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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쇼핑백: 서울 알레고리2011
구정원 JW STELLA기획자를 만나서

JW2.jpg


구정원 JW STELLA는 런던과 서울을 베이스로 하여 다양한 문화권에서 다양한 큐레이팅 활동을 하고 있는 독립 기획자(Independent Curator) 이자 문화 중개자 (Cultural Mediator)이며, '마이쇼핑백: 서울알레고리 2011'를 기획하였다.
유로저널: 독립 기획자와 컬쳐 미디에이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두가지의 연관성에 대하여 설명해준다면?
구정원: 독립 기획자란 어느 특정 미술관의 소속이 아니라, 미술관이나 비영리 기관들의 초청을 받아 기획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컬쳐 미디에이터는 다문화 시대와 지구 지역화 시대 (Glocal Era)를 살아가고 있는 본인이 큐레이터로써 보이는 시대적 반응이라 정의 할 수 있겠다. 현대 미술은 이 시대적 현상을 반영하는 시각적 재현으로써 다양한 문화적 맥락에서 현대 미술을 이해하기 위해 아티스트가 속해온 하나 혹은 그 이상의 문화들을 이해하는 것은 필요 불가결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창의적이고 날카로운 작가적 행위를 통하여 다양한 문화적 교배가 재미있게 생성 될 수 도 있다. .. 이것이 바로 내가 큐레이팅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바 이다. 현대미술을 통한 컬쳐스터디.. 한마디로 비쥬얼한 맥락에서 동시대 문화인류학을 연구 해 나가는 과정이라 설명 할 수 있겠다. 따라서 현대미술 큐레이팅은 문화 중개인으로써 역할을 하는 하나의 방법론이다.
 
유로저널:큐레이터란 무엇인가?
구정원: 라틴어의 ‘cura’로 영어로는 ‘care’ 즉 ‘치유하다’는 의미를 지닌 접두사에 기인한다. 즉 미술관 박물관의 콜렉션들을 돌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미술관/박물관의 콜렉션들을 관객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소개하고 소통하게 하기 위한 방안으로 콜렉션들을 모아 인문학적인 지식을 배경으로 한 전시들을 만들어 관객에게 더욱 흥미롭고 교육적으로 예술에 다가가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였고 이때부터 전시 기획자로서의 큐레이터의 역할이 시작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작가적 주체만이 강조되었던 모더니즘 시대의 미술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과 함께 읽혀지며, 더 이상 장소적인 맥락에 구애 받지 않는 동시대 현대미술에서 큐레이터의 전시 기획자로서의 역할은 더 확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큐레이터라는 직함이 너무나 광범위 하면서도 편협하게 사용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일반 상업갤러리에서 근무하는 분들도 큐레이터의 직함을 가지고 있는가 하면, 한국의 큐레이터 협회에 조인하는 조건은 미술관에서 몇 년간 큐레이터로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그럼 전 세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독립 큐레이터들은 큐레이터의 범주에 속하지 못하게 되는가? 글쎄…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미술관이라는 용어도 상당히 관대히 사용이 되는 것 같다. 관련하여 논하려면 인터뷰가 삼천포로 빠질 것 같아.. 이부분은 여기서 이만 하는 것이 좋겠다. 


Curators-Lulwah_Al-Homoud&JW_Stella.jpg 


유로저널: 한국 큐레이터로서 지난해 상하이 세계 엑스포에서 현대 미술전 <나밧: 존재의 사유 (NABATT: a sense of being)>전시를 기획했다. 어떻게 가능했나? 


구정원: 나밧: 존재의 사유 (NABATT: a sense of being)>전시는 지난해 상하이에서 열렸던 2010 상하이 월드 엑스포의 공식 현대 미술 전시였다. 강익중 작가가 디자인한 한국관 바로 앞에 위치 했던 사우디 아라비아 왕국의 국가관의 커미션을 받아 상하이에 있는 국립 미술관인 '두어룬 현대 미술관 (Duolun Museum of Modern Art)'에서 사우디 출신 아티스트와 공동 기획한 작품이다. 광주 비엔날레를 이탈리아 출신의 큐레이터가 기획을 하고, 부산 비엔날레를 일본인 큐레이터가 기획을 한다. 문화적 다원주의 시대에서 한국 큐레이터가 사우디 지역의 현대 미술을 기획하는 것에 대해서 의아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본인의 다문화에 대한 철저히 개인적인 취향과 리서치에서 비롯된 인연으로 제작한 큐레이팅 작품일 뿐이다.
본인의 다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이야기 하자면… 영국에서 공부한 한국인으로써 서구가 만들어낸 프레임안에서 겉도는 타 지역 문화에 대한 misconception에 대해 뼛속 깊이 느꼈었다. 이는 후기 식민지적인 입장에서 오는 그들의 관점에 대한 열등감으로 대항한다기 보다는 경험부족에서 오는 시대 착오적 생각임을 일깨워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서구의 잣대에서 보면 여전히 타자의 입장인 본인 또한 나에게 또 다른 타자의 문화권이었던 아랍지역에 대한 인식을 로이터가 사각의 모니터를 통해 쏴주는 정보에만 의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깨닫고 머리를 한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나의 문화인류학적인 면에 초점에 맞추어진 큐레이팅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 기인하게 되었다.
사우디 문화에 대한 관심은 어느날 우연히 선물받게된 사우디 향수의 깊은 매력에 이끌러 시작이 되었고, 직업상 자연스레 이 지역의 현대 미술에 대한 관심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중 한 작가를 제주도 도립미술관 개관전이었던 '숨비소리'에 소개를 하였는데, 그것이 이지역 현대 미술과의 첫번째 인연이라면 인연이라 들 수 있겠다.


SDIM0777.jpg 


유로저널: 나밧: 존재의 사유 (NABATT: a sense of being)전시에 대해 설명해달라 


구정원: 나밧: 존재의 사유 (NABATT: a sense of being)d은 사우디 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시문학의 연구에서 출발되었다. 다른 아랍권의 문화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나, 시문학과 서예는 이 문화권의 예술의 장르에서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물에 대한 묘사가 장려되지 않아 시각 미술이 상대적으로 발전 할 수 없었던 문화적 배경에서 언어는 이 모든 예술에 대한 갈증을 해소 시켜주는 tool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나바티 시 (Nabatti Poerty)는 말로써만 구전되어온 즉흥 시로써 엄격한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마치 재즈 음악처럼 그때 그때의 감흥을 풀어내는 시의 장르이다. 이는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인들도 구사 할 수 있는 그야 말로 국민시로 자리 잡아오고 있다. NABATT은 모든 것의 근원이 되다 라는 의미로써 사우디에서 현대 미술의 역할을 대신 해온 나바티 시의 정신을 전시에 반영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이 전시는 비단 현대 미술 전시의 개념이 아니라, 시, 음악, 서예가 나밧이라는 개념으로 협업이된 총체적 개념의 종합예술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다. 본 전시를 위해 사우디 전통의상인 아바야를 입고 사우디의 수도의 리야드, 제다, 그리고 다맘지역을 다니며 아티스트 리서치 여행을 다녀왔다. 이러한 생생한 경험은 그들의 미술을 현대 미술의 스탠다드한 프레임에서가 아니라 그것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배경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고 무엇보다 로이터 통으로 받았던 사우디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을 맞게 된 커다란 계기가 되었다. 지난 7월 레바논의 수도인 베이루트에서 열렸던 아트페어 메나사트(MENASART Fair)의 교육프로그램의 패널로 초청받아 간 적이 있다. 주제가 '중동현대 미술을 현재와 미래' 대략 이러한 내용이었는데 그때 본인이 청중들 앞에서 한 말이 생각이 난다. '중동'이라는 프레임은 영국이 만들어낸 상당히 정치적/지역적 용어인데 왜 아트를 이러한 프레임 안에 끼워 맞추고 그 안에서 아웅다웅하는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예술의 보편성, 지역적 정체성 이 모두 예술의 범주에서 보면 위험한 용어들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아티스트가 아닌 개인 혹은 국가의 정체성 먼저 찾고 예술을 논하는 것이 순서인 것 같다.

유로저널: '마이쇼핑백: 서울알레고리 2011'으로 넘어와 보자, 이 또한 이러한 문화적 맥락에 기인한 큐레이팅인가? 


구정원: 그렇다. '마이쇼핑백: 서울알레고리 2011'은 전시를 통하여 서울의 동시대 문화를 정의 한다 라는 개념이 아니라 '서울의 동시대 문화의 한 단면, 그것도 2011년 8월 1일부터 31일까지 서울의 동시대의 모습을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한 개인의 시각으로 엿 본다는 개념의 프로젝트이다. 문화는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과정을 거쳐서 진화한다. 특히 모세혈관처럼 긴밀하고 끊임없이 연결된 지금의 인터넷의 세상에서 이러한 진화는 지금 이순간에도 유기적으로 끊임없이 이루어 지고 있다. 따라서 한 지역의 문화에 대한 보편적인 정의는 이제 더 이상 무의미한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6.25동란의 참사로 훼손된 나라' 아니면 '삼성이나 엘지가 이루어낸 IT신화를 이룬 나라' 혹은 '비빔밥'의 나라에 한정되어있는 서구인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Artist_Saddeik_Wasil.JPG 


유로저널: 서울알레고리와 마이쇼핑백의 연관성은 어떻게 되나? 


구정원: 이번 전시는 비단 문화적인 맥락에서 뿐만이 아니라 후기 포스트 모던 시대의 미술에 있어서 '차용'에 대한 실험적인 도전이기도 하다. 더 이상 오리지널리티의 개념이 무의미해진 시대 그리고 저자가 사라진 동시대 현대 미술에 있어서 '차용'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포스트 프로덕션에 대한 차용 즉 이미 어느 특정인에 의해 제작되어진 이미지의 차용 혹은 이론의 차용에서 머무르지 않고 본인은 본 프로젝트를 통해서 제 3자를 통한 '시각' 혹은 '인식'의 차용을 시도하고자 하였다.
본 전시에 소개될 오브제 들은 8월 한달간 배정현이라는 서울에 거주하는 한 쇼핑칼럼리스트에 의해 취합된 다양한 물건들이다. 쇼핑칼럼리스트라는 직업상 대부분의 오프제들은 쇼핑이라는 행위를 통해 취합된 것 들이다.
이러한 오브제들은 8월 한달간 서울의 동시대를 보여주는 '알레고리들'로써 보여지게 되는 것이고 부제인 마이 쇼핑백은 이러한 배정현의 시각을 대변하는 은유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배정현이 취합한 오브제들이 서울을 상징하는 알레고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180여개가 넘는 문화권에서 온 런던의 관객 한사람 한사람이 전시장 안에 디스플레이된 오브제들을 통해 느끼고 인식하는 서울의 모습까지가 서울의 알레고리가 되는 것이다. 즉 기존의 '와인은 예수님의 피', '황금사과는 비너스'를 상징하는 고정된 형태의 알레고리의 개념이 아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환하는 알레고리를 의미한다. 다시말해 본 전시는 단지 늘어놓고 보여주는 일방 통행 식의 전시가 아니라, 능동적인 소통의 형식으로 그 소통의 피드백까지가 전시의 완성이 된다. 한국의 미술사가 윤난지 박사가 그의 저서 '현대미술의 풍경'에서 언급하였듯이 '저자가 사라진 시대의 미술은 보는 형태가 아닌 읽는 텍스트가 된다. 미술가는 오브제의 제작자가 아니라 기호의 조작자가 되며, 관람자는 소극적인 관조자에서 능동적인 독해자가 된다.' 따라서 마이쇼핑백: 서울알레고리 2011는 서울의 동시대 문화를 소재로한 소통의 현대미술 퍼포먼스로 이해할 수 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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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앞으로의 계획


구정원: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서울알레고리' 동시대 미술의 가지는 장소 특정적(Site Specific)의 미술의 특징 뿐 만이 아니라 '인식 특정적(Perspective specific)'인 맥락에서도 부합하기에 앞으로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진행이 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첫 번째 소통의 장으로 보고 피드백을 통하여 앞으로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다. 개인적인 또 다른 큐레이팅 프로젝트로는 내년 4월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서울포토 Seoul Photo 2012'의 특별전으로 아랍문화권의 현대 미술 사진전을 기획하고 있고, 같은 해 9월 상하이 두어룬 현대 미술관에서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전 '우리'를 준비중에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실험적인 시도에 공감하고 협조해준 라스카톨라 갤러리 디렉터인 발렌티아 포아에게 우리 전시 팀을 대표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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