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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현
- 옥스포드 대학(University of Oxford)에서 실험 심리학(Experimental Psychology) 전공
- 현재 런던 시티 대학(City University)에서 상담 심리학(Counselling Psychology) 박사과정
 
유로저널: 한국인으로서는 드물게 영국에서 심리 상담가의 길을 걷고 계신 노세현 님을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영국에는 언제, 어떤 계기로 오셨는지부터 시작해 볼까요?
 
노세현: 네, 이렇게 저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금융권에 종사하셨던 아버지께서 1989년도에 영국으로 주재원으로 나오시면서 처음으로 영국에 왔습니다. 이후 5년간 영국에서 지내다가 다시 한국으로 귀국한 뒤에, 한국에서 초등학교 1~4학년을 다니다가 10세 때였던 1997년도에 다시 영국으로 와서 지금까지 정착해서 지내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대학에 입학하면서 ‘실험 심리학’이라는 전공을 택한 이유는?
 
노세현: 저와 다섯 살 터울인 오빠가 A레벨 과정 중 심리학을 공부했었는데, 오빠가 가족 식사 시간에 심리학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을 들으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때부터 심리학,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GCSE를 마치고 부모님과 함께 다양한 나라로 여행을 다니면서, 그렇게 해외 여러 곳을 다니며 다양한 삶을 경험하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해외 봉사를 다닐 비용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어렸을 때 집에 ‘내셔널 지오그래피(National Geography)’ 잡지가 많았는데, 그것들을 보면서 특히 아프리카나 기타 오지 지역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 지역들을 다니며 심리학 분야를 통해 봉사를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원래 상담가가 되고 싶었는데, 영국에서는 정식 상담가로 일을 하려면 학부 과정에서 심리학을 전공해야 합니다.
 
유로저널: ‘실험 심리학’이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공부하는 것인지요?
 
노세현: ‘실험 심리학’은 단순히 ‘심리학’과는 다릅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심리학 내 다양한 분야들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게 ‘실험 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1학년 때부터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많이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저 역시 약 500명 가량 되는 대상자들을 모집해서 연구를 하고, 통계를 내는 등의 공부를 했습니다.
 
유로저널: 그렇다면 옥스포드 대학을 선택한 이유는?
 
노세현: 당시 저는 단순하게 옥스포드는 문과생 가는 학교고, 이과생은 캠브리지를 가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다른 학교를 선택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왕이면 문과생이 가는 최고의 대학인 옥스포드에 입학해서 그 동안 저를 위해 수고하고 헌신해주신 부모님께 보답해 드리고, 부모님을 자랑스럽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런던대를 가고 싶은 마음도 살짝 있었지만요. (웃음)
 
유로저널: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각별하신 것 같습니다. 오늘날 노세현 님이 있기까지 부모님의 역할이 많이 컸었나요? 현재 부모님께서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요?
 
노세현: 많은 한인 이민 가정이 그렇겠지만, 저 역시 부모님의 헌신과 도움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제가 성취한 것들은 절대로 제 혼자 힘으로 이룬 게 아니라, 항상 무조건적으로 저를 지지해주시고 믿어주신, 특히 잔소리도 안 하시고, (웃음) 늘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신 부모님의 역할이 더 컸기에 늘 부모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초창기에 한국에서 혼자 지내시면서 회사를 다니셨던 아버지께서 나중에는 영국으로 오셔서 저희와 합류하셨고, 아버지께서 일찍 은퇴를 하셔서 현재 저희 부모님께서는 잉글랜드 북서부 해안가 블랙풀(Blackpool) 지역에서 The New Osterley Hotel(http://www.blackpool-hotels.biz/)이라는 호텔을 운영 중이십니다.
 
유로저널: 아직도 많은 한국인들은 세계적인 명문 옥스포드 대학에 대해 많이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옥스포드 입학을 위해 특별히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요?
 
노세현: 당연히 예상하고 계시겠지만, 학업 성적이 우수해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다방면의 활동 경력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옥스포드를 처음 방문하는 날, 대학 정문 입구에서 문지기처럼 안내하시는 분들을 만나는 순간부터 제가 옥스포드로부터 평가되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교수님과 입학을 위한 인터뷰를 하면서 소통능력과 논리력을 평가받고, 또 옥스포드에 입학하려면 무엇보다 자기 주관이 매우 뚜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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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옥스포드에서의 생활을 어땠는지요? 특별히 좋았던 점, 또 어려웠던 점은?
 
노세현: 옥스포드는 사실 면적 상으로는 그렇게 큰 지역이 아닙니다만, 그 작은 공간 안에서 다양한 분야들을 매우 깊이있게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들이 주어진다는 점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한 편으로는 한국인으로서 다른 한국인들과 외국인들 사이에서의 인간 관계가 어렵기도 했습니다. 저처럼 어렸을 때부터 영국에서 살아온 이들이 아닌, 한국에서 성장하여 옥스포드로 유학을 온 이들 중에는 한국인들끼리만 어울리는 부류도 있었고, 또 외국인들과만 어울리는 부류도 있었는데, 저는 두 집단 모두와 균형있게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고, 그러나 시간은 한정된 만큼, 인관 관계적인 면에서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유로저널: 옥스포드 대학이나 옥스포드 대학의 학생들이 갖고 있는 한국에 대한 인식은?
 
노세현: 사실, 제가 옥스포드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한국에 대한 인지도는 박지성 선수가 유일했습니다. 제가 재학 중이던 당시 옥스포드 학생 한인회가 활성화되면서 외국인들을 초청하는 다양한 행사들도 개최했고,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들이 마련되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영화,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들이 매우 높더군요. 한 편,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옥스포드에 재학 중인 한인 학생들의 역할이 매우 큰 것 같습니다. 이들이 외국 학생들과 더욱 많이 어울리고 융합된다면, 옥스포드에서 한국에 대한 인지도는 더욱 올라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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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옥스포드에서 느낀 점들이 있다면? 또는, 미래의 옥스포드 후배들에게 조언을 주신다면?
 
노세현: 이렇게 말해서 조금 그렇지만, 옥스포드에서 한인 학생들과 지내다 보니, 역시 한국인의 특징인 벼락치기가 보이더군요. 물론, 때로는 벼락치기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 유용한 경우도 있지만, 결국 균형잡힌 삶과 매일 매일의 꾸준함이 없이는, 외국 친구들을 따라잡기가 매우 힘들다고 봅니다. 학업 성적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면 시간 관리 능력을 갖추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바빠 보이는 생활일 지라도, 어떻게 시간을 분배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서, 원하는 목적도 충분히 성취하고, 또 삶을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한 편, 옥스포드는 워낙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있고, 또 상당한 수준의 노력을 요구하는 학업 과정이기에, 늘 1등만 하던 이들에게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제공된다고 봅니다. 저 역시 나름대로 상위권 성적으로 옥스포드에 입학했지만, 수업이 너무 어렵고 과중해서 거의 울뻔 적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해 단순히 우수한 성적만이 목표가 아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에 대해 깨달을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후배들에게 드리고 싶은 조언은, 미래에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알기가 어려운 만큼, 최대한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발견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소중한 인생을 아름답게 즐길 필요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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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조금 다른 얘기도 해보겠습니다. 런던 한국영화제에서 통역을 하시는 등 통번역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세현: 네, 대학 2년 때 옥스포드 학생 한인회 총무일을 하던 중,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주최하는 런던 한국영화제 일정으로 옥스포드에서도 상영회를 한다고 하셔서 일할 사람을 구했습니다. 거기에 지원해서 당시 박찬욱 감독님의 통역을 맡게 되었고, 이후 어쩌다 보니 다양한 문화행사에서 통번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어린 시절부터 영국에서 지냈음에도 한국어 실력 및 한국적인 정서가 그대로 유지된 비결이 있다면?  
 
노세현: 부모님께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에 대해 제법 단호하셨습니다. 처음에 영국에 와서 유치원을 다녀온 뒤에 어머니께 왜 나는 금발이나 파란 눈을 갖고 있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어머니께서 놀라셔서 아무리 우리가 영국에서 살아도 한국인의 본질은 잊지 않도록 교육을 시키겠다고 다짐하셨다고 합니다.
 
유로저널: 현재 상담 심리학 박사과정 2학년에 재학 중이시면서, 또 실습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사과정을 하면서, 실습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또, 이론과 실제 상 다른 점은?
 
노세현: 박사과정 1학년 시절 제가 정말 이 길을 가야 하는 지 고민했습니다. 상담이라는 게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 그야말로 내공도 필요하고, 인생 경험도 축적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상담을 공부하는 분들은 보통 다른 분야에서 몇 십년 종사하다가 커리어를 전환하신 분들이고, 학교에서도 연령대가 어느 정도 있는 학생을 선발합니다. 저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그러다 보니 실제로 환자들을 만났을 때 내가 제대로 그들을 상담할 수 있을 지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처음 실습을 나간 곳은 NHS 내에서 마약, 알코올 중독자들을 상담하는 일이었는데, 첫 상담 때 제가 상담해야 하는 살아있는(?) 사람을 보고 놀랬습니다. ‘아! 내가 정말 사람과 상담을 하는구나!, 내가 아직은 아무 실력도 없는데 이 일 해도 되나?, 이들에게 도움은 커녕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와 같은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결국은 평생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유로저널: 영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시지만, 그럼에도 어쨌든 겉모습은 전형적인 동양인인 만큼, 영국에서 상담가로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인종적인 장벽이나 어려움을 없으셨는지요?
 
노세현: 상담을 받는 것은 낯선 이에게 자신의 문제점을 얘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담가의 국적, 성별, 나이, 말투 등 모든 요소들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제가 담당했던 마약 중독자들의 상당수는 7,80년대 펑크 시대부터 파약을 시작해서 지금은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고요. 그야말로 딸 정도밖에 안 되는 어린 동양 여성에게 상담을 받는 게 쉽지 않았겠죠. 하지만, 꾸준한 대화와 노력을 통해 결국 그 벽을 허무는 게 제게는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한 환자들을 상담하는 일이 상당한 스트레스가 되어서 상담가 자신이 오히려 상담이 필요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노세현: 네, 맞습니다. 사실, 상담가가 되려는 분들 중 상당수가 그 자신이 상담의 도움을 필요로 했던 분들입니다. 그런 어려움을 겪어봐서 다른 이들을 상담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어느 학교에서 상담학을 공부하든, 상담학을 공부하는 이들은 학업 중 그 자신 역시 꾸준히 상담을 받고, 환자와 함께 있으면서도 환자로부터 어느 정도 선 이상은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만의 안정을 유지하는 법을 배우게 되어 있습니다. 저 역시 상담을 받고, 또 가족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삶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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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듣다 보니 상담가가 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혹시 이 길을 택하신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으신지요?
 
노세현: 누군가를 상담하는 순간 살아있음 느끼는 만큼, 이 일을 천직이라고 생각하기에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노세현 님의 계획, 꿈은?
 
노세현: 일단,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심리학자가 되는 것입니다. 박사과정을 마치면 다양한 분야에서 상담 일을 하다가, 나중에는 국제기구에 들어가서 상담 전문가로 전 세계를 다니며 봉사 하는 게 제 꿈입니다. 물론, 그러는 중에도 늘 현실 충실하게 즐기고 싶습니다.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좋은 이야기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노세현 님의 멋진 꿈이 이루어지도록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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