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한인촌 바로 옆에는 엡손이라는 곳이 있다.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경마경기가 매년 개최되는데 왕이 참관하는 관례가 있다. 2013년은 ‘에밀리 데이비슨’ 이라는 여성 운동가가 왕실 경주마에 투신 한 백주년이 되는 해다.
1913년, 여성의 참정권을 외치며 숨져갔던 그 여성을 기리며 수 많은 여성들이 참정권 획득 운동에 참여하여 영국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도화선이 되었다. 한국의 NGO 단체 가운데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공동대표를 통해 한국 여성운동의 현주소와 미래를 들어본다.
<한국여성단체연합 10대 (2011-2013) 김금옥 공동대표>
전북민주여성회 간사
전북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국장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현)
한국여성단체연합 부살 여성미래센터 장(현)
6.15남북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공동상임대표(현)
6.15남북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현)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현)
유로저널:
한국여성단체 연합(이하 여성연합)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한다면......
김금옥 대표(이하 김 대표):
1987년 2월 18일에 창립 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전국 8개지부 28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진보적 여성단체들의 연합조직으로 올 해로 26년이 되었다. 각각의 지부와 회원단체들도 지부와 부설기관들을 갖고 있고 제주에서 강원도까지 전국에 걸쳐 분포하고 있는 가장 큰 여성운동조직이다. 그동안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활동은 물론 한국사회의 민주적 발전과 인권향상에도 많은 기여를 해왔다.
여성인권3대 법인'성폭력 특별법', '가정폭력방지법', '성매매방지법'제정, 호주제폐지, 여성정치 세력화, 여성노동자의 권리 향상과 노동권 보장, 여성의 복지 향상, 일과 생활 균형을 위한 정책개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활동 등 쓰레기에서 평화까지 거의 모든 의제를 다루고 활동해 왔다. 회원단체들은 각각 특성을 가지고 (여성노동문제, 교육문제, 이주문제, 지역, 연구, 사회교육, 환경, 보육, 평화와 통일,정치 등등)전문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성연합은 회원단체들 활동을 지원하고, 정부의 정책을 비판 ,견제, 정책개발과 법,제도를 만드는 일을 주로 담당 하는 엄브렐라 조직이다. 또한 국내.외 단체들과 연대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독자적 시민운동조직이다.
유로저널:
다양한 요구들이 봇물처럼 밀려드는 상황에서 개별요구 주장이 언론 관심을 받는 것은 어쩔수 없다. 한 단체만 이끌기도 벅찬 일인데 수 많은 단체들의 연합체를 대표하고 있는 김 대표가 자랑스럽다. 현 시국에 대한 인터뷰를 할 수 밖에 없다. 국회에서 청문회가 진행중인 가운데 시청 앞에서는 촛불시위가 한창이다. 김 대표의 현 시국과 관련한 생생한 의견을 듣고 싶다.
김 대표:
지금 서울시청 광장에서 지난 6월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촛불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국가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지난 18대 대선과정에 불법개입한 사건과 이에 대한 경찰의 은폐수사 등에 대해 국민들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한 국가정보원의 개혁을 요구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높았지만 선거 결과는 다시 보수적인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 과정에 국가정보원에서 야당후보에 불리한 여론을 만들고 확대하는 인터넷 댓글사건이 공개되게 되면서 한국의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소중한 참정권을 침해 받은 것에 대해 분노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이런 목소리가 공감대를 형성하며 확대되어 나가게 됐다.
대학생, 여성, 교수, 성직자, 노동자, 농민, 문화예술인, 심지어 언론인까지 시국선언에 참여하고 있으며 해외 동포들의 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속에서 여야는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하고 특위를 구성하여 국정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당의 비협조로 국정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있어 국민들의 분노는 더 높아져 가고 있다. 한국의 진보적인 시민운동단체들이 진상규명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시국회의를 구성하고 매주 국민촛불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여성연합도 시국회의 참가단체로 함께 하고 있다.
유로저널:
개인적으로는 쓰고 싶지 않지만 작가나 화가 앞에 여자만 여성작가니 여류화가니 하는 말을 붙인다. 영국 작가 가운데 ‘버지니아 울프’가 있다. 그녀는 ‘여성의 참정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성의 경제적 독립이다.’라고 했는데 한국의 여성의 시점은 경제적 자립도 면에서 어느 정도인가?
김 대표:
경제적 독립은 여성이 주체로 사는데 매우 중요한 것이라는데 적극 동의한다. 믿기어렵겠지만 1985년에 여성은 25세가 되면 퇴직해야 한다는 <여성25세 결혼정년퇴직제>가 있어서 이를 폐지하기위한 활동이 있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은행에 처음입사하는 여성은 여행원이라고 했고, 행원고시를 통과해야 행원이 되는 제도가 있어 이를'성전환고시'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여성차별과 성별분업에 대한 인식이 존재하는 한국의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은 매우 심하다.
현재 한국은 경제력과 여성의 교육수준이 매우 높은 나라지만 성격차가 매우 큰나라다. 여성교육수준은 OECD국가 중 1위 이지만 여성지위는 최하위권이다. 남녀임금격차도 1위이다. 한국의 노동시장에는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도 매우심해서 여성연합에서는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위한 활동들을 중요하게 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대다수가 여성들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일하면서도 빈곤을 극복하기 어려운 조건에 놓여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학술지 여성연구의 '성별 고용형태별 임금격차 현황과 요인 분해'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 비정규직 여성근로자의 임금수준은 정규직 남성근로자의 52.4%에 불과했다.국내 비정규직 여성근로자의 열악한 임금은 고용형태보다 성별 차별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남성보다 여성대졸자가 많아도 대기업 신입 공채 여성합격자는 평균 18.5%, 여성경제활동참가율 49.9%, 여성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 61.8%(2011년), OECD 회원국 중 성별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 중앙정부의 4급 이상 여성공무원 비율은 고작 7.4%, 아시아 지역 평균보다 낮은 14.7%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 세계경제포럼(GGI)에서 발표한 성격차 치수는 135개국 중 107위다. 우먼파워, 알파맘, 남성보다 높은 각종 고시합격률 등으로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현상적으로는 높아보여도 여전히 많은 여성들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직·간접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
한국 여성의 경제적 자립은 국가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사회적 문제이다. 여성문제는 단순히 여성들에게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여성과 육아, 교육, 취업, 장애, 이주,성적소수자, 노인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다. 정책 실무자들이 전체를 조망할 안목이 필요한 대목이다. 한국 여성들이 가정폭력이나 사회적 폭력에 노출돼 있는 것도 경제적 독립이 불안하기 때문이다.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향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들에 대한 사회 안전망이 절실하다.
유로저널:
한국인들의 정서상 가장 큰 특징은 개인과 사회에 대한 구별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에 있다고 본다. 가정은 가장 작은 사회 구성체임에도 불구하고 확대된 개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 엄마들의 자식교육 열정 또한 이 연장선 상에 있다고 할 것이다. 자식을 통한 사회적 보상심리라고나…
김 대표:
중요한 지적이다. 개인과 사회의 구별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면서 '가정폭력,을 사회폭력이 아닌 개인들의 사적영역으로 간주하는 인식이 많았으나 여성운동의 성과로 인권의식이 향상되면서 많은 변화를 이끌어 왔다. 어느곳에서 누구에게나 어떤이유로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을 교육하고 훈련해 나가야 한다. 그러한 인권과 평등,반폭력 평화 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공교육은 물론 가정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은 그만큼 우리사회가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의 질주 사회가 됐다는 반증인것 같다. 우리나라는 어느새 극심한 사회적 불평등을 상징하는 숫자, 1%와 99%의 사회가 되었고,.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잊혀진 속담이 되어버렸다. 한번 빈곤층이 되면 탈출할 길은 막히고, 일자리에서, 주거하던 곳에서 내몰려도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 서민의 삶은 나날이 어려워져가고, 대다수 서민들의 삶을 보장할 복지사회 실현은 아직 멀었다. 이런 조건에서 ‘생존은 경쟁에서 살아 남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태어나자마자 경쟁이 시작되어 부모들은 자식들이 경쟁에서 이기도록 지원하려한다. 이것이 지나친 교육과열로 나타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무한경쟁은 그 어디에서 누구도 행복하게 하지 못하고 청소년자살률 세계1위, 노인자살률 세계1위라는 가슴아픈 기록을 갖게 되었다.
반면 자신이 행복하기위해 타인의 행복이 필수라는 인식을 통해 경쟁이 아닌 협력, 나눔, 배려의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사회적 성찰의 목소리들이 있으며, 인문학과 철학 강좌들이 많이 생겨나고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우리사회를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힘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로저널:
한국여성단체연합을 소개하면서 평화와 통일을 위한 활동도 한다고 했는데 여성연합은 여성문제만 다루는 것이 아닌, 통일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것 같다.
김 대표: 지구 유일의 냉전분단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평화와 통일을 생각하지 않고 살 수는 없지 않겠는가. 통일운동은 여성운동과 다른 영역이 아니다. 여성운동이 지향하고 실현하고 싶은 가치 중에 평화도 있다. 분단국가에서 그것도 정전협정 상태에 있어 언제든지 전쟁이 발발 할 수 있는 위협속에서 평화는 더욱 절실한 것이고,전쟁의 피해는 여성과 아동들에게 가장 심각하게 나타난다.
그러니 한반도에서 평화는 남북 분단극복을 빼고는 말 할 수 없는 일이라 여성연합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90년대 중반 최초로 남북민간교류를 성사시키고, 육로를 통해 남북여성이 서로 교류 할 수 있었던 성과를 여성연합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 등 보수 새누리당 정권하에서 남북관계가 단절되어 지난 성과들이 사라지고 후퇴하고 있어 안타깝다. 특히 올해는 정전협정 60주년이 되는 해로 세계평화운동가들의 관심도 높다. 남북이 갈등과 긴장이 아닌 대화와 협력의 관계로 개선되도록 다시한번 여성들이 기여 할 수 있기를 바라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해외동포들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영역이다.
유로저널:
한국의 중앙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현재 223만 명 이상의 유권자가 해외에 살고 있다. 시민권자 포함 전체 재외동포가 7백만이 넘고 있는데 이 수치는 전체 7천5백만( 남한 5천만명, 북한 2천 5백만)으로 할 때 10%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해외살이의 가장 큰 결핍은 문화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문화란 장기간 한 곳에서 생활함으로써 이룩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의지 없이는 해외 동포사회에서의 긍적적 문화를 창출해낼 수 없다. 영국만 해도 관변단체와 직업단체 이외에는 사회단체가 전무하다시피 하고 있다. 민간차원에서 문화를 창출해내는 조직이나 단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 대표:
한국여성연합’은 개인이 아닌 단체들이 구성원이다. 아직 해외에 지부를 만드는 일은 계획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여성단체들과 연대나 유엔여성기구들에 대한 활동은 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현지에서 동포들 중심으로 단체가 구성되면 우리운동의 경험을 공유하고 연대하는 활동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체 구성에 대한 자문이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환영한다.
유로저널:
유럽한인들에게 인사 한 말씀을...
김 대표: 이렇게라도 인사드리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유럽에 나가 현지 동포들의 삶을 보고 싶다. 세계 각국에 벗들과는 수시로 연락은 하고 있으나 단체를 이끌다보니 짬을 내기가 쉽지 않다. 영국의 경우는 든든한 동창인 박 기자가 이렇게 버티고 있으니 언제든 여건이 허락된다면 달려가겠다. 영국은 현대 민주정치의 발상 아닌가. 단체회원들과 배움을 위해서라도 연수를 계획해보려한다. 방문하는 날이 있으면 동포분들께 인사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면 한다. 감사하다.
<학생시절 총여학생회장을 시작으로 전북민주여성회, 성폭력예방치료센터, 군산 대명동, 개복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참사대책위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꾸준한 대책활동으로 성매매방지법 제정에 기여하였다. 전북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국장과 사무처장으로 활동했으며 높은 대중친화력과 포용력으로 여성운동의 지지자와 후원자를 만드는 일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어려운 시기에 여성운동의 소통과 연대의 공간인 여성미래센터 건립과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평화통일,인권, 네트워크 관리등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
박필립
유로저널 국제국장
parkphilip@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