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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종 현  대표      
전 현대전자 영국 법인장
1958년 6월 5일 (음) 생, 고향 : 전남 순천, 가족: 아내와 3녀

박필립: 언제 영국에 오셨는지요.
남종현: 스코틀랜드 반도체 제조 공장 건설관련 현대전자 관리담당으로 발령을 받고 1997년 3월 20일 영국 땅에 첫 발을 내렸습니다. 그 해 IMF가 터져 11월 27일 17억불 공사가 중단되었지요. 그 후 3년 동안 건설 중이던 공장 처리를 위해 동분서주 하던 중 웨일즈에 LG 반도체까지 현대전자에 합병되어 3년 동안 양쪽 회사 처리 문제로 말 그대로 발바닥에 땀나게 뛰었습니다. 당시 IMF를 빠져 나오기 위해 저 뿐만 아니라 한국 국민 모두가 힘을 쏟던 때였지요.

박필립: 웨일즈에서 B&B를 하신 것으로 아는데요.
남종현: LG반도체 인수 업무로 2000년 초에 웨일즈 카디프로 내려왔습니다. 회사 근처에 한국인이 경영하던 B&B가 있었는데 자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회사 정리 절차가 거의 끝날 무렵 본사로 발령을 앞두고 힘든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박필립: 오늘 인터뷰 핵심도 그 부분이 될 듯한데 영국에 정착하신 구체적인 내력을 듣고 싶습니다.

박필립: 4년 넘게 영국 학교에 적응해오던 아이들 교육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저는 한국으로 귀국을 원했으나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지요. 그렇다고 기러기 가족이 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고…17년 동안 조직생활에 익숙해 있던 터라 쉽게 회사를 그만두기가 한편으론 겁도 났습니다.
박필립: 영국에 눌러앉는다는 것은 단순히 교육문제나 직장문제만은 아닐 듯 합니다만…
남종현: 사직서를 제출했어도 수리가 되지 않았어요. 본사에서는 웨일즈 법인장을 계속 유지하라는 발령이 다시 내려왔고..그렇다고 이미 계약 과정 중에 있던 B&B를 물릴 수도 없었습니다. 회사 규정상 겸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저 자신이 책임자로 있으면서 다른 사업을 한다는 것이 용납이 안됐지요. 결국 이 메일로 사직서를 다시 제출하고 본격적으로 개인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사직이 아쉬운 면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가지고 있던 것을 버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박필립: 주재원으로 오신 많은 분들이 아이들 교육문제로 결국 사표를 쓰고 영국에 정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착 과정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되겠습니까?
남종현: 한국에 있는 친구나 친지들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겠으나 부모님이 생존해 계신데 가까이 있지 못한다는 것이 지금도 가장 가슴 쓰린 현실 입니다. 불효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 가족들 몰래 가슴 미어지는 가장의 숙명 이랄까요. 부모님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접할 때 쉽게 달려갈 수도 없는 현실이 외국생활을 하고 있거나 외국에 정착하려는 분들이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 같습니다.
-이 대목에서 인터뷰어나 인터뷰이는 잠시 말을 잃었다. 부모님 특히 어머니라는 단어는 한국 남자들이 평생 거북이 등처럼 지고 살아야 할 넘지 못할 강물로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박필립: 이제 정착 생활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특히 아이들 교육이 영국 뿐 아니라 외국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있는 재외국민들의 공통된 과제 아닐까요?
남종현: 막내가 다섯 살 때 영국에 와서 그런지 한국말이 언니들보다 많이 서툴러요.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 해도 모국어를 잃어버린다면 힘들게 배운 영어의 장점을 살릴 수 없을 것 입니다. 지금은 언니들이랑 한국 드라마도 보면서 한국어를 공부하기 때문에 많이 좋아졌으나 외국 생활을 꾸려가다 보면 까닥 하다가는 아이들 한국어 가르칠 때를 잃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제 웨일즈에서 뉴몰든으로 왔으니 많은 친구들도 사귀고 외로움도 덜하게 되었지요.
자장면도 쉽게 먹을 수가 있으니.

박필립: 웨일즈에서 이곳 뉴몰든으로 이사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남종현: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어요. 아내는 스코틀랜들로 가자고 했고..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게 되니까 외로움도 덜하고요. 한국 음식도 쉽게 먹을 수 있으니… 뉴몰든에 사는 것은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박필립: 장점이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리더쉽이 강하다는 것은 독선적이라는 약점이 있고,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우유부단한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남종현: 모여 사는 것은 최고의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모여 살다 보면 부대끼는 일들도 있겠으나 서로의 못난 점을 보듬고 감싸줄 줄 아는 그런 자세가 특히 외국 생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열쇠가 아닌가 합니다.

박필립:영국에 살면서 가장 기뻤던 일을 무엇인가요?
남종현: 글쎄요…(옆에서 사모님이-'슬픔의 연속이라' ---웃음)
박필립: 제가 인터뷰 하면서 빼놓지 않는 질문이 있습니다. 가장 권하고 싶은 영국 여행지는 어디입니까?
남종현: 인터뷰 한다는 소리 듣고 그 질문에 가장 먼저 준비해둔 곳이 있습니다.(웃음) 제가 처음 스코틀랜드로 발령 받고 와서 그쪽을 많이 여행했지요. 스코틀랜드 서쪽에 있는 Isle of Sky라는 섬을 강력 추천 합니다. 교회 장로님이신 어떤 분이 그곳을 여행하면서 하신 말씀이 '창세기 1장 1절을 생각나게 합니다.'라고..하나님께서 세상을 참 아름답게 만드셨다는 말씀이 체험된다면서요. 제주도 같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지요.

박필립: 마지막으로 로즈가든 PR을 부탁 드립니다.
남종현: PR은 무슨…(손을 내젓는 남사장의 무뚝뚝한 모습이 수줍음으로 변한다. 인터뷰를 몇 번 사양하면서 아직 때가 아니라고 하더니 인터뷰이의 끈질긴 설득에 넘어간 것이다.)

박필립: 저야 자주 와서 알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을 위해서도 이곳을 직접 사장님이 소개해주셨으면 합니다.
남종현: 뉴몰든에 한국 식당들이 많은데 저까지 식당을 내려니 조금 그랬지요. 그래서 한인촌과 조금 떨어진 이 곳에 자리를 잡고 영국식 펍을 인수하여 한국식으로 운영했으면 했습니다. 외국 생활에서 가끔은 한국 정서도 즐겨야 고향생각이 덜 나지 않겠어요? 그래서 노래방도 꾸몄습니다. 그리고 참나무 숯인 백탄으로 구운 숯불갈비를 냉면과 함께 먹는 맛도 고집스럽게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요즘 웰빙 문화가 음식에도 퍼져 많은 분들이 생선을 찾길래 생선을 메뉴에 넣었습니다. 언제 싱싱한 생선회를 한번 대접하지요.

박필립: (귀속말로 -인터뷰 끝나고 한잔 하는 게 원래 순서 입니다.-)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신 것 감사 드립니다. 참 한가지 깜박할 뻔 했습니다. 체육회 축구협회장을 맡으신 것으로 아는데 곧 전 영국 재영한인 축구대회가 있지요?
남종현: 예. 오는 5월19일 날 있습니다. 영국에 없는 어린이날 겸 어버이날을 겸해서 축제로 만들 생각 입니다. 한인신문을 애독하는 많은 독자분들께서 뜨거운 성원 바랍니다.

박필립: 사업 번창하시고요. 준비하는 축구대회 성황리에 열리길 바랍니다.
남종현: 그럼 그 때 재영 한인 여러분께 직접 인사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인신문은 재영 한인들의 진솔한 삶을 찾아가려 한다.
독자제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 드립니다- 한인신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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