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 김우상)의 지원으로 본 대학에 한국역사 교수직(FTTP)이 만들어졌으며, 4월1일자로 박희석 박사가 초대 교수로 임용된다. 올해 한독 수교 130주년을 맞아 독일에서 한국역사를 강의하는 자리가 만들어지고 실제로 독일 학생을 대상으로 우리의 역사를 가르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봄이 와야 정상인데 아직도 하얗게 쌓여 있는 눈과 싸락눈이 꾸역꾸역 내리고 있는 추운 날씨에 박희석 교수와 최재진 한국국제교류재단 베를린 사무소장을 만나봤다.
3월19일 화요일 오전. 한국을 다녀온 지 며칠 안 된다며, 본으로 이사해야할 짐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박 교수는 아직도 소년 같은 느낌을 주는 수줍음이 가득한 웃음으로 반겼다. 박 교수가 풍기는 소박하고 해맑은 미소에는 평생 동안 공부로 삶을 보낸 학자의 순수함이 엿보였다. 그는 독일의 까다로운 과정과 치열한 경쟁을 극복하고 본 대학에 새로 설립된 한국역사학 Jun.-Prof.로서 우리 한국 역사를 독일 학생들에게 강의하면서 함께 연구하는 중책을 맡게 된 것이다.
유로저널: 안녕하세요? 박 교수님, 먼저 정식 교수님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정식 교수로 임용 될 때까지 어려움도 많았을 것이고 경쟁도 꽤 치열 했을 텐데 본 대학 교수가 되신 과정을 좀 말씀 해주세요.
박희석 교수: 한국 역사학 교수직에는 여러 경쟁자가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독일인, 영국인도 있었지만 제가 선택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인이 적합하다고 생각해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본 대학에는 일한학과 (Department of Japanese and Korean Studies)가 설치되어 있는데 2010년부터 일한학과 학과장인 ‘쬘너’(Prof. Dr. Reinhard Zöllner) 교수가 한국역사학 과목개설을 추진해왔지요. 한국역사학 과목 개설에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예산지원(60%)이 있었습니다.
유로저널: 독일은 교수들이 모두 공무원으로 채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한국 국적을 소유하고 계신 교수님도 공무원으로 채용됐는지 궁금합니다.
박희석 교수: 아직 한국 국적과 독일 무기한 영주권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도 독일 공무원 교수로 채용됐습니다. 공무원이 되면서 비싼 건강보험이 좀 벅차다고 느꼈
지만 더 많은 장점으로 보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유로저널: 축하드립니다. 한국학을 하시게 된 동기와 교수님에 대한 소개도 해 주시지요.
박희석 교수: 네 저는 1980년-1981년/1984년-1991년 부산 동아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1988년-1990년 부산 Deutschlandkunde 연구원의 전임연구원으로 일하다가, 1991-92년 대학 교환 프로그램으로 뮌헨대학에 연구원으로 나왔습니다. 박사 연구자료를 수집하다가 자극을 받았는데, 독일인들이 한국에 대해 잘못알고 있는 부분들을 제대로 알리고 싶었습니다.
고국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1994년 제가 34살 되던 초봄에 한국학을 하기로 결정했지요. 그 이후 한국에 돌아가 박사 논문을 쓰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포기하고 독일에서 삶을 새로 개척하기 시작했어요.
1994년-1997년 베를린 자유대에서 독어독문학, 철학을 전공했고 1998년-2001년 베를린 훔볼트대에서 한국학과, 독일어 언어학을 공부했습니다. 2001년 베를린 훔볼트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2009년 에르푸르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2009년부터 베를린 자유대 한국학과 전임연구원으로 일해 왔습니다. 이제 4월1일부터는 본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게 됐지요.
저는 젊었을 때 워낙 수줍음이 많았고 내성적 성격이었는데 용기를 내서 뮌헨에서 베를린으로 이주하고 본격적으로 독일 생활 속에 뛰어 들었지요. 독일을 알게 되고 유럽을 알게 되면서 한국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됐고, 한국에 대한 애정도 점점 커져 갔습니다.
애정이 커지면서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하게 되었지요. 98년 훔볼트 대학에서 3년간 한국학을 공부한 데 이어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에어프르트대에서 한국학을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2011년 여름 Bonn 대학 교수직에 응모하여 교수로 임용되었습니다. 본대학 쬘너 교수가 한국학과와 역사학을 키우고 싶어 했는데, 마침 자리가 비어있었기에 제가 교수로 임용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본 대학에 한국학은 한국 문화사와 한국사로 편성되어 있으며 석사과정도 있습니다. 한국학 박사학위는 프랑크푸르트대, 함부르크대, 베를린 자유대, 튀빙엔대, 보쿰대, 본 대학 등에 개설되어 있습니다
유로저널: 4월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교수직과 계획은?
박희석 교수: 4월 중순부터 학기가 시작되면 우선 제일 먼저 학생들을 알고 수준을 파악한 다음 겨울 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알차게 강의할 예정입니다. 학술 세미나를 본 대학에서 할 수 있도록 추진하여 본대학 한국학과를 알리는데도 노력할 생각입니다. 특히 독일에서 한국학 체계를 제대로 세우고 싶으며, 한국 역사와 문화, 현대 유교적 측면에서 한국인의 삶 등을 연구하여 한국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인적 네트워크 구축과 한국학에 더 많은 관심을 키워 나가기 위해 많은 후배들을 양성하는 것도 제 목표입니다.
유로저널: 임기동안 한국학과를 따로 개설하는 것이 가능한지?
박희석 교수: 재정 지원이 주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형성되어야 겠지요. 중요한 것은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장기적인 과정이 될 것으로 봐야겠지요.
유로저널: 본대학에 현재 한국(역사)학 학생 수는 몇 명이나 되나요?
박희석 교수: 현재 한국학 학생 수는 약 40여명이며, 한국어 번역 전공이 약 60명, 그 외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40-60여명 됩니다. 현재까지는 한국학이 1년 전부터 시간강좌로 실시되고 있지요.
유로저널: 박 교수님의 저서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소개 해주세요.
박희석 교수: 제 책은 모두 독일어로 써졌는데 원문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1) Die gestörte Morgenstille. Eine kleine Geschichtsphilosophie Koreas.
Paderborn: Mentis (zusammen mit Prof. Dr. Dr. Rainer E. Zimmermann), 2005
2) Schamanismus ohne Magie: seine ideelle Rolle und praktische Funktion in der südkoreanischen Protestbewegung. München: IDIUCIUM, 2009
3) Hanguksa: Einblicke in die Geschichte Koreas. Seoul, 2013
그 외 번역으로는 „옛거장들“ („Alte Meister“ v. Thomas Bernhard), Seoul: Hyunamsa 현암사 (zusammen mit Younsoon Kim)가 있어요.
유로저널: 이사 준비로 무척이나 바쁘실 텐데 오늘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교수님의 새로운 생활 속에서 늘 행복하시고 성공적인 출발이 되길 기원 드립니다.
독일 Bonn 대학은 2011년 한국역사학 교수직 공모에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영향 없이 대학 단독적으로 적격 인물을 선정했다고 한다.
젊은 시절에는 부끄럼이 유난히 많아 청중 앞에 서면 아무 말도 나오질 않아 고역을 치렀다는 박 교수가 이젠 당당한 독일의 정식 교수가 되어 독일인들에게 한국역사를 알리고 연구하는 자리에 우뚝 서게 되었다. 이날 아직도 조금의 수줍음이 남아있고 잔잔함을 풍기는 박 교수와의 대화 속에서 그의 한국역사를 알리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를 역력히 읽을 수 있었다.
본대학 개황
▪설립연도: 1914년
▪단과대학: 16개 학부, 15개 연구소
▪교수진수: 교수 535명/ 강사, 연구원 등 2,200명
▪학 생 수: 34,000명 교류
▪한국학 현황
- 소 속: 일한학과
- 수여학위: 아시아학 학사(아시아 언어 1개 필수(한국어 포함 11개 언어)/ 제2언어 선택)
한국학 석사, 한국어 및 번역학 석사(2012.10~)
독일 유로저널 안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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