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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는 국회의원 김애실 의원실에서 근무 후 영국으로 유학, 런던 Royal Holloway 대학에서 Asia Pacific Business(동북아 경영) 석사를 마친 뒤에 한국으로 돌아가 국회 입법조사처를 거치고, 이제 KDI School(국제정책 대학원)에 입학하는 윤혜림 님을 만나보았다.

유로저널: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먼저 영국 유학 전 국회의원 김애실 의원실에서 근무하게 되신 계기, 그리고 어떤 업무를 보셨는지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윤혜림: 네, 처음 국회의원실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제 대학교수님이자 17대 한나라당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되신 김애실 교수님과의 인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04년 당시 저는 한국외대 경제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었고, 김애실 교수님는 저희 학교의 유일한 여성 경제학 교수시자 여성의 가사노동가치를 경제학적으로 연구한 국내 최초 여성 경제학 박사셨습니다. 여성 경제학 박사 1호로써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교수님이 국회에 들어가신 후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던 제게 함께 일해볼 것을 제안하셨고, 놓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기회라는 생각에 2004년 8월부터 김애실 의원실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김애실 교수님은 제 20대 시절 인격적인 측면이나 커리어적인 측면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분으로, 제가 가장 존경하는 제 인생의 롤모델이십니다. 당시 저는 9급 비서였고 주요업무는 한국소비자원 국정감사, 보도자료 작성, 조세관련 법률안 검토였으며, 2005년에는 소비자 보호법일부개정안, 장사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입안했습니다. 당시 소보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소비자 교육의무를 부과하고 수도, 우편, 가스 등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 상품도 한국소비자원의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여 2005년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유로저널: 전공인 경제학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첫 커리어를 시작하셨는데, 혹시 그 전까지는 정치에 관심이 있으셨는지, 있으셨다면 무엇에 특히 관심이 있으셨는지요?

윤혜림: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청소년기부터 정치 및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그런 주제로 토론하는 것을 꽤 즐겨하는 편이었는데요, 지금 되돌아보면 그것이 꼭 정치에 관심 있었다기보다 만화책을 포함한 잡다한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소녀였다고 묘사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경찰관이신 아버지와 함께 ‘제 5공화국’, ‘역사스페셜’ 등의 시사다큐나 9시 뉴스 등를 보면서 토론을 하는 걸 즐겨했고, 고등학교 때는 용돈을 쪼개서 ‘한겨레 21’과 같은 시사잡지를 구입해서 반 친구들과 나눠 보곤했습니다. 사춘기 소녀의 감성으로 정의롭지 못한 일이나 불합리한 일에 침묵하는 것은 비겁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탓에 자연스럽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유로저널: 국회의원 김애실 의원실에서의 근무하면서 목격한 대한민국 국회는 어떤 모습이었는지요?

윤혜림: 이 글을 읽고 계실 대부분의 독자분들처럼 사실 저도 한국 국회처럼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조직도 없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실제로 그들의 세계를 겪어보니 국회의원의 일정이 아침 6시 반 조찬 세미나부터 시작해서 온종일 상임위, 본회의, 각종 토론회 및 행사 참석 등으로 가히 살인적인 스케줄이더군요. 저희 같은 경우는 비례대표라 관리해야할 지역구가 없는, 상대적으로 덜 피곤한 상황인데도 그랬으니, 지역구 출신 의원들은 만약 해당 지역구가 제주라면 서울과 제주를 오가면서 의정활동을 해야하는 상황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국회의 물리적인 폭력 사태나 본회의장의 텅 빈 좌석들은 안타깝고 부끄러운 한국 국회의 모습이지만, 또 한 편 행정부의 예산낭비를 감시하고 불합리한 정책과 법안을 고칠 수 있는 정책을 생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도 국회의 모습입니다. 야전용 침대를 의원실에 두고 국정감사 준비하기 위해 몇 개월씩 야근과 주말근무를 하는 경우도 목격할 수 있었고요.

유로저널: 이후 영국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또, 영국이라는 나라를 택하게 된 이유는?

윤혜림: 2년 간의 국회근무로 입법부와 행정부의 견제와 균형, 정당과 정치구조 등 책에서 배우지 못하는 소위 여의도 정치를 경험했지만,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영어에 대한 필요성을 깨달았고, 또 모든 공부에는 때가 있다는 의원님의 충고로 2006년 9월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영국을 선택한 이유는 대학 시절 어학연수 차 이미 영국을 방문해서 당시 루이샴 카운슬 소속으로 Independent Living Scheme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장애인을 돌봤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영국이라는 국가가 가진 장점, 예를 들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회정책적 지원, 이용자들의 대기시간 길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쨌든 자국에 머무르는 외국학생들에게도 제공되는 NHS 의료보험 혜택 등으로 영국을 다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의회민주주의의 시작점이며 대의민주주의제도가 잘 보존된 영국 의회시스템에 대한 호기심도 하나의 요인이 되었고요.

유로저널: 영국 유학 중 발견한 영국의 장단점이 있다면?

윤혜림: 제가 발견한 영국의 장점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존중, 그리고 인종, 성별, 나이 등으로 발생하는 차별에 대한 제도적 견제, 또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게 정치적 올바름을 기본전제로 받아들도록 하는 사회적 분위기였습니다. 반면, 제가 생각하는 영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이었습니다. 살인적인 입시에 시달리는 한국 청소년들과는 달리, 대학진학률이 낮고 개방적인 성문화에 노출된 영국 청소년들에게서는 십대의 미혼모들이 아이를 낳아서 정부 보조로 주택과 소득을 지원받아 생활하는 것이 가장 놀라웠습니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상태에서 임신과 출산을 하고, 저학력으로 인해 제대로된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자식들에게도 제대로된 교육을 못시키기 때문에 미혼모의 자녀들이 또 다른 미혼모가 되는 악순환을 보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영국의 미래가 암울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이들 십대 청소년들이 길거리 무차별 폭력이나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 있었고요. 실제로 유학시절 가장 무서웠던 대상도 어두운 밤거리에서 마주치는 영국 십대 청소년들이었으니까요.

유로저널: 영국 유학 후 한국으로 귀국하셔서 최근까지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근무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윤혜림: 작년 초에 귀국한 이후로 처음에는 일반 기업들을 대상으로 구직활동을 했는데, 당시 금융위기의 여파로 채용시장이 좋지 않았고, 제 경력이나 이력이 조금 독특하다 보니 일반 기업보다는 공공부문에서 채용 제안이 먼저 왔던 것 같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회 예산정책처와 함께 국회의원이나 상임위원회의 요구를 받아 입법과 정책을 만드는 데 필요한 보고서를 생산하고, 입법조사회답서비를 주 업무로 하는 기관입니다. 창설된 지는 2년이 조금 넘었고,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보고서로 유명한 미국의 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을 벤치마킹해서 만든 기구입니다. 저는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2009년 6월부터 근무를 시작했고, 국회 입법조사처 산업자원팀에서 Research Assistace(연구조교)로 해외 선진국의 법률 및 정책사례 조사, 미의회조사국의 보고서(CRS Report) 번역을 담당했습니다. 산업자원팀은 경제산업실 소속으로 팀장님 외 팀원이 총 10명이며, 경제, 에너지, 농업, 식품 등을 전공한 입법조사관(박사)님들의 연구를 돕는 일이 주 업무라고 보시면 됩니다. 여기서 테스코나 이마트 같은 한국의 대형유통업체의 동네 슈퍼마켓 진출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면서, 영국의 일요일 영업금지법, 대규모점포가 작은 동네에 진출할 경우 대기업의 진출이 지역에 미치는 다양한 환경영향 평가제를 실시하여 소규모 영세자영업자와 지역민들의 생존권과 환경을 보호하는 영국의 사례를 보면서 다시 한번 영국이 가진 장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현 시대 한국 젊은이들이 정치에 지나치게 무관심하고, 또 참여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요?

윤혜림: 많은 기성세대들이 요즘 한국 젊은이들은 정치에 무관심하고 취업 및 스펙쌓기에만 몰두한다고 비판하시는데, 물론 저도 사회문제에 무감각하고 토익점수와 취업용 경력쌓기에만 급급한 후배들을 보면 안타깝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는 단지 젊은층의 사회에 대한 무관심이나 참여의식 부족이라는 단편적인 현상만 볼 것이 아니라, 대학 신입생 때부터 고민해야하는 학자금 대출, 취업만 된다면 영혼이라도 팔고 싶다는 청년실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봐야 합니다. 실제로 작년에 귀국해서 제 스스로 한국의 취업시장을 경험해 보니,  양질의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그 한정된 자리에 대부분의 인력이 편중되니 공사, 공기업, 공무원의 경쟁률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반면 중소기업이나 생산직은 인력난에 허덕이는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나타납니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 씩 해외연수나 취업사교육을 받아도 제대로된 직장을 구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보니, 젊은층들이 취업 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 자체가 없다고 해야할까요. 이렇게 제 3자의 입장에서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 이 문제는 저 역시 직면하고 있는 저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학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불투명한 미래와 한국의 대학교육 현실을 보면, 과연 박사학위를 마친다고 해도 대학에 자리를 잡는 게 가능할까 하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유로저널: 앞으로 가시게 될 KDI School(국제정책대학원)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세요. 앞으로의 계획, 꿈이 있으시다면?

윤혜림: 올해부터 자리를 옮기게 된 KDI School(국제정책대학원)은 우리나라 경제전망률을 예측할 때 자주 등장하는 KDI(한국개발연구원)의 부속 국제정책대학원이여, 주로 중앙부처 사무관이나 한국은행, 수출입은행, 도로공사 등 공공부문의 과장급, 또는 해외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이 정부 장학금을 받고 한국경제의 발전과정, 공공정책입안, 공공기관경영 등을 배우러 오는 곳입니다. 저는 여기에 경제발전과정으로 지원했고, 기술경영 전공이신 장유상 교수님 연구조교로 연구를 하면서 박사과정을 준비할 예정입니다. 영국 유학 시절 아시아의 경제개발을 공부하면서 한국의 경제성장 경험을 다른 개발도상국들에 컨설팅해주는 공적개발원조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국제정책대학원이 한국에서 유일하게 경제개발과정을 올해 처음 개설하고, 한국경제발전론, 미시/거시경제학을 중심으로 실제 개발도상국정부에 컨설팅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얘기를 듣고, 비록 적지 않은 나이지만 다시 학업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고서 말씀드렸지만, 저는 국회 일을 선택했을 때도, 영국 유학을 선택하면서도,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일하다가 국제정책대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도, 어떤 자리에 올라야겠다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이 되어야겠다는 그런 확고한 목표의식을 갖고 살아왔던 것이 아니라, 그저 또래 다른 친구들보다 정치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잡다한 책을 읽는 것과 사람을 좋아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해 좀더 주의 깊게 관찰하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사회현실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고민했던 문제의식이 지금까지 저의 진로를 형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로저널: 그 동안 인터뷰를 통해 많은 분들을 만나왔는데, 윤혜림 님이 가장 진지하게 답변을 해주신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인터뷰 후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윤혜림: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 드는 생각이, 제가 비록 이런 정치적 성향을 가졌지만, 그럼에도 취업, 경력관리, 결혼, 경제적 자립, 영어공부 등 제 또래 대부분의 고민거리가 제게도 마찬가지로 무겁게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철저하거나 독하지 못한 성격, 오만가지에 관심이 많은 성격 때문에 인생의 갈림길에서 방황과 좌절도 많이 겪은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제 인생은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더 많은 갈림길들과 고민을 갖고 살아갈 것입니다. 몇 년 뒤 제가 어디서 일하고 있을지, 혹은 전업주부로 가정에만 충실하며 살아갈 지는 저도 알 수 없기에, 사실 이런 인터뷰를 하는 것도 매우 부끄럽습니다만, 제가 현재까지 살아온 경험을 유로저널 독자분들과 나누면서 학문적, 사회적 성과를 내야하는 30대 이립(而立)으로서 저의 현재 위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 두번째 사진: 김애실 의원님과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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