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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교수
약력: 서울대 경제학부
캠브리지 대학 석/박사
1990: 캠브리지대 경재학부 교수
2005: 대통령 자문 정책기회위원회 위원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뮈르달 상' (2003년)과 '레온티에프 상' (2005년)의 최연소 수상자인 캠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를 만났다
그의 저서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는 전세계 경제학도뿐만 아니라 지도자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장하준 교수를 통해 세계와 한국을 돌아보고 우리의 자화상과 미래로의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유로저널: 역사는 거창한 사상이나 주의가 아닌 하나의 사건에 좌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봅니다.
지난 2001년 9.11 사건 이후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로 명명되는 미국의 부시 행정부나 영국의 블레어 정부가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으로 인해 지금도 수많은 민간인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테러란 소수의 약자가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정치적 의사표현으로 금세기에 생긴 것이 아니라 수 천년 전부터 지속되어 온 행위로 볼 때 네오콘들이 주장하는 '예방적 자위권(Anticipatory Self-Defence) 차원에서의 선제공격(Preemptive Action)에 대한 합리화' 또한 유사이래 강대국들이 약소국에 침입할 때 써왔던 공식문구라 할 것 입니다. 교수님께서는 테러와 함께 시작된 21세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계신지요. 덧붙여 앞으로 어떠한 양상으로 변화될 것인지도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하준: 구소련연방(USSR)이 존재할 당시에는 미국의 독단이 통하질 않았습니다. 구소련연방의 해체와 독일의 통일 후유증, 일본의 거품이 빠지는 등으로 인해 미국중심의 단극화가 시작되었다 할 것 입니다.
80년대 쟁쟁한 경쟁자들이 즐비하던 시절의 잔돈푼을 두고 싸웠던 미국의 편협함이 경쟁자들의 몰락 이후에도 그대로 지속되었지요. 결국 미국의 행위는 '사다리 걷어차기' 식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들은 강대국의 권리를 누리면서 후발국들의 강대국 되기를 방해하는 전형이라 할 것 입니다. 이러했던 미국중심의 단극화가 해체되는 과정이 21세의 서막을 열었다고 봅니다.
이 단극화 해체에 가장 큰 동인으로 작용한 것이 중국과 인도의 등장 입니다. 중국의 고성장으로 인해 유가가격이 폭등하고 또한 철광석을 비롯한 자원 부족으로 미국 혼자 뜯어먹던 풀밭에 다른 새끼 공룡들이 끼여 드는 꼴이 된 것 입니다. 러시아 또한 푸틴의 등장으로 경제상황이 호전되어 할당된 풀밭이 좁아지는 형세지요.
이들 새끼 공룡들은 2-30년 후면 미국의 덩치만해질 것 입니다.
또한 미국 코치까지 영입해서 시도했던 아르헨티나의 IMF식 경제개혁이 결국 실패로 끝나자 미국이라면 꾸뻑 죽는 시늉까지 해왔던 많은 남미 나라들조차 미국의 지도력에 노골적으로 도전을 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정책의 실패로 인해 그 동안 골목어귀에서 미국의 하수인 역할을 충실히 해왔던 일부 아랍국가들조차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을 아랍국들의 승리라고 내놓고 말할 정도면 소위 “지존”으로서 영 체면을 구긴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결과 지금까지 미국 마음대로 요리되던 세계 경제시장이 삐걱거리게 되고 결국 국제수지뿐 아니라 가정경제의 역사상 최대적자를 기록했고 미봉책으로 국채를 남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 입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들이 1930년대 대공황 정도는 아니겠지만 상당히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미국중심의 단극화 해체는 상대적으로 EU와 브라질, 중국 등 다극화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며 이미 인도, 브라질 등을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만드는 것이 거론되는 등 UN기구의 개혁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중동문제와 경제 상황으로 인해 여론이 변화되기 시작했고 비록 네오콘들이 자신들의 기본틀을 바꿀 수 없다 하더라도 외부적 압력에 못 이겨 변화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유로저널: 보수주의 혹은 전통주의자들은 역사와 문화를 인간사의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각한반면 자유주의자들은 경제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할 때 교수님께서는 신자유주의에 분명한 반대를 나타내셨는데요.

장하준: 신자유주의는 19세기 자유주의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 자유주의는 극도의 방임주의로서 국가의 갑섭을 일체 배제하는 것 이었습니다. 은행마다 통화를 발행하여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국가가 관리하는 중앙은행을 반대했고 또한 특허의 정부독점에도 반대를 했습니다. 이들은 민주주의조차 반대했으나 1,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방임주의는 몰락했다고 볼 것 입니다. 자유무역과 대비되는 보호무역은 이미 미국이나 영국에서 강력하게 시행된 역사가 있습니다.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헤밀턴의 경우 영국과의 자유무역을 강력 반대했습니다.  그는 신생국가인 미국의 경쟁력이 갖추어 질 때까지 외국산(영국) 수입품을 최대한 억제하는 유치산업 [幼稚産業- 장래에는 성장이 기대되나 지금은 수준이 낮아 국가가 보호하지 아니하면 국제 경쟁에 견딜 수 없는 산업]을 주장해서 미국을 강대국의 대열에 오르게 한 장본인 입니다. 미국은 1830년대 이후 100년간 공산품관세를 제일 높게 매겼고 2차대전 이후 세계최고의 경제강국이 된 이후에야 자유무역을 주장했지요.
현재도 불리한 것은 개방을 안하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현재 한국 정부와 미국정부간 논의 되고 있는 FTA(Free Trade Agreement-국가 간의 모든 무역 장벽을 제거하는 협정/자유 무역 협정(自由貿易協定)체결에 교수님은 대통령 자문위원이면서도 반대했는데 한국 정부가 왜 FTA를 그리 서두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장하준: 세계교역 10대국가인 한국이 자발적으로 미국에게 FTA를 요구한 것은 미국측 입장에서 보면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것' 입니다. 미국정부와 FTA를 체결한 국가들은 주로 친미의 중동국가 몇 몇, 중남미 저개발국가 등이고, 그래도 무역량이 어느 정도 되는 국가로는 호주가 유일합니다.
현 한국 정부는 막연히 자유무역을 주장하나 미국측이 요구하는 4대 선결 조건(쇠고기, 의약, 자동차, 스크린쿼터) 가운데 하나인 스크린퀘터(Screen quota: 극장이 자국의 영화를 일정기준 일수 이상 상영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현재 40%에서 FTA이후 20%로 축소예정) 예만 보더라도 FTA가 어떤 포커판에서 논의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끗발 높은 카드는 다 공개하고 따라지 끗발로 버티기를 하고 있는 꼴 입니다.
한국은 이제 가격경쟁국가에서 이미지 경쟁국가로 변환되고 있고 그래야 합니다. 스크린쿼터라는 유치산업보호에 힘입어 많은 재능 있는 감독과 영화인들이 한국의 이미지를 높여왔다고 봅니다. 그런 보호가 없었다면 누가 헐리웃 영화에 대항하여 영화를 찍을 모험을 감행할 것이며 좋은 인력들이 영화 쪽에 몰려들겠습니까?
UN 산하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 협약에 동의하지 않은 국가가 미국과 이스라엘 밖에 없습니다.
세계 영화시장의 85%를 독점하는 미국영화 지배하에서 저질의 영화 끼워팔기를  제동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가 바로 스크린 쿼터 입니다.
칸느 영화제에서 프랑스인들이 한국의 스크린쿼터 축소반대에 한국인들 보다 더 지지한 것은 한국의 경우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님을 잘 알기 때문 입니다. 영화를 통해서 타 문화를 접촉하는 것이 가장 큰 문화 전파수단 중의 하나인데, 우리나라에서 유럽과 남미 등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도 미국영화의 독점 때문입니다.
미국이 원하는 FTA는 단순히 상품 무역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적 재산권, 의료체계, 교육체계, 자본시장 규제 등 거의 모든 제도가 영향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저는 반대이지만, 꼭 미국과 FTA를 체결해야겠다면, 미국 전문가를 양성하여 미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미국 제도 중에 진짜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이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를 잘 연구한 후에 체결해도 늦지 않습니다.
유로저널: 미국전문가라면 한국에도 많은 미국 유학생 출신들이 있지 않겠습니까?

장하준: 친미(親美) 파는 있으나 지미(知美)파는 드뭅니다. 미국을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요. 미국에 대한 상식 수준의 역사조차 무관심하고 미국의 장. 단점을 모르고 있으며 또한 알려고 하는 노력도 부족합니다.
미국은 실체가 아닌 이미지로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에게 보여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한국교표들조차 유럽여행을 와서는 미국과 유럽의 표피적 대비 수준에 불과한 관찰을 하여 “미국이 역시 더 살기 좋은 나라다”하고 돌아가는 정도 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유럽보다 가게들도 늦게 열고 서비스 값도 낮아 살기에 좋지만, 이것은 많은 저임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는 이야기이거든요.  단순히 영어배우기에 급급할 뿐 미국시스템의 장. 단점을 파악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가 잘못 접근하는 것 중에 하나가 미국의 기술개발연구지원실태입니다. 한국 정부는 20%정도만이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나 미국은 50%이상을 정부가 지원합니다.
미국시스템은 절대 자유방임시스템이 아닙니다. 교과서적 상품포장용 이미지만 추종할 것이 아니라 미국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지미파를 키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미국을 알기 위해 발을 담그면 지미파가 되기 전에 숭미(崇美: 무조건 미국 것이 좋다고 하는 태도)파가 되어버린다거나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에서 장학금을 주어 미국으로 유학생을 불러들여 친미파나 숭미파를 키워온 것은 한국의 삼성이라는 재벌이 사회지도층이 될 재목들을 포섭해온 것과 비슷하다 할 것 입니다.

유로저널: 자연스럽게 한국의 재벌문제로 넘어가게 되는군요.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삼성의 예를 보더라도 언론, 정치, 사법 등 삼성의 장학금이 뿌려지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한 국가의 지도자급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재벌이 뿌려대는 돈에 의해 끌려가게 된다면 그 국가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을 것 입니다만.

장하준: 재벌에 대한 순수한 사업적 측면과 사회적 영향력은 나뉘어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다각화된 기업집단으로 재벌의 순환출자구조 등에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일부 재벌, 특히 삼성의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미래 지도자들에 대한 친삼성파 육성을 위한 포섭 등 사회악적 행위는 재벌의 해체가 아닌 정치자금법 등을 통해 규제해야 합니다.

유로저널: 정치자금법을 만드는 정치인들 또한 삼성에서 장학금을 받지 않은 사람은 드물텐데요.
장하준: 기업이 정치에 관련된 활동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 규제해야지 자본의 집중을 막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예만 보더라도 1982년에 반독점법을 이용해 AT&T라는 거대기업을 해체했지만, 또 마이크로 소프트나 월마트 같은 거대기업이 등장했습니다. 자본주의 특성상 경제력 집중은 불가피한 것입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정부가 기업에 개입하면 독재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한국의 역사상 독재와 정부개입이 중첩되어 왔으나 이는 명확히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선진국들은 정부의 기업활동에 대한 개입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유로저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좋은 예가 되겠군요.

장하준: 박정희 전대통령의 경우 독재와 경제는 구별되어야 합니다.
1960년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아프리카 가나의 절반도 되지 않았었습니다. 유치산업 보호 및 국내자본의 국외 유츨 반대 등 박정희 전대통령의 한국 경제성장에 공헌한 것에 대한 평가가 너무 가볍게 생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로저널: 한국인의 화끈한 특성이 그대로 노출된 정권이 이번 노무현 정부가 아닌가 합니다. 대통령이 직접 코드인사를 강조하는데 서로 같은 전압만 쓰게 된다면 220볼트가 필요한 전기밥통과 3볼트가 필요한 엠피3가 변압기도 없기 같은 코드를 쓰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장하준: 한국인의 밀어붙이기는 강한 강점일 것 입니다.
그러나 장점이 때로는 단점이 되기 때문에 장점과 단점이 상호 보완관계가 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노정권의 코드인사 문제는 내각제 상황하에서는 문제가 될 게 없습니다. 집권당과 공무원간에, 집권당의 강령에 따른 일종의 계약관계가 성립하니까요.
그러나 한국의 대통령제에서 막대한 권한이 주어지는 장관을 단순히 코드가 맞는다고 비전무가를 앉힐 때는 문제가 다릅니다. 요즘 한국에서 일어난 인사문제도 그 까닭이라고 봅니다.

유로저널: 이제 노조 문제를 짚어볼까 합니다. 민노당의 원내진출로 한국의 많은 개혁지지 세력들이 희망에 들떠 있었습니다만 그 희망은 허망으로 돌아와 버리고 말았습니다. 유럽국가들의 노조와 비교하여 어떻습니까?

장하준: 양극화의 심화와 노조문제는 모두 사회복지가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소득재분배전(세금 이전의 소득)의 양극화는 유럽이나 다른 선진국들이 훨씬 더 심합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소득재분배 비율(세금)이 너무 낮기 때문에 시장 자체를 억눌러 그 불평등을 눌러왔지요. 대기업 혹은 강성노조가 있는 곳에 취업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즉 한국 경제구조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자영 영세상인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차이는 너무 큼니다. 노조가 가진 것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해 더 강성화 됩니다. 노조에도 가입할 수 없는 비노조원들은 아무런 혜택이 없어 이러한 귀족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갈 수 없습니다.
북구 유럽 국가들은 복지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노조조직률이 8-90%가 되어도 노조가 거의 쟁의를 하지 않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노조비율은 높지 않으나 사회적 영향력이 큰 것은 이들 노조의 쟁의 행위가 단순히 노조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실업문제, 빈민문제 등 사회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 입니다.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오늘 인터뷰에 참석한 이혁진군을 비롯한 미래 한국을 짊어지고 나갈 어린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장하준: 젊은 세대들은 미래를 멀리보고 준비해야 합니다. 기성세대들이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하겠지요.
2-30년 후 혹은 3-50년 후 국제사회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예견해야 합니다. 인도나 브라질 전문가를 몇 년 안에 키울 수는 없는 겁니다.

유로저널: 장시간 인터뷰에 감사 드립니다. 다음 인터뷰에서는 한국의 교육현실과 교육개혁을 주제로 인터뷰를 나눴으면 합니다.


   인터뷰어
유로저널 영국지사장
박운택
philip21c@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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