려고.”

“그냥 거기서 잠수 타는 거지. 불법체류자로. 어차피 좀 있으면 우림각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 그럼 우린 진짜 벼랑 끝에 서게 되는 거야. 저번에 마담언니가 은밀하게 그러더라. 곧 성매매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것 같다고.”

놀란 정아가 고개를 돌려 영미를 쳐다보았다.  

“그거야 오래 전부터 예견됐던 거잖아. 다른 업소들이야 어차피 숨어서 하는 입장이니 타격이 크지 않지만 우림각은 다르지. 바로 망하는 거야.”

정아의 뇌리에 강 회장의 얼굴이 스쳤다. 이어 미친개의 불콰한 표정도 스쳐갔다. 버럭 겁이 났다. 영미 말처럼 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강 회장에게 갚아야 할 돈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수입이 끊기면 그걸 어떻게 해결한단 말인가. 그러다보면 미친개에게 다시 손을 벌리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무슨 대책이 있을까? 정부에서든 어디서든.”

“뭐 직업 교육을 시켜준다는 말이 있긴 해. 근데 그게 무슨 대책이 되겠니. 그거 믿고 일 그만 둘 애들이 몇이나 되겠어. 단속이 시작되면 풍선효과만 일어날 게 뻔해. 지하나 골목으로 들어가 은밀하게 영업하겠지. 그러고 보면 우리가 제일 불리해. 우림각 문 닫으면 일본 손님들을 무슨 수로 유치하느냐고. 그래서 요즘 눈치 빠른 애들은 일본 쪽으로 나가려고 여기저기 줄을 대고 있어.”

기남이 커피를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문득 정아의 뇌리에 의족을 했던 사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름이 뭐였더라. 우구이스다니에서 왔던 그 손님. 그에게 부탁하면 뭔가 도움을 주지 않을까. 정아는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아무튼 그건 나중 일이고 우선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지. 내 생각에는 일단 들어가서 조사를 받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말대로 상표법 위반이니까 실형을 때리지는 않을 것 아냐. 벌금이야 마담 언니가 내줄 테니까 걱정할 것 없고.”

“그랬으면 좀 좋겠냐만. 그래도 혹시 실형 나오면 사식은 네가 넣어줘야 돼.”

영미가 횡단보도를 바라보며 소곤거렸다.  

영미를 버스에 태워 보내고 기남과 함께 차로 왔을 때 마침 휴대폰이 울렸다. 장 마담이었다. 통화버튼을 누르기가 무섭게 영미는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고 화를 냈다. 다그치는 장 마담에게 조근 조근 설명했다. 혹시 저쪽에서 찾는 연락을 할까봐 부러 전화기를 끈 거라고. 영미가 이미 출발을 했다는 말에 장 마담은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평소 정돈되고 세련된 화법을 구사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장 마담이 이리 안절부절못하는 것은 그만큼 사태가 급박하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라고 정아는 짐작했다. 듣고 있던 기남이 쭈뼛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정아는 별일 아니라며 시치미를 뗐다.     

기남이 운전을 시작했다. 정아는 차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차는 강을 따라 이어진 포장도로를 부드럽게 달렸다. 햇살이 정면에서 날아왔다. 실내 기온이 올라가자 점점 나른해졌다. 기남이 라디오 채널을 뒤져 은은한 연주 음악을 들려주었다. 아스팔트를 벗어나 오솔길로 접어들자 강이 숲에 가려 사라졌다. 한참을 달려서야 강이 다시 나타났고 멀리 우뚝 솟은 교각이 보였다. 눈이 스르르 감겼다. 눈이 감기자 영미가 보였다. 파르르 입술을 떨고 있었다. 영미를 혼자 보낸 게 자꾸 마음에 걸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차가 속도를 줄이는가 싶더니 덜컹거렸다. 정아는 눈을 떠 창밖을 바라보았다.

“여기가 어디야? 왜 하필 차를 철길 아래에다 세우니?”

“이 자리가 아우라지 최고 명당이다. 위를 올려다보지 말고 그냥 편하게 앞을 봐. 가슴을 탁 펴고. 그럼 정처 없이 흘러가는 물이며, 간지럼을 타는 조약돌, 저기 강물 위로 내려온 산 그림자가 눈 가득 들어온다. 그뿐이냐, 눈을 감으면 강물 떠나가는 소리, 뻐꾸기 소리,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며 풀벌레 소리가 귀에 가득해져.”

“시인 나셨네. 아무리 그래도 여긴 기차 변기에서 오물이 떨어질 것 같아.”

목을 빼 위를 쳐다보던 기남이 뒤늦게 깔깔거렸다. 

“내가 자주 쉬어가는 곳이야. 의자를 젖히고 몸을 맡기면 신기하게도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이 저 강물과 파란 하늘 위로 사라지곤 하지.”

기남이 눕힌 의자에 몸을 맡기며 말했다. 정아도 손잡이를 당겨 의자의 각도를 넓혔다. 교각 사이로 잘린 하늘이 보였다. 

“선생질은 재미있냐?”

기남이 팔을 베개 삼으며 물었다. 뜻밖의 질문에 정아는 흠칫 놀랐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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