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정치토크 프로그램 <나는꼼수다>(이하 ‘나꼼수’)의 진행자 3명이 5월 하순에 영국과 프랑스에서 해외 공연을 펼치러 온다. 김어준, 주진우, 김용민. 이들은 지난 1년간 한국 사회와 정치의 격변 속에서 가장 많은 국민적 관심을 끌어왔으며, 중요한 정치 일정 때마다 핵심적인 이슈를 불러일으키면서 새로운 정치문화를 선도해 온 장본인들이다.
영국 공연은 이틀에 걸쳐 두 차례 개최된다.
런던에서는 5월 26일(토) 오후 2시30분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가이스 캠퍼스, 옥스퍼드에서는 27일(일) 오후 2시30분 옥스포드대학교 가톨릭 채플린시에서 펼쳐진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29일(화) 오후 6시30분 파리 소르본느 대학에서 열릴 예정이다(입장권 구입과 공연 안내 정보는 http://ddanzieu.site11.com 참조).
2011년 4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로 국내는 물론 국외 한국인들의 반응은 말 그대로 폭발적이었다. 지하 골방의 낡은 스튜디오를 빌려서 녹음되는 네 남자들의 걸진 수다는 ‘치명적인 매력’이 담겨 있어 3~4회 방송분을 들은 웬만한 청취자들은 담박에 ‘나꼼수 폐인’이 되고 만다.
일주일에 한 번 아이튠즈(iTunes)를 통해 업로드 되는 이 프로그램을 목마르게 기다리는 열혈 청취자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업로드 시점인 주말 무렵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는 부동의 1~2위를 차지해 왔다. 이렇게 시작된 나꼼수는 단숨에 전 세계 팟캐스 다운로드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했고, 그 자리는 현재까지도 흔들림 없이 지켜지면서 ‘나꼼수 팬덤’ ‘나꼼수 신드롬’ 현상까지 생겨났다. 회당 1천여 만 명의 한국인이 이 음원 파일을 내려받아 들어온 것이다.
다운로드 횟수가 증가하면서 매달 지불해야 하는 서비비용도 만만치 않다. 김 총수는 최근 <김어준의 뉴욕타임즈> 프로그램에서 “한 달 서버비가 1억2천만 원 안팎”이라 밝힌 적이 있다. 그들은 이 비용을 광고나 협찬에 의지하지 않고, 전국 순회 공연 수익금과 열혈 팬들의 후원금 등으로 충당해 왔다.
나꼼수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나꼼수의 리더 격인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에 따르면 ‘그것은 아마 가카의 공헌일 것’이라고 서슴없이 진단한다. 지난 4년간 “서민 계층을 외면하고, 부패한 권력을 유지하며, 시민들의 말할 자유와 권리를 억압해온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온 국민이 지쳐 있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라는 플랫폼만큼은 무너지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고 생각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사람들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정부와 집권층을 비판하려면 은근히 눈치를 살펴야 했고, 평화로운 집회 현장에 참여하면서도 죄 지은 사람처럼 주눅이 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권력층을 엄정하게 비판하고 감시해야 할 언론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공영방송인 KBS, MBC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서 정권 보호의 최첨병이 되었으니 국민들이 진짜로 알아야 한 사실 보도는 뒷전으로 밀려났고, 권력층이 보기에 눈엣가시 같은 취재기자는 한직으로 밀려나 촬영 세트장 같은 곳을 관리하면서 세월을 보내야 했다. 당연히 공정한 논평을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김어준 총수는 평소에 “이명박 정부가 사용하는 억압 도구는 사람을 치졸하게 만들기”였다고 주장해 왔다. 권력은 사람들의 일상을 사찰하고, 비리를 캐고, 계좌를 뒤지고, 조사 대상자와 친한 사람들을 끊임 없이 괴롭혀서 인관 관계를 모조리 단절시키고, 결국 직장을 잃게 하거나 금전적 손해를 크게 나도록 만들어 살아갈 길을 막막하게 만들었다. 대표적인 희생자는 민간인 사찰 피해자는 김종익 ‘KB한마음’ 전 대표이다.
그의 증언을 들어보면 정권에 조금이라도 반대하는 사람 하나를 표적으로 삼아 인간성을 파괴하는 그 과정이 고도로 치밀하고 섬세하다. 이런 본보기 사례를 보면서 사람들은 두려워했고, 몸을 사렸고, 어서 이 정권의 임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이처럼 잔뜩 주눅 들었던 민초들의 가슴에 어느 날 나꼼수가 짠 하고 나타나 ‘쫄지마 씨바!’라고 외치며 나선 것이다. 평범한 서민들은 자신이 가슴에 묻어 두었던 말을 스스로 ‘잡놈’이라 칭하는 네 남자가 나타나서 속 시원히 대변해주는 것을 보면서 커다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해외에서 모국의 민주주의가 하릴없이 허물어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던 동포들 역시 나꼼수의 거침없는 발언에 뜨거운 심정으로 호응하였다.
김어준 총수는 그의 저서 <닥치고 정치>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꼼수를 만든 가장 큰 목적은 ‘그 어떤 주장도 가능하다는 태도, 그 자체를 선동하는 것’이라고. 여기서 주목할 단어가 바로 ‘태도’이다.
사람들은 ‘달’이 중요하지 그것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수단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김어준 총수 생각은 정 반대이다. “만약에 달을 성기로 가리키면 사람들은 달보다 성기에 주목한다”는 것(실제로 그의 저서에서는 더 적나라한 단어를 선택함). 즉, 김어준 총수에게 중요한 것은 정치의 구체적 내용이 아니라 정치에 대해 발언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즉 ‘태도부터가 컨텐츠’라는 주장이다.
나꼼수는 바로 그런 과감한 태도를 그들 스스로 보여주고 행동하면서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바로 이 지점이 나꼼수 열풍의 핵심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치적인 풍자, 신랄한 비판, 일상에 바빠서 잘 주목하지 못했던 핵심 권력층의 비리 폭로. 이 모든 것들이 나꼼수에 담겨 있다.
그들은 기계적 균형론에 맞춰서 방송하지 않는다. 수백 명의 직원들을 고용하여 수천억 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거대 언론사들은 ‘사실1’과 ‘사실2’ ‘사실3’을 진열장 식으로 나열하면서 마치 객관적인 팩트를 보여주는 듯 보도하지만 삶이 지치고 바쁜 대중들은 그런 맥 빠진 뉴스와 평론에는 시큰둥하다. 사실들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진실은 오히려 더 자취를 감추는 역설이 발생한다.
나꼼수는 다르다.
‘사실1’과 ‘사실2’ ‘사실3’ 사이에 감춰진 맥락, 숨겨진 의도, 그것이 현실화 되었을 때 나타나는 예상 문제점 등에 대해 ‘합리적으로 추론’한다. 뉴스를 보는 눈, 사회 현상으로 드러난 이면에 숨겨진 우리들의 정치적 무관심에 대해서도 질타한다. 청취자들은 나꼼수 진행자들이 종종 사용하는 거친 언어들마저 일종의 추임새로 새겨 듣는다.
그들과 함께 웃고, 분노하고, 안타까워하고, 가카의 꼼꼼한 이권 챙기기에 경탄해 마지 않으면서 모순의 본질을 이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어느덧 한국 사회의 심연 깊이 들어가 앉는다. 평소 정치에 무관심했던 30~40대 주부 애청자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내용이 바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일상의 스트레스, 그 원인은 정치’라는 김 총수의 견해에 그들은 대부분 동의한다.
이번 나꼼수 유럽 공연은 그 어떤 전문 기획사가 디자인하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해외에서 열렬히 나꼼수를 청취하던 평범한 시민들이 <나는꼼수다 영국 공연 준비위원회>를 발족한 뒤 지난 4개월간 함께 모여 공동으로 준비해 왔다. 프랑스에서도 파리의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마음을 모았고, 많은 난관에 직면해오면서도 공연 개최의 희망을 결코 저버리지 않았다.
이처럼 저마다 학업과 생업에 종사하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강연장 예약에서부터 포스터와 전단지의 디자인, 언론사 대상 홍보, 행사 진행 기금 마련, 입장권 판매 웹사이트 구축 등 어려운 준비 과정을 묵묵히 감내했다. 공연 준비위원회 김미희 위원장은 “준비 과정 자체가 놀라운 경험이었다. 각 전문 분야에서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이 흩어져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전체 회의를 할 때마다 준비위원들의 넘쳐나는 열기에 모두 감격하고 있다. 멀리 해외에 있는 우리들까지 이렇게 단단히 결합하도록 만드신 가카의 무한한 능력에 다만 머리 숙일 따름이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나꼼수의 이번 유럽 공연 입장료는 £20(프랑스는 €25)이며 상업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김미희 위원장은 “행사 진행에 소요되는 모든 경비는 입장권 판매 수입으로 충당하고, 수익금이 발생한다면 나꼼수 팟캐스트 방송에 필요한 서버 비용으로 전액 이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위원장은 “앞으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나꼼수의 역할과 의제 설정이 무척 중요하다. 나꼼수 멤버들이 현재 여러 가지 검찰 조사에 연루되어 있어서 매우 지쳐있는 상태라고 본다. 이번 유럽 순방 공연이 나꼼수 진행자들은 물론 국내외의 열혈 청취자들에게도 분위기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먼 길을 가야 하는 만큼 지치지 않게, 경쾌하고 당당하게 헤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유로저널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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