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 이병훈 건축이사를 지난 2월 28일 오후 2시 한인문화회관 건축 공사 현장에서 만났다. 한참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는 바쁜 가운데에서도 짬을 내서 고마운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이병훈 건축이사의 인터뷰 내용을 기사로 정리했다.
현재 한인문화회관이 들어서는 도나우 파크내의 녹지대는 원래 쓰레기 매립지라고 한다. 즉 쓰레기 매립장을 공원화한 것이다.
한국에도 그런 사례가 많이 있다. 대구수목원이 쓰레기매립장에서 수목원으로 탄생했고 김해쓰레기매립장이 요즘 유채꽃 천국으로 유명하며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이 월드컵 공원으로 거듭난 사례가 있어 시민들은 쓰레기매립장을 녹지대로 활용한 것에 익숙해져 있다.
이곳에서 1964년 국제가든엑스포가 열렸고 현재의 한인문화회관이 당시엔 호수위에 지어진 레스토랑이었다. 그러나 이 건물이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관리되던 건물로서 한인회가 얻게 된 것은 실로 기적에 가까웠다. 그것도 자신들의 문화재를 타국민에게 내어 준다는 자체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한인회가 어떤 노력 끝에 이 건물을 얻게 되었는지 그 고충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수많은 금지 조항이 있었지만 당국자를 설득하고 또 설득한 끝에 이루어 낸 결과였다. 한인문화회관이 지금의 문화재를 보다 더 훌륭하게 계승 발전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당국자들의 마음을 열게 된 계기였다.
비엔나에서 건축학을 공부한 송효상 건축가의 설계를 받은 한인문화회관은 거장의 숨결을 담은 예술품이 되었다. 한국인의 정서 속에 자리잡고 있는 옛 선비들의 풍류와 정취를 이끌어 내기에 딱 안성맞춤인 호수 위에 자리하고 있는 한인문화회관은 한국 정원에서 없어서는 안될 정자의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첫눈에 보기에도 정자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한인문화회관은 외부 외에도 내부까지 실로 감탄이 이어질 만큼 꼼꼼하고 섬세한 설계가 돋보였다. 실내외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설계된 자동 창문과 한국의 전통 가옥에서나 볼 수 있는 분합문의 형식을 빌려온 최첨단 자동 공법으로 실내를 개방하기도 하고 폐쇄하기도 하는 놀라운 구조로 변신했다. 한국 전통 가옥에서만 볼 수 있는 독창적인 분합문 개념은 한인문화회관의 용도에 맞게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는 기대치를 한층 더 높였다.
이곳에는 한인회 사무실과 760㎡의 다목적용 세미나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영부인인 오스트리아 태생의 프란체스카여사의 기념관, 한글학교, 음악홀, 티하우스 등이 들어올 예정이다.
한편 문화회관의 공간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이 너무나 뛰어난 것에 놀라웠다. 아무리 시끄러운 괭과리 장고 북 소리가 도나우 파크를 들썩여도 민원 하나 없을 것 같은 야외공연장과 국제가든엑스포가 열릴 만큼 아름다운 정원, 어린이 놀이터, 넉넉한 주차 공간, 한인문화회관을 포근히 감싸고 있는 호수와 그 호수 위에는 아담한 아치형 다리가 있다. 그 다리에서 바라보는 한인문화회관과 그 뒤로 유엔 건물이 한 폭의 그림처럼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이병훈 건축이사는 “비록 문화회관이 시내에 있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비엔나에서 이런 천혜의 환경은 찾기가 힘들 뿐 아니라, 이것은 한인문화회관의 장점인 만큼 두고두고 사랑받는 한인문화회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병훈 건축이사가 들려주는 한인문화회관 건축 스토리는 끝이 없었다. 향후 개관과 함께 한인문화회관과 관련한 건축 특집을 싣기로 하고 아쉬운 한인문화회관 공사 현장 답사를 마쳤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문화 유산이기 때문에 향후에 우리의 보금자리를 자세히 소개한다면 한인문화회관이 비엔나의 한인들에게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남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스트리아 유로저널 김경호기자 eurojournal15@eknews.net
문화회관 전경 사진 -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 이병훈견축이사(왼쪽)로부터 한창 공사중인 한인문화회관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공사중 사진 - 두달 남짓 남은 공사 현장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재 내부 시설 마감과 외부 정원, 담을 쌓는 공사가 남아 있다.
다리에서 본 문화회관 사진- 아치형 다리에서 바라본 한인문화회관 전경, 뒷편으로 도나우의 고층빌딩과 유엔건물 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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