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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년 고향의 전통을 이어가는 바이올린 제작자 알레싼드로 치칠리아띠
프랑크푸르트에 인터내셔널 바이올린 제작자 양성학교(AMA) 설립


수개월 전부터 독일을 비롯해 유럽 한인사회에 바이올린 주문제작 광고를 해오고 있는 이탈리아 현악기 제작 장인 알레싼드로 치칠리아띠 .  치칠리아띠씨는 자신의 이름이 그 유명한 이태리 마피아의 본산 시칠리 섬에서 유래한다고 설명한다. 그가 한국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유학생이었던 한국인 부인을 만난 후이며  지금은 음악, 교육, 종교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 및 한인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의 고향은 수제품 바이올린 제작으로 유명한 페라라(Ferrara).  450년 고향의 전통을 꿋꿋이 이어가는 치칠리아띠는 이제 악기제작 뿐만 아니라 악기제작자 양성학교를 세우고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려고 한다.

인터뷰는 어느 화창한 봄날 오후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도린트호텔  커피숍에서 이루어졌다. 부인 이은주씨가 함께 나와 우리의 의사소통을 도와주었다.  


유로저널: 동포신문에 바이올린 주문 제 작 광고를 해오고 있는데 그 동안 기대한 만큼 성과가 있었나?

치칠리아띠: 신문에 광고를 하는 중요한 이유는 그 동안 한국의 악기상들이 수입악기들을 터무니 없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지나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이를 바로잡고 싶은 생각에서  적절한 가격의 훌륭한 악기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유로저널: 이태리에서 바이올린 제작 장인이 되기까지 어떤 과정들을 거쳐왔나.

치칠리아띠: 이태리의 바이올린 제작의 대가 이바노 코라띠(Ivano Coratti)의 문하생으로 5년간 수업을 받았다. 이후 다시 5년 동안은 바이올린 생산지로 유명한 고향 페라라에 서 전통적인 스타일을 공부했다.이처럼  꼬박 10년간 악기제작을 공부하고 나서 내 자신의 스타일을 발표했는데 다행히도 유럽 악기제조업계에서 바로 내 스타일과 작품의 가치를 인정해 주었다. 지금까지 30년 동안 바이올린을 만들어 오면서 나름대로 명성도 얻었지만, 악기 제작은 마치 학문을 하듯이 끊이 없이 연구하고 공부해야만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 죽을 때까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유로저널: 이태리의 장인교육제도는 독일과 다른 것 같다. 어떤 점이 다른가?

치칠리아띠: 독일에서는 어떤 분야의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서 정한 법정 교육과정들을 이수해야 한다.  학교를 다니며 교육과 실습을 이수하고 끝으로 시험을 거쳐야 독일 마이스터가 된다. 이런 점에서 이태리는 좀 다르다. 이태리에서는 마에스트로 양성 교육기관도 있지만 기술경연대회에 나가서 입상을 하면 장인이 될 수 있다.  경연대회에서 입상을 할 정도면 충분히 마에스트로 수준에 이르렀다고 실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태리의 바이올린 명장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도 악기 기술 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


유로저널: 치칠리아띠 악기만이 갖는 남다른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

치칠리아띠: 방금 말한 것처럼 나는 페라라에서 태어나서 거기서 성장했다. 페라라는 이태리 중서부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로 예술의 고장이다. 1500년대에는 유럽의 음악과 예술의 도시로서 크게 각광을 받은 바 있다. 페라라는 특히 현악기 제작 450년 전통을 지니고 있다.  특히 1800 년대에 이곳에서 배출된 유명한 악기 제작자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는 당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에또레 소프리띠(Ettore Soffritti)라는 대가가 있었다. 나는 이 분의 악기 스타일에 크게 심취되어 그 스타일을 이어받기로 결심하고 열심히 공부했다. 내가 고향에서 5년간 악기를 공부했다고 했는데 바로 소프리띠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만든 악기들의 특징이라면 이처럼 페라라 현악기의 전통을 살린 치칠리아띠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유로저널: 현재 치칠리아띠 악기를 가진 사람 중 세계적인 인물이 있는가?

치칠리아띠: 미국 시카고의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헤르셔가 300년된 스트라디바리와 치칠리아띠를 가지고 있다. 스트라디바리로 연주를 끝까지 할 수 없으므로 연주 중간에 치칠리아띠로 바꿔 연주하고 있다.  물론 연주회 안내서에는 스트라디바리로 연주한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유로저널:  치칠리아띠 바이올린은 유럽에서 어느 정도의 평가를 받고 있는가?

치칠리아띠: 마침 지난 달 독일 에센에서 바이올린 100여종에 대한 소리 테스트가 있어 나도 참여했다. 참가한 악기들 중에는 스트라디바리를 비롯해 소프리띠, 와다니니 등 세계 유명 브랜드들도 다수가 있었다. 연주자는 제품의 이름을 말하지 않고 그냥 연주만 하고 독일인 감정사들이  악기소리만을 듣고 그 품질을 평가를 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서 치칠리아띠 바이올린이 최우수 제품으로 뽑혔다.


유로저널: 악기제작 공부를 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

치칠리아띠: 첫 작품을 만들었던 때를 잊지 못하겠다. 내가 만든 첫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 내가 감동이 되어 바이올린 제작을 계속하기로 결심했다.


유로저널: 악기제작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치칠리아띠: 악기 재료로 사용될 나무의 특성을 알아내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그리고 또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는 칠하는 일이다. 가구처럼 딱딱한 느낌을 주지않고 부드러우면서도 친근감을 주도록 표현해 내는 "칠하기"가 중요한데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칠에 사용되는 신선한 송진은 온도의 변화와 습도에 매우 예민한 물질이어서 취급하는데 매우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재료를 완벽하게 다루며 악기가 매혹적인 모습이 되도록 칠하는 것은 고도로 숙련된 작업이다. 이태리는 기온이 높고 건조한 기후인 반면 독일은 습도가 높아 칠작업에 훨씬 조심하게 된다.


유로저널: 제작하는 악기는 전문가용인가 아니면 대중용인가?

치칠리아띠: 주문제작을 하는 만큼 가격도 싸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이 연습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부담이 될 것 같다. 주로 연주자나 전문가 또는악기수집가용으로 제작한다.


유로저널: 그 동안 제작한 악기 중 최고가는 얼마였는가?

치칠리아띠: 특정한 악기를 특별히 고가에 팔지는 않는다. 다만 앞에서 소개한 내 고향 전통의 에또레 소프리띠 바이올린을 모방한 제품이 가장 비싸게 팔리는데,바이올린은 대략 25.000유로, 첼로는 36.000유로 정도한다.


유로저널: 팔고 싶지 않을 만큼 애착이 가는 악기도 있는지?

치칠리아띠: 몇 개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자꾸 팔라고 해서 더러 팔았고 지금은 2개만 남아 있다.


유로저널:  그럴 경우에는 악기가격이 더 높아지는가?

치칠리아띠: 그렇지 않다. 악기는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과 서로 사랑하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만일 어떤 연주자가 내 악기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그냥도 줄 수 있다.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아닌가. 연주자가 악기를 연주하는 것을 보면 악기와 연주자가 서로 얼마나 다정히 대화를 하고 있는지 느낄수 있다. 그처럼 다정한 그들이 결혼해서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하다.


유로저널: 자녀를 몇이나 두었나, 자녀에게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고 싶은가?

치칠리아띠: 지금은 딸 하나 뿐이다. 바라기로는 우리 딸이 가업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유로저널: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달라?

치칠리아띠: 바이올린을 비롯해 현악기 제작 기술을 가르치는 인터내셔널 현악기 제작 학교를 설립해 후진을 양성하고 싶다.  학교설립은 이미 인가를 받은 상태이며 학교위치는 프랑크푸르트 근교다. 학교이름은 아카데미아 뮤직 앤드 아트(AMA, Akademia Music and Art). 빠르면 금년 겨울학기부터 입학생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입학정원은 일단 소수 정예로 운영할 생각이다. 4년 동안 디플롬 과정을 이수하는 커리큘럼이 마련되었다.

그런데 사실 나는 커다란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학교설립은 이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우리가 구상하는 프로젝트는 수익사업을 위한 것이 아니고 휴머니티와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사랑을 실천하려는 데 있다. 나는 나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의 도구가 되고 싶다.


치칠리아띠씨는 오는 토요일(12일) 비스바덴 한길교회에서 열리는 맹인들을 위한 특별 콘서트에 출연하여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악기를 제작하기 전에 연주자로서 활동했던 경력이 있는 치칠리아띠 씨는 연주 솜씨 또한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올린 제작자가 아니라 연주자로서 치칠리아띠씨를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많은 음악팬들이 참석할 것으로 기대된다. 행사장 주소: 한길교회 Foerer Str. 84, 65199 Wiesbaden, 일시: 12일(토) 18:00


학교입학관련 문의: 이은주 : 02624-943376, 0170-4142043


유로저널
프랑크푸르트지사장 김운경
woonkk@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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