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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01_1.jpg

 

지난달 25일, 파리 10구 목양장로교회에서 고 김순남 도예가의 추모예배가 있었다. 이종선 목사의 집례로 열린 이날 예배에는 소나무 작가협회 회원을 비롯한 재불 예술인과 재불 한인사회 원로, 한인단체장, 재외공관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하여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며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다.

고 김순남 도예가는 지난 1월 19일, 파리 인근 에브리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55세.

고인은 1956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숙명여자대학교 공예과에서 도자공예를 전공하고 1988년까지 서울에서 개인 도자연구소를 운영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1989년, 가족과 함께 프랑스에 건너온 고인은 프랑스 국립공예학교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1996년까지 파리 생-폴 지구의 미르 세라믹(Mire Céramique) 아틀리에에서 작품 활동을 했으며 이후, 서울과 에브리의 개인 작업실을 오가며 창작 활동에 전념했다.

유가족으로는 남편 권순철 화백과 아들 정석(27) , 딸 정원(25) 양이 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로저널 프랑스지사

오세견 지사장.  




*고 김순남 도예가 약력.


1956년 10월 18일   경북 문경 출생.

2012년 1월 19일  프랑스 파리 교외 Evry에서 별세.

 

1978년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공예과 도자전공 졸업.

1992년  프랑스 국립공예대학(Ecole National Supérieure des Arts Appliqués et des Métiers d’Art) 석사과정(Céramique) 수료.

 

1980~1988년  개인 도자연구소 운영, 서울.

1985~1988년  선화예술학교 전공실기 교사.

1990~1996  아틀리에 « Mire Céramique »(파리, Saint-Paul 지역)에서 작품활동.

1996~2011  서울과 Evry 개인 작업실에서 작품활동.

 

한국미술협회 회원.

한국시각디자인공예협회 회원.

청미도우회 회원.

 

개인전.

1988  1회 개인전, 그로리치화랑, 서울.

1991  Community Center of « Korean Times », 샌프란시스코, 미국.

 

단체전.

1978~1988  작방도우회 작품전.

1981~1988  청미도우회 작품전.

1986~1988  한국공예디자이너협회 회원전.

1987~1988  한국미술협회 회원전.

1991  « Art Espagnol de l’Emigracio », Muséo de la Ciudad, 스페인.

1993  « Céramique d’aujourd’hui », 주불 한국문화원, 파리.

1994  « Expression Céramique », MJC, Auxerre.

1995  권순철, 김순남 2인전, 갤러리 Artsenal, 파리.

 

수상.

1998  한국 기독교미술대전 최고상 수상.




**고 김순남의 작품.  


kim03_1.jpg


kim02_1.jpg



***고 김순남의 글(고인의 문장에 대한 오역의 누를 피하기 위해 프랑스어 원문을 올립니다.)


Dans quel esprit je travaille…

 

   Je suis comme un vagabond que ses pas entraînent loin de son pays en un voyage sans fin. Un vagabond fatigué et solitaire, comme les étrangers au milieu desquels il vit et qu’il découvre semblables à lui, solitaires comme lui et remplis des mêmes espérances. J’observe les femmes arabes, asiatiques et européennes qui, se rencontrant, se saluent d’un même “bonjour”.

 

   Les simples mots de Goethe selon lesquels le féminin nous sauvera éternellement, je les fais miens. Car je prête toujous attention à ce qui est féminin, non sans que parfois un frémissement me parcoure le corps. J’observe les femmes traditionnellement vêtues de noir de la tête aux pieds, qui sous un calme apparent semblent cacher une farouche énergie. Elle sont comme ces édifices antiques chargés d’histoire, à la vue desquels nous relativisons les valeurs du temps présent. Elles m’inspirent compassion. Mais en elles est une âme noble. Tous les humains possèdent une telle âme, qu’il nous faut découvrir. 

 

   1991 ne connaît que guerres, sous le feu desquelles toute dignité humaine est écrasée, qui lancent sur les chemins des enfants dont la faim a fait des momies. L’on va jusqa’à mourir, le sourire figé, en recevant des fleurs. Ici et là, colères terribles de l’eau et du feu. Multitude de disparus dont nulle trace ne subsiste. L’humanité de 1991 évoque pour moi ces oiseaux réfugiés dans les arbres, qui scrutent le ciel en espérant que la pluie va cesser.

 

   Lorsque je modèle la glaise, les yeux fixés sur ce monde que je veux exprimer, c’est au salut dont parlait Goethe qu’à ma façon je veux donner forme. Je suis comme la plante qui espère le soleil. Je désire ardement donner à tous et recevoir de tous amour et paix.

 

   Le vrai courage donne des ailes qui nous aident à surpasser les affronts. Comme celui qui, il y a deux mille ans, s’offrit lui-même avant d’être transfiguré par la résurrection, je désire vivre dans la lumière de l’amour.

 

Paris, juin 1991

 

KIM Sun-Nam.




****추도사(글 유혜숙/화가)


고 김순남 사모님께

소천하셨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전해 들은 그날 아침에도, 오늘은 꼭 전화를 드려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병세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에, 안타까워서, 어떻게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고민만 하는 중에 그 비보를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고통스럽고 외로우셨을 때 조금도 그것을 나누지 못하고 보내드린,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이 죄스런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지인들에게 사모님의 소천 소식을 전하며, 이제껏 저희는 사모님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처음 세상에 오실 때 받으신 김순남이라는 이름 석 자 대신, 화가 권순철의 아내로 불리셨고, , 그토록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하시어 끊임없는 기도로 키우신 정석이, 정원이의 어머니로 불리셨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저 화가 권순철 선생님 사모님이라고만 불렀으며 저 역시 당신과의 그 적지 않았을 대화 가운데, 한 번도 성함이 무얼까 생각해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사모님께서 그리도 염려하시며 존경하시던 권 선생님께서는 사람을 절대로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고 전심으로 대하시며, 어려운 후배들과 연로하신 선배님들을 가족처럼 섬기시며, 작가로서도 작업에 대한 진실함과 정직함으로 존경을 한몸에 받는 분입니다. 그러나 그런 선생님의 행하심 뒤에는 항상 그분의 아내이신 사모님의 끊이지 않는 도움과 격려, 그리고 부추김이 있었다는 것을 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몸이 불편하셨던 까닭이었기도 하지만, 직접 나서시지는 않으면서 당신의 따듯한 마음과 뜻이, 남편되신 권 선생님을 통해 혹은, 사모님과 가까운 다른 이들을 통해 세상에 전해졌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화목하고 믿음이 좋은 가정에서 성장하신 사모님께서는, 화가의 아내로서 풍족지 않을 살림 속에서도 어려운 지인들을 돌아보셨으며, 병환 가운데에서도 나누고 베풀기를 즐기셨습니다. 그 과묵하신 권 선생님께서는 마치 세상 밖의 얘기를 들려주듯, 화실이나 작가들과 지내는 일 혹은 지인들과의 만남이나 집 밖에서 지내신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을 몸이 편치않으셔 집에만 계실 수밖에 없는 당신께 들려주시기도 하고, 상의하신다고 사모님께서 제게 말씀하실 때 저는, 고립되어 있으신 당신의 아내에 대한 선생님의 사랑과 배려가 와 닿아 코끝이 찡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까지 거하셨던 에브리 아파트에서 화초를 가꾸고,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며 지내시기를 즐거워하셨기에, 어느 날 전화 통화 중, 사모님과 제가 웃으며 에브리수도원이라고 얘기했었지요…. 단 한 번도 그곳에 발을 디뎌본 적이 없는 제게 이제는 그곳이 마치 성지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중략)


도움이 필요한 곳에, 사랑이 필요한 곳에, 드러내지 않게 도우시고, 넉넉하지 않아도 아낌없이 퍼 주던 그 사랑을 저희는 기억합니다. 아주 가까운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에도 벼르고 별러, 온몸을 추스르며 오셨어야 했건만, 자세를 흐트러뜨리지도 않은 채, 아름답고 밝은 미소를 간직하고 보여 주시려 애쓰셨던 그 모습을 기억합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나서야 다시 한번 또, 내가 얼마나 나눔에 게으른 자였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습니다지금, 바로 지금, 먼저 손을 내밀고, 고맙다고 말해야 하고, 사랑한다고 전해야 하고, 미안하다고 말해야 되겠습니다. 내일은 나를 아끼던 사람이, 내가 사랑의 빚을 진 이가 아무런 말도 눈길도 주지 못할 곳으로 떠나버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추운 한겨울, 밖에서 그림을 그려서 꽁꽁 언 손과 수척한 얼굴의 그러나 진실하고 성실했던 노총각화가를 보며 이 사람 옆에 내가 아니면 안 되겠다고 결심하셨다던 당신, 충분히 사랑하시고 이제 모든 수고가 끝났으니, 이제 당신께서 사모하고 그리고 당신을 그토록 사랑하던 아버지 품으로 가셨으니, 그곳에서는 육체의 고통 없이, 외롭고 쓸쓸한 마음 없이 평안하시겠지요당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정석이 정원이는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따듯한 그들의 가정을 만들어갈 것이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언젠가 권순철 선생님과 우연히 마레의 어느 골목의 작고 예쁜 상점들 앞을 함께 지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말씀하셨어요. 아내가 어서 건강해져서 이렇게 아기자기한 길들을 거닐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고요…. 이제는 선생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서 함께 그 길을 걸어가실 테지요그 길 뿐만 아니라 모든 길에 미소로서, 따듯한 손으로 그 초췌했던 화가의 손을 잡고 가시겠지요.

 

사모님과 짧게나마 시간을 같이 했던 기억이 있는 우리들에게, 헤어짐의 아픈 시간을 지나 따듯한 봄볕 같은 추억으로, 오래오래 남을 것입니다.   

마치 이 세상에 넉넉하고 부드럽고 그저 아름답고 향기나는 꽃처럼 잠깐 머물다 가신 것만 같습니다.

아름답고 따듯했던 그 모습으로 편안히 가십시오.

사진 속 사모님의 단아한 미소에 화답하며 우리 모두의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2012 1월 25  유혜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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