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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음악과 한국 전통악기를 유럽에서 접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외국인들에게 우리 고유의 소리를 실제로 들려주고 싶어도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단 한 번만이라도 우리 고유의 소리를 들어본 외국인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Wonderful!”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국 전통음악을 접해본 외국인들은 Korea를 지식이 아닌 가슴으로 기억하게 된다.

오늘 소개하는 황동윤 님은 원래부터 국악을 목표로 삼은 전형적인 국악 전공생이 아니다. 20세가 넘어서야 대금의 매력에 빠져들어 인생의 방향을 한 순간에 전환했다. 다소 무모해보이는 그 도전에 대한 이유로 황동윤 님은 “좋아서”라고 답했다.

영국의 거리에서 우리 한국의 전통 대금을 연주하며 지나가는 외국인들의 가슴에 Korea를 새기려는 남자, 황동윤 님을 만나보았다.

유로저널: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아마도 현재 영국, 혹은 유럽에 거주하는 유일한 대금 연주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흥미롭고 유익한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먼저 어떻게 대금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는지부터 시작해 볼까요?

황동윤: 네, 이렇게 저를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부분 한국 전통 국악기를 전공하시는 분들은 어린 학창시절부터 국악 전공생을 지망하며 체계적으로 준비한 분들입니다만, 제 경우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국악이 아니라 자동차 정비를 전공했습니다. 당연히 그 때 까지만 해도 국악이나 대금에 대해서는 지식도, 관심도 전혀 없었지요. 제가 대금 소리를 처음 들은 것은 대학 1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해서였습니다. 취미로 대금을 연주하는 고참의 연주를 우연히 듣게 되었죠. 경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고참이 부는 대금 소리를 들었는데 순간 그 소리에 너무 매료되었습니다. 지금 떠올려보면 당시 고참의 연주는 다소 엉터리 연주였지만 (웃음) 그 당시에는 너무나 감동스러울 따름이었습니다. 곧장 고참한테 가서 그게 무슨 악기인지,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죠. 그러니까 저는 그게 대금이라는 악기였는지도 몰랐던 겁니다. 제대 후 제대로 취미삼아 배워보려고 학원 찾았는데, 제 고향이 울산이라 국악 학원이 매우 적었고, 다행히 저는 대금을 가르치는 학원을 찾아서 드디어 대금을 직접 배우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그렇게 취미로 학원을 다니며 대금을 배우다가 본격적으로 이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황동윤: 처음에는 정말 취미였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자동차 정비를 전공하고 있었고, 군대에서도 정비병으로 복무하면서 그 쪽으로 나갈 계획이었거든요. 그런데, 배우면 배울수록 대금 소리가 너무나 좋았고 점차 국악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게 대금을 가르쳐주시던 학원 선생님과 얘기도 많이 나누면서 선생님께 대금을 제대로 해보고 싶은데 지금 시작해도 괜찮겠냐고 여쭈었더니, 선생님께서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답변해주셨습니다. 그 길로 자동차 전공이었던 대학을 자퇴하고 대금을 전공으로 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제가 자동차도 워낙 좋아했고 제 적성에도 잘 맞았기에 다들 제가 당연히 자동차 정비 쪽으로 가는 줄 아셨는데, 갑자기 대금을 한다니까 모두들 너무나 황당해하시면서 만류하시기도 하더군요. 지금 생각해봐도 참 충격적이긴 합니다. (웃음)

유로저널: 그러면 그 뒤로 입시 준비를 다시 하셔서 국악과에 입학하셨나요?

황동윤: 네, 이후 국악과 입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했습니다. 취미로 했을 때는 그저 학원을 왔다 갔다하는 것이었지만, 입시 준비 때는 학원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강행군으로 실기 연습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수능 공부를 했습니다. 다행히 국악과에는 수시로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20대가 되어서 갑자기 파격적으로 진로를 변경한 셈인데, 더군다나 흔치 않은 대금과 국악이라는 분야로 뛰어드셨는데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는지요?

황동윤: 어떻게 보면 제가 지금과 같은 길을 걷고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 덕입니다. 부모님께서 워낙 개방적이고 자식을 믿어주셔서 제 선택을 존중해 주셨습니다. 물론, 대신 그 선택에 대한 자유와 함께 책임 역시 철저히 본인의 몫이라고 하셨지요.

유로저널: 그렇게 해서 입학한 국악과는 어땠는지요?

황동윤: 저는 영국에 오기 전까지 국악과 2학년을 마치고 왔습니다. 입학하고 나서는 사실 긴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어느 정도 나이도 들고, 다른 분야에 있다가 속성으로 국악과에 입학했지만, 다른 친구들은 어린 시절부터 철저히 준비해서 입학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럼에도 국악이 너무 좋아서 입학했던 만큼 정말 열심히, 또 재미있게 대학을 다녔습니다.

유로저널: 국악과 지망생들이 많은지요?

황동윤: 전국 각지의 여러 대학에 국악과가 설립되어 있지만, 아쉽게도 입학자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그나마 국악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전형적인 국악과 지망생들이 들이 그나마 대학 국악과를 지원하는 절대다수입니다.

유로저널: 보통 국악과 졸업 후에는 어떤 진로들을 선택하는지요?

황동윤: 아무래도 가장 좋은 경우는 국립 국악원이나 시립 국악단 등에 들어가서 월급을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연주 생활을 하는 것이겠지요. 그러한 곳들에서는 좋은 경력도 쌓을 수 있고요. 그러나, 그 자리가 모두에게 제공될 수는 없는 만큼, 대부분의 경우는 예술인들의 공통적인 과제인 낮은 수익을 해결해야 합니다. 국악 역시 정말 스타급 국악인들 외에 대부분은 레슨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곤 합니다. 요즘에는 다행히 초등학교에서 국악 교육이 강화되는 추세여서 국악을 가르칠 기회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로저널: 그렇다면 영국에는 어떤 계기로 오게 되셨는지요?

황동윤: 2008년도에 우연한 기회로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대구 계명대학교 학생들이 종합 퍼포먼스를 준비해서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할 예정이었습니다. 이 퍼포먼스를 기획하신 분도 대학생이었는데, 이분이 한국 전통 음악, 그 중에서도 대금소리를 원하셨다고 하더군요. 수소문 끝에 원래는 다른 분이 참여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이 분이 개인 사정으로 불참하게 되면서 제가 옳다구나 하고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에딘버러에서 1주일 공연을 마치고 독일로 건너가서 밴 차량을 렌트해서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등에서 거리 공연을 다녔고, 다시 영국 리버풀로 돌아와서 공연을 했습니다. 너무나 좋은 경험이었죠. 에딘버러에서 공연을 하는데 정말 그 곳에는 다양한 악기와 음악, 그리고 다양한 공연들이 날마다 펼쳐지는, 그야말로 공연의 별천지더군요. 항상 국악만 하다가 새로운 세상을 접하면서 일종의 충격까지 받았습니다. 그 자리에 모여있는 각국의 다양한 예술가들과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는데 제가 영어가 안 돼서 답답했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넓은데, 전 세계의 예술가들이 이렇게 많은데, 저는 그 동안 너무 우물 안 개구리로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귀국 후 어학연수를 결심하고 영국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유로저널: 국악을 전공하다가 갑자기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간다니까 주위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황동윤: 주위에서는 국악하는 사람이 무슨 영어냐고 하면서 말리더군요. 제가 감히 이런 발언을 해도 될 지 모르겠습니다만, 솔직한 제 의견으로는 사실 국악계가 너무 보수적이고 꽉 막혀있다는 생각입니다. 어쨌든 주위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건 상관없이 저는 훗날 세계 무대에서 활동 하려면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영어를 익혀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솔직히 저도 에딘버러에 가기 전에는 굳이 영어를 구사할 필요성 못 느끼며 살았던 게 사실입니다.

유로저널: 런던의 거리에서 대금을 불며 거리연주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황동윤: 보통 학교를 마치고 하교길에 거리에서 연주를 많이 합니다. 아예 야외 연주에 사용되는 휴대용 스피커를 메고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최근 뉴몰든으로 이사오기 전까지는 그리니치 광장에서 하루에 약 2, 3시간 가량 거리연주를 했습니다, 실내에서는 마땅히 연습할 장소도 없는데 거리연주를 통해서 제 개인 연습도 되고, 자신감도 생기고, 참 외화도 벌고요. (웃음) 이제 뉴몰든으로 이사 왔으니 킹스톤과 같은 곳에서도 거리연주를 해볼까 합니다.

유로저널: 지금까지의 연주 경험 중 가장 특별했던 연주가 있었다면?

황동윤: 에딘버러 일정의 마지막 날, 그 마지막 날 중에서도 마지막 공연이 기억납니다. 그날 비가 참 많이 왔고, 마지막 공연까지 버티느라 멤버들도 많이 지쳤는데도 열심히 해보자고 하면서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대금 비에 흠뻑 젖었는데도 관객들 역시 그 비를 다 맞으시면서 공연이 마칠 때가지 자리를 지켜주시고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 순간에는 정말 너무나 뿌듯하고 큰 감동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유로저널: 국악을 전공하다가 해외에 나와서 새로운 도전들을 하고 계신데 특별히 불안하거나 아니면 후회가 된 적은 없는지요?

황동윤: 당연히 저도 인간이기 때문에 가끔 그런 감정들을 느끼곤 합니다. 특히, 제 주변 국악 선배나 아니면 스승 중에서도 해외에서 이런 시도를 한 경우가 없거든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을 하다 보니 때로는 정말 이 길이 맞는지 겁도 납니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정말 좋은 기회라고도 생각합니다. 황무지를 개척하는 만큼 제가 도전할 수 있는 게 참 많거든요. 지금은 그것들만 생각하면서 열심히 달려가는 중입니다.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 꿈이 있다면?

황동윤: 일단 지금 하고 있는 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국악과를 졸업한 뒤에 다시 영국으로 공부하러 나올 계획입니다. 우선 국악을 탄탄하게 배운 뒤에 새로운 음악과의 접목도 시도해보고 싶고, 또 해외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경험들을 마친 뒤 최종 꿈은 고향인 울산에 돌아가서 울산의 예술 부흥을 위해 헌신하고 싶습니다.

유로저널: 앞으로 황동윤 님의 멋진 꿈들이 꼭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저희 유로저널도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영국의 거리에서 황동윤 님의 아름다운 대금 선율이 더욱 자주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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