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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는 것은 언제나 아름답다. 인간이 지닌 무한한 꿈과 열정이 그것을 통해 꽃을 피우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만큼 감동적이고 또 즐거운 일은 없다. 그 도전은 반드시 거창하고 화려한 것일 필요는 없다. 아주 작은 변화, 새로운 경험을 향해 나아가는 그 발걸음 자체가 도전이기 때문이다. 오늘 새로운 도전에 나선, 여행을 통해 스스로를 발견하고 다른 이들에게 행복을 선물하고 싶다는 이정태 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유로저널: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먼저 영국에는 언제, 어떤 계기로 오게 되셨는지 부터 시작해 볼까요?

이정태: 네, 저는 한국의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회사를 6개월 가량 다니다가 문득 외국으로 나가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게 2004년도였지요. 사실, 당시에 회사 생활을 하면서 그려본 미래의 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한국의 전형적인 기업문화, 경쟁 중심의 사회, 또 한국의 평범한 직장인이 걸을 수 밖에 없는 틀에 박힌 인생이 그려지면서, 그것과는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며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영국행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특별히 영국을 택하신 이유가 있었나요?

이정태: 마침 당시 영국에 사촌 동생이 머물고 있었고, 사촌 동생이 다니던 교회에서 봉사하면서 어학연수를 지원받는 방식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2004년 3월에 영국에 왔는데, 당시 가진 돈이 우리 돈으로 300만원이라, 100만원은 비행기 표를 사고, 200만원을 가지고 영국 땅을 밟았습니다. 제게 영국을 택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셨는데, 저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제가 영국을 택해서 영국에 온 게 아니라, 저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 있어서 영국에 부름을 받고 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영국을 택한 게 아니라 택함을 받은 것이지요. 지금 이 순간까지 이 곳 영국으로 택함을 받고 왔다는 것에 너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유로저널: 그 동안 영국에서 지낸 얘기 좀 들려주세요.

이정태: 처음에는 36주 과정 어학연수를 했습니다. 다른 유학생들처럼 저 역시 식당 설거지부터 사무실 청소까지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영국에 학업을 목적으로 왔던 게 아니었던 만큼, 보다 다양한 실무 경험들을 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영국에 오자마자 이력서를 여러 곳에 넣었는데, 그러다가 2005년 1월 주영한국대사관 정무과 직원으로 채용되어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당시 지원자들 중에는 분명 저보다 공부도 더 많이 하신 분들, 영국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하신 분들도 계셨겠지만, 제가 채용된 것은 제가 그분들 보다 뛰어나서라기 보다는, 채용하는 자리가 정말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멀티 플레이어 역할이었기 때문에 제게 기회가 왔던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한국의 기업 문화 등을 피해서 영국으로 왔는데,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라는 고민도 살짝 들었지만, 일단 최선을 다해 근무하면서, 해외에서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시간이라 여기기로 했습니다. 대사관에서 근무하면서 대인관계, 특히 윗사람을 상대하는 법을 많이 배울 수 있었으며, 업무 상 영국과 관련된 다양한 일들, 가령 영국의 각종 제도 등을 조사하면서 영국에 대해 폭넓게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이제 곧 지난 5년 간의 대사관 근무를 마치게 되는데, 그 기간들을 통해 제가 훨씬 성숙한 사람이 된 듯합니다. 진짜 제 일을 하기 전에 기본기를 연마한, 너무나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유로저널: 영국에서 지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이정태: 저 뿐만이 아니라 30대 전후반 연령대에 해외로 나오는 모든 젊은이들이 똑같이 느끼는 고민일 것 같습니다. 영국 생활 초반에 또래 동기들은 한국에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저 역시 나이는 먹어가는데 나만 뒤쳐지는 것 같다는 불안감이 초반 2, 3년 정도 이어졌습니다. 아무래도 모든 게 생소하고 적응하는 시기였던 만큼, 나이는 30대로 접어드는데 가진 것은 없고, 그렇다고 함께 고민을 나누거나 위로해줄 가족이나 친구도 없고, 제 자신이 너무나 초라한 존재인 듯 여겨졌던 시간들이 참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유로저널: 그렇다면 반면에 영국에서 지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이정태: 제 경우는 처음에는 힘들었던 점이 나중에는 오히려 좋은 점으로, 전화위복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앞서 말씀드린 그런 불안감이 사라지고, 오히려 한국에 있는 대다수의 또래들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경험으로 기반을 쌓게 된 것이 이제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 된 것이지요.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틀에 얽매일 필요 없이, 제가 진정 하고자 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좋습니다. 물론,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지만요.

유로저널: 최근 여행 가이드로 새롭게 변신하셨는데, 어떤 계기가 있으셨는지?

이정태: 사실, 영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평범한 직장 생활 말고, 내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그렇게 내 일을 할 나이도 되었고,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삶을 향한 첫 발걸음이 여행 가이드가 된 것입니다. 그 마지막은 어떤 것이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더 많은 여행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들을 갖고 싶습니다. 일단은 영국 내에서 가이드를 하면서 영국을 탐험하고, 앞으로는 유럽까지 그 무대를 확장하여 세계를 좀 더 배우고 싶습니다.

유로저널: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다가 전혀 새로운 길로 뛰어든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으셨나요?

이정태: 물론, 처음에는 작은 두려움이 있었지요. 그러나, 저는 한국에서도 졸업 후 전공을 살리지 않고 다소 무모했던 벤처업체에 입사했던 것처럼, 안정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도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금 안정되었다고 안주하면 더 이상 인생의 의미를 찾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사관에서 지난 5년 간 근무한 뒤에 발견한 것은, 더 이상 이 자리에서는 나를 발전시킬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도전을 위해 떠날 때가 된 것이었지요. 어떤 사람들은 아무런 도전이 할 필요가 없는 단계를 안정이라 여기지만, 저는 그것을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할 때라고 느낍니다. 금전적으로 힘들어 보일 지라도, 제가 진정 원하는 것을 할 때, 세월이 흐른 뒤에는 제 인생이 더욱 풍요로워졌다는 사실을 모두가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사실, 제 개인적으로는 어렸을 때부터 워낙 가난에 익숙해서 가난이 별로 두렵지가 않습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일이 있는데, 초등학교 1학년 때 즈음 저희 집이 너무나 가난했었는데, 온 식구들이 사이다 한 병을 먹고 싶은데, 사이다를 살 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장롱 밑 등 온 집안을 다 뒤져서 동전들을 긁어 모아 140원을 만들어서 막내인 제가 사이다를 사가지고 왔습니다. 그런데, 슬리퍼를 신고 다녀왔는데 흥분한 나머지 그만 바로 집 앞에서 넘어져서 그 사이다병을 깨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힘든 시간들을 지나왔던 만큼, 외적인 상황이 힘들어지는 것이 무조건 두렵지만은 않습니다.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안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로저널: 여행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본인만의 여행의 정의를 내리신다면?

이정태: 여행은 두 방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여행하는 곳에 대해 배우는 것, 보고, 듣고, 느끼는 것, 세상에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삶이 있구나 하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두 번째는 내 생활을 정지시키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입니다. 걷던 길을 잠시 멈추고 옆으로 비켜서서 내가 걷는 길을 바라보는 것, 일종의 인생점검과도 같은 게 바로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로저널: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여행은, 또 한국에서 영국으로 오는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다면?

이정태: 제 개인적으로는 친한 친구들 9명이랑 헤이스팅스 근처의 코티지를 빌려서 2박 3일간 지냈던 여행입니다. 영국 시골집을 경험하면서, 친구들과 밤에는 바비큐를 하고, 낮에는 바닷가에 나가고, 우리끼리 체육대회도 하고, 비록 제가 여행 가이드를 하지만 결국 제가 원하는 것은 저 역시 한 명의 여행객이 되어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여행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애기를 듣고, 또 제 생각을 나누고, 그렇게 새로운 환경을 만나고, 새로운 사람들과 교감을 나누는 기회가 여행을 통해 주어집니다. 제가 꼭 추천하고 싶은 영국 여행지는 제가 가장 자신 있는 가이드 코스이기도 한데, 저는 코츠월드와 세븐 시스터즈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코츠월드는 영국에 남아있는 가장 영국적인 마을입니다. 따라서, 영국이 어떤 곳인지 알려면 코츠월드를 꼭 봐야 합니다. 세븐 시스터즈는 영국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답고 멋진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 추천합니다. 영국의 자연과 전통마을 보는 게 가장 영국을 잘 알아보는 것이 아닐까요?

유로저널: 영국 생활을 하면서 가장 고마운 한 사람을 꼽는다면?

이정태: 어머니 입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두 명으로 하면 안될까요? 사랑하는 제 여자친구까지. (웃음) 아버지께서 항상 사업만 하셨던 관계로, 어머니는 제게 집에 월급을 가져오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지만, 저 역시 월급쟁이가 체질에 맞지 않아서 결국 이렇게 되었습니다. (웃음) 어머니께서는 항상 제 의견을 존중해 주셨지요. 이번에도 직장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말씀 드렸을 때, 그저 제게 항상 기도하고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라고만 말씀하셨습니다. 한국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들도 많이 도와주시고, 그러나 물리적인 도움을 넘어선 정신적인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아마도 지금까지 제가 이렇게 어쨌든 감사할 수 있는 삶을 살아온 것은 저희 어머니의 기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작년 봄에 우연한 계기로 만난 제 여자친구 역시 제게 너무나 힘이 되어주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항상 제가 일하면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을 나누면 소중한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 드립니다.

이정태: 저는 안정 속의 도전을 추구하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지금 무언가를 바꾸고자,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할 때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싫어서, 그것을 못한다는 이유로 도전하면 안 됩니다. 잘 안 되면 잘 될 때까지 해 보고, 그것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법을 배운 뒤에, 그리고 나서 다른 것에 도전해야 합니다. 아마도 많은 젊은이들이 영국에서 머물면서 한국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영국에 계속 있을지 고민하고 계실 텐데, 저는 두 가지 갈래길 중 5년, 10년 뒤 더욱 발전적인 모습이 되어 있을 수 있는 길에 도전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지금보다 더 성장해 있을 스스로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항상 있는 그 자리, 그 작은 순간들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꿈은?

이정태: 웃기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제 꿈은 세계 정복입니다. 그것이 어떤 종목이 되었든지 간에, 세계를 무대로 삼아 살아가는 것이 제 꿈입니다. 지금 당장으로서는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저를 통해 다른 분들이 즐거운 여행을 하고,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시는 것, 그것이 지금 당장 제가 해야 하고 또 바라는 일입니다.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흥미롭고 유익한 이야기 감사합니다. 이정태 님의 멋진 도전들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그날을 함께 기대하며 응원하겠습니다.

조이 런던(Joy London) 웹사이트: www.joylondon.com
가이드 문의: 078 1755 3985, joy.london@hotmail.com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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