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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전통적으로 독실한 기독교 국가였다. 특히, 웨일즈는 1904년 기독교 대부흥을 겪으면서 전세계에 그 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한국 개신교사의 첫 순교자이자 100년 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성경을 전파하러 왔던 로버트 제르마인 토마스 선교사를 파송함으로써 한국과 귀한 인연을 맺은 곳이다. 이러한 영국 기독교와 신학교의 정통성 때문에 한국의 많은 목회자들, 신학생들이 영국을 찾아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인 목회자나 신학생들이 교민 목회에만 치중한 탓에  현재 런던에만 약 50여 곳 이상의 한인교회가 존재하게 되었으며, 그로 인한 문제점들 또한 여럿 노출되고 있다. 반면, 영국의 기독교는 급격히 쇠퇴하여 수 많은 교회들이 문을 닫고, 설교를 전할 목사들의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아직 서른이 채 되지 않은 젊은 한국인 신학도가 웨일즈 신학교에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신학 강의 및 현지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있어  이 땅을 찾는 한국 목회자, 신학도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최성호

1980년생
맨체스터 대학 종교,신학 학부,
런던 대학 성서 신학 석사,
현재 웨일즈 대학 신학박사 3년 과정
2006년부터 웨일즈 현지 교회 설교
2007년부터 Wales Evangelical School of Theology 학부 강의
2008년 3월 27, 28일 미국 신학 SBL 컨퍼런스 강의 초청
2008년 7월 6~11일 뉴질랜드 Auckland 대학 국제 컨퍼런스 강의 초청    


한인신문:  반갑습니다. 일단, 영국에 언제,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간단한 가족사항 부탁드립니다.

최성호: 네,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영국에는 1992년 12월 26일 웨일즈에 처음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당시 중학교 2학년, 제 남동생은 초등학교 5학년 이었습니다. 저희 형제는 어머님과 영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고, 아버님은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기러기 아빠’를 약 12년간 하시게 되었죠.

한인신문: 당시만 해도 웨일즈에 한인교민들이 많지 않았을 텐데 특별히 좋았던 점, 어려웠던 점은, 혹은 이민 초창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최성호: 현재도 한인 교민들이 런던에 비해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처음 왔을 때는 정말 영어를 못 하면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로 외국인 자체를 구경하기 힘들었습니다. 따라서 영어를 습득하기까지는 우리 가족 모두가 참 힘들고 난감한 순간을 거쳐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영국 문화와 언어를 남들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배울 수 있었죠.

한인신문: 웨일즈라는 지역에 대해 본인이 소개하고 싶은, 혹은 웨일즈에 대한 본인의 느낌은?

최성호: 웨일즈는 저희 한국 교회사와 굉장히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로버트 제르마인 토마스라는 선교사이자 첫 순교자를 웨일즈에서 조선땅으로 보낸, 깊은 기독교 역사가 있는 곳입니다. 반면에 웨일즈 부흥으로 한때 뜨거웠던 열정이 이제는 식어, 교회 절반이 문을 닫고 평균 성도 연령이 보통 70~80세입니다. 선교사를 전 세계 파송하고 엄청난 하나님의 축복을 누렸던 이 곳은 분명 저희들에게 그리스도를 알게 해준 믿음의 선배이며, 현재는 저희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선교지 입니다.

한인신문: 신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는?

최성호: 흔히 성경을 교회 안에서만 읽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저 개인적으로 신앙심이 투철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만큼, 성경은 저에게 신의 계시록으로 절대적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또한 한 국가의 역사이며, 정치이며, 문학이며, 철학입니다. 성경 안에 내제되어 있는 지혜와 원리란 끝 없는 우주와 같이 심오한 것입니다. 따라서 끊임 없이 연구를 통하여 성경이 현재 사회에게 무엇을 말 해주고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원리를 어떻게 실제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더 깊이 알기 위해 신학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한인신문: 대부분 영국에서 거주 중인 한인 목회자들이나 신학도들이 한인교회나 한인사역을 하는 데 반해 본인은 영국 사역, 특히 웨일즈 현지 사역을 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최성호: 모두가 결국은 복음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한 것인만큼, 둘 중 무엇이 더 가치가 있다고 말 할 수는 없겠죠. 해외 한인 사역 또한 아주 중요한 하나님의 일임에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언급했듯이, 현재 영국, 특히 웨일즈 교회들은 저희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한국 교회의 열정과 예배를 이곳에 전달해야 합니다. 웨일즈는 현재 한국 기독교가 이만큼 부흥하기까지 목숨을 아끼지 않고 복음을 전파한 본거지이기 때문에 100년이 지난 후 이제는 우리가 이 빚을 갚아야 할 때가 왔다고 봅니다.  

한인신문: 한국 기독교와 영국 기독교의 차이점이 있다면?

최성호: 영국 기독교는 수백 년에 걸쳐 이 나라의 문화와 정신에 깊이 뿌리 박힌 만큼, 이들은  ‘성숙한’ 기독교인이라는 느낌을 주게 합니다. 즉 예배가 뜨겁지는 않아도, 비록 몇 천명, 몇 만명 성도들이 모이지는 않아도, 이 사람들 말 한마디에, 그리고 행동에 그리스도를 본 받는 삶이 무의식적으로 묻어 나온다는 거죠. 이러한 영국의 깊이 있는 저력은 우리 한국 기독교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들은 다음 젊은 세대들에게 이러한 복음의 원리를 가르치는데 실패하였기 때문에, 현재 영국 교회에서 10대, 20대 젊은이들을 보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결국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없는 교회는 머지 않아 쇠퇴하게 될것입니다.

한인신문: 한국인(동양인)으로서 현지 사역을 하는 데 장단점, 또는 특별히 어려운 점이 있다면?

최성호: 저는 영국에 거의 15년째 살고 있기 때문에 문화나 언어의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만약 이 부분이 해결이 안 된다면 현지 사역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어려운 점이 있다면 영국은 오랜 세월 전 세계 식민지를 거느린 나라였던 만큼, 외국인이, 특히 동양인이 자신들을 가르치고, 자신들에게 설교한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허용하지 않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니 겁 없이 나이와 인종에 관여하지 않고 전진하고 있습니다.

한인신문: 한국인들이 영국 현지인 사역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또 앞으로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지?

최성호: 저희 어머님께서는 웨일즈 장로 교단에서 최초로 외국 여성 목사 안수를 받으시고 웨일즈 중부 지방에서 현재 영국 교회 두 개를 맡아 사역하십니다. 한국인으로서 영국 현지인 사역을 하는 것은 상당히 드물지요. 영국에 수 많은 목회자들이 있지만 대부분 한인 목회나  학위를 목표로 와 계시고, 언어와 문화의 장벽 때문에 현지인 상대 목회가 쉽지는 않습니다. 영국에서 신학을 하시는 분들이 대게 한국에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앞으로 이곳 웨일즈에 한국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이 해야 할 일들이 많을 거라 예상됩니다.

한인신문: 특별히 영국 현지 사역에 대한 비전을 품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최성호: 우선, 교회의 부흥과 열매를 성도수나 교회 건물 크기(재력)로 판단하는 잘못된 관점을 버려야 합니다. 비롯 10명 미만의 노인들이 모여 예배를 드려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예배라면 그것 또한 의미 있는 일입니다. 따라서, 수만 명 모이는 교회 분위기에 익숙해진 한국인들은 영국의 초라한 교회들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우월감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현지문화 습득에 대한 필요성을 상실하게 됩니다. 따라서 영국 현지인 사역을 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문화와 언어 습득은 필수이고, 이 사람들을 겸손한 자세에서 섬긴다라는 마음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인신문: 최근 한국에서는 반기독교 정서가 그 어느 때보나 높고, 한국 교회와 기독교계의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신학을 하고, 현지 사역을 하는 사람으로서 현재 한국 기독교, 한국 교회가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여기는지?

최성호: 한국 기독교는 세계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엄청난 파워와 성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를 비평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고, 따라서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라 봅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이제 한국 교회가 해야 할 중대한 임무는 세계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신학자를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엄청난 성도 숫자와 거대한 교회 건물은 서양 기독교인들을 놀라게 하지만, 이를 이론적으로 정립시켜줄 수 있는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한국 신학자들은 소수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적 수준을 가진 신학자들이 한국에 들어가기를 꺼려한다는 안타까운 사실입니다. 이는 한국 기독교 성장에서는 엄청난 손실이고, 더 나아가서는 국가적 손해 입니다. 한국 교회의 막대한 성장력을 더 이상 교회의 양적 팽창에 집중하기 보다는,  이제 한국 바깥으로 눈을 돌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신학자들을 양성하고, 도움이 필요한 현지 사역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최성호 군은 지난 13일에 Wales Evangelical School of Theology에서 열렸던 성주그룹 김성주 회장의 강연을 주선하기도 했다)

한인신문: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최성호: 당장 3월 말에 미국 뉴욕에서 있을  Society of Biblical Literature & American Academy of Religion라는 신학 컨퍼런스에서 신약학 강의 초청을 받아 준비 중이고, 7월 초부터 중순까지 뉴질랜드 Auckland University에서 있을 국제 신학 컨퍼런스에도 강의 초청을 받았습니다. 두 강의 모두 주제는 ‘The Christological use of the “Royal-Enthronement” Psalms in the Gospel of Matthew and their significance for Trinitarianism’라는 저의 박사 논문을 토대로 하였는데, 좋은 성과를 거두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한인신문: 귀한 시간 할애해 주시고, 좋은 얘기 들려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최성호: 감사합니다.


한인신문 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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