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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해 상당한 지식과 열정을 갖고 있는 만큼, 혹시 한국의 문화 관련 공기관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는지요?

Philip: 어려운 질문이군요. 만약 제가 한국 문화 공기관에서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는다면 정말 기쁠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러나, 아직 저는 제 활동의 독립성과 자유로움이 좋습니다. 만약 제가 정부 공기관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현재 하고 있는 London Korean Links 운영을 정상적으로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문화 생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게 정식 직업이 된다면 어떻게 그것에 대해 솔직하고 공정한 평을 객관적으로 할 수 있겠습니까? 가령, 제가 만약 주영한국문화원을 위해 일한다면, 문화원에서 개최되는 행사에 대해 지금처럼 자유롭게 평을 하기가 매우 어렵겠지요. 한편으로는 제가 한국 정부 기관에서 일을 한다면, 제 웹사이트에 북한에 대한 글이나 의견을 싣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 같습니다. 혹시 제가 웹사이트 운영에 실증을 느끼게 되면, 그 때는 한 번쯤 고려해 봐야겠네요. (웃음) 그런데, 솔직히 제가 만약 웹사이트 운영에 실증을 느낀다면 그것은 더 이상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잃어버렸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정부 문화 기구에서 일하는 것도 의미가 없겠지요. 물론,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결국, 제가 만약 이 일들을 직업으로 갖게 된다면, 아마도 더 이상 이 일들이 그렇게 재미있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유로저널: 시간 부족으로 인해 원하는 만큼 웹사이트 운영에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것 말고, 그 외에 혹시 다른 어려운 점이 있나요?

Philip: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제가 한국어를 못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제공되는 한국어 강좌를 통해 실력을 쌓아보려 하지만, 한국 문화를 능숙하게 다룰 만큼의 수준까지 한국어 실력을 키우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제가 영국의 한인 사회에 속한 분들과의 연락이나 교류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부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알고 계신 재영 한인들이 얼마나 계시는지 의문입니다. 뉴몰든을 기점으로 한인 사회에거 기획되는 많은 행사들과 관련해, 저는 단지 우연한 기회로 그것들에 대한 소식을 들을 뿐, 제게 제대로 된 경로와 시기에 맞게 이를 알려 주시는 분들이 거의 없습니다. 가령, Korean Food Festival 같은 경우, 우연한 기회를 통해 이 같은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난 3년 동안 영국에서 있었던 한국 아티스트들의 공연들, 이수영, 임형주, 김수희의 공연들은 제가 알기로는 거의 한인 사회 내에서만 홍보가 된 관계로, 자칫했으면 놓칠 뻔 했던 한국 행사였습니다. 제가 이러한 한국 관련 행사 소식을 전달받는 경우는 운좋게도 그러한 행사들이 개최된다는 소식을 한국인 친구들을 통해 우연히 전해듣는 게 대부분입니다. 저를 비롯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재영 한인회 웹사이트에 게재된 한국어로 쓰여진 행사 달력은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행사 홍보물들이 주로 비치되어 있는 한인 식료품점에도 거의 갈 일이 없고요. 한인들이 자신들의 행사를 외국인들에게 알리고 함께 공유하기를 원한다면, 그러한 자료들을 영문으로도 작성하여 자꾸 외부로 전달해야 합니다. 저는 한국과 한국 문화를 홍보하고 싶어하는 만큼, 하루에 수천 명씩 방문하는 London Korean Links를 통해, 또 Facebook이나 기타 다른 매체를 통해 이 일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오직 여러분들이 제게 어떤 행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개최되는 지를 알려주실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가령, 외국인들이 Korean Food Festival대해 사전에 알게 된다면, 아마도 정말 많은 외국인들이 행사장을 찾고 싶어할 것입니다, 단지 이에 대한 홍보와 전달이 이들에게도 전해진 경우에 한해서지요.

유로저널: 본인이 생각하시기에 영국에 있는 외국인들 가운데 한국과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이 있을까요? 또, 그렇다면 이들을 가장 매혹시키는 것은 무엇일지, 또 이와 관련해  한국과 한국인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Philip: 정확하게 얼마나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를 고무시키는 것은 주영한국문화원에서 개최되는 행사들의 관객들은 놀랍게도 대다수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한국과 한국 문화를 매개로 다양한 모임과 의견 교류가 벌어지고 있고요. 가령, 한국어 사용 모임이나 드라마 ‘대장금’ 팬 모임과 같은 것들이지요. 무엇보다 주영한국문화원에서 마련한 한국어 강좌를 보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한국과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제 영국인 친구들을 보면, 저마다 다른 경로와 계기를 통해 한국을 접하게 되더군요. 그것들은 영화, 드라마, 가요, 음식, 심지어는 한국 절(Temple)에 대한 관심도 있었습니다. London Korean Links에 한국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는 한 친구의 경우, 단지 그녀의 뮤지션 남자친구가 한국에서 3개월간 연주를 하게 되서 무작정 한국으로 따라갔습니다. 그리고, 한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한국에 흠뻑 빠져서 그녀는 결국 최근에 한국에 대한 책까지 출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외국인들을 매혹시키는 요소들은 단순히 대답하기 어려운 것 같네요. 가령, 여러분이 ‘대장금’을 좋아한다고 한다면 단지 어느 한 가지 요소 때문이라고 답하기가 어려운 것처럼요. 누군가는 음식에 대한 내용이 좋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이영애의 매력 때문에 좋을 것이고, 또 다른 이들은 이야기 구성이나 정서, 역사적 요소 때문에 이에 매혹될 것입니다. 한국 영화와 관련해서도 외국인들이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결국 그것이 다르기 때문에, 즉 개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헐리우드 영화와는 다른 그 무엇이요. 그래서, 저는 한국 영화들이 헐리우드를 따라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진영이 한국 가수들을 미국 시장에 진출시키기 위해 뉴욕에 아카데미를 설립했다고 들었는데, 혹여나 미국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아이돌 그룹을 대량 제작하거나 하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그런데, 원더걸스는 저도 정말 좋아합니다. (웃음)

유로저널: 너무 진지하고 긴 얘기들만 나눈 것 같은데, 분위기 전환 겸 짧은 단답식 질문들을 해 볼까요? 한국과 관련해 가장 좋아하는 것은?

Philip: 한국 음식이요. 그러나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한국에 관해 잘 아는 것은 아닌 것 같네요. 영국인인 제 아내는 한국 음식을 정말 좋아하지만 가수 비(Rain)의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답니다.

유로저널: 그럼 가장 싫어하는 것은?

Philip: 일단 한 번 먹어보자는 제 판단이 틀렸습니다. 삭힌 홍어! 도대체 그런 것을 어떻게 드시는지요?

유로저널: 한국에서 가장 방문 해보고 싶은 곳은?

Philip: 차(茶) 수확 기간에 지리산, 가을에 설악산, 그리고 백두산은 항상 가보고 싶네요.

유로저널: 가장 방문 해보고 싶지 않은 곳은?

Philip: 보령 진흙 축제!

유로저널: 가장 좋아하는 한국 여배우는?

Philip: 가장 아름다운 배우는 이미숙, 가장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문소리와 전도연이라고 답해야 겠네요. 문소리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들인 ‘오아시스’와 ‘바람난 가족’에서, 전도연은 ‘밀양’에서 정말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유로저널: 가장 좋아하는 남자 배우는?

Philip: 남자 배우는 훌륭한 배우가 너무 많아서… 일단 ‘박하사탕’과 ‘오아시스’의 설경구라고 답하지요. 그런데, 만약 내일 같은 질문을 또 받으면 다른 배우를 답할 겁니다. (웃음)

유로저널: 가장 보고 싶은 한국 영화가 있다면?

Philip: 한국 영화 황금기의 작품들 가운데 김기영 감독의 ‘하녀’, 아직 DVD로 나오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당장은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가장 보고 싶네요.

유로저널: 가장 좋아하는 한국 가수는?

Philip: 올해 초에 St John’s Smith Square에서 김수희의 공연을 보고 정말 반해버렸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 롤러 코스터.

유로저널: 현재 읽고 있는 한국 관련 서적은?

Philip: ‘제임스 처치: 숨겨진 달(James Church: Hidden Moon)’. 전직 미국 첩보원이 쓴 북한 배경의 추리물입니다.

유로저널: 가장 인터뷰를 해 보고 싶은 한국 역사 속 인물은?

Philip: 혜경궁 홍씨, 그런데 아마도 이미 공개된 것 외에 사도세자 사건을 비롯,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려 할 지 의문이네요.

유로저널: 현재 가능한 인물들 중에 인터뷰를 하고 싶다면?

Philip: 제주도에서 목석원 조각 공원을 운영하고 있는 백운철 님을 인터뷰하고 싶습니다. 사실,  제가 한국 문화 탐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인 8년 전에 그 분을 잠시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분은 제게 제 평생 가장 훌유한 차(茶)를 타 주셨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영국인인 Brother Anthony of Taize도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는 현재 서강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한국 시를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유로저널: 한국과 한국 문화 전달과 관련하여 이제껏 해 오신 일들을 통해, 영국에서 아마도 한국인들로부터 가장 훌륭한 평가를 받는 외국인일 텐데, 이 글을 읽고 계실 한인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Philip: 한국 분들에 제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좋은 평을 해주신다면 저로서는 정말 기쁠 따름입니다. 저는 항상 독자분들의 반응에 관심이 많답니다. 그래서, 제가 하고 있는 일에 좀 더 힘을 주시기를 원한다면 London Korean Links에 코멘트를 남겨주시고, 또 여러분이 기획하고 있는 좋은 행사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주세요. 그리고, 아직까지는 주로 외국인들이 한국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는데, 한인 여러분들도 좋은 컨텐츠를 작성해 주세요. 또, 저는 London Korean Links를 통해 영국에 있는 한인 학생들의 글짓기 대회도 열어보고 싶습니다. 가령, 영국에서의 경험이나 추석의 의미와 같은 주제로 한인 학생들의 글을 소개해 보고 싶습니다. 한국 분들이 제가 하고 있는 일들에 고마워해 주신다면 정말 기쁩니다, 하지만 결국 저 역시 이 모든 일들을 통해 얻은 기쁨과 행복이 너무나 크기에 한국과 한국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마도, 저는 한국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루고 싶은 만큼, 조금 정신이 나간 건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그러나, 이 일들을 통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훌륭한 것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고전 문화부터 현대 문화까지, 한국은 제게 정말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Kamsa Hamnida!”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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