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불작가 민정연이 프랑스 생떼띠엔느 현대미술관에서 주최한 제 3회 메세나 청년작가상(Prix des Partenaires)을 수상, 6월23일부터 9월30일까지 개인전을 갖는 영예를 안게 되었다."내 신발에게 길을 묻다"라는 타이틀의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드로잉 작품 22점이 소개된다. 아울러 60페이지 분량의 도록이 출판, 프랑스 미술관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됨으로써,민정연이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하는데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생떼띠엔느 현대미술관(Musee d'Art Moderne de Saint-Etienne Metropole) 은 모네, 마넬리, 피카소 같은 거장들의 작품 2만여점을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의 주요 현대미술관으로, 헝가리 출신 로랑 헤기(Lorand Hegyi)가 2003년 미술관장을 맡은 이래, 주목할 만한 기획전이 수시로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메세나 청년작가상은 생떼띠엔느에 기반을 두고 있는 10여개의 파트너 기업(유통회사 Casino,CIC은행 등)들이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역량있는 젊은 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2009년 설립한 상으로 데생 작업을 중심으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사실, 민정연은 지난해부터 예비 엄마로서 아크릴 같은 화학 제품을 쓰는 대신 펜과 연필 등으로 데생 작업을 시작하였고,“2011 드로잉 나우”살롱에 작품을 출품하게 되었다. 마침, 생떼띠엔느의 메세나 청년작가상 담당자의 눈에 띄었고, 3차에 걸친 심사를 통해 최종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게다가 민정연은 이번 전시개막과 함께 첫 아이를 출산함으로써,이중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79년생인 민정연은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후 2002년 도불,파리 에꼴데보자르를 졸업했다. 2004년 주불한국문화원에서의 대단히 성공적인 첫 개인전 이후, 갤러리스트들의 러브콜을 받아 파리,쥐리히,서울 등에서 전시를 열고,전세계 아트페어에 활발히 참가하고 있다. 특히, 그녀의 첫 개인전은 모철민 전 주불문화원장(현 예술의 전당 사장)이 문화원 설립 이래 처음으로 공모를 통해 주관한“유망작가 전시 시리즈”의 첫 테이프를 끊었던 전시로 기록되고 있다.
한편, 민정연은 이번 생떼띠엔느 미술관 전시 이후,파리 Maria Lund 갤러리,서울 공근혜 갤러리,스위스 Kashya Hildebrand 갤러리,런던 Hada 갤러리 등에서 연이어 전시를가질 예정이다.
박정윤 (한불 문화예술 홍보마케팅)
alloyoon@gmail.com
<전시 정보>
MUSEE D'ART MODERNE DE SAINT-ETIENNE METROPOLE
2012년 6월23일-9월30일
월-일 10시-18시 (화요일 휴관)
입장료 5유로
Tel : 04 77 79 52 52
<평론가의 말>
“민정연의 작품들은 매우 창조적이면서 충만하다.그녀의 작품은 기이하고도 현실적인 세계,풍요와 결핍,미시적이면서 거시적인 관념,공간과 시간에 대한 조작,그리고 프랑스 이론에 대한 담론 등 다양한 세계를 담고 있다. 특히,그녀의 작품 세계는 두 개의 동일하면서도 상이한 것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한편으로 신비롭고 환상적인 세계를 탐험함과 동시에 회화의 영역에서 시간의 효과를 탐구하고 있다. 간혹 충돌하기도 하는 이 두가지 상이한 탐구는 가능성과 잠재력의 공간을 열어주면서 민정연의 작품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자 하는 매력적인 이유가 된다.
민정연의 작품은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 (Gille Deleuze)의 이론으로부터 심대한 영향을 받았다. 들뢰즈와 민정연의 연대로 인해 그녀의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은 일종의 미학적이고도 지적인 탐험이 된다.들뢰즈의 사상 중 일부라도 언급하는 것이 민정연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
들뢰즈는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진화하는 방법인 ‘생성’의 담론을 촉진시키기 위해 '차이의 힘'에 대하여, 무엇이 어떤 사물을 다르고 독특하게 만드는지에 관하여 역설했다. 비평가 클레어 콜브룩(Claire Colebrook)은 들뢰즈와 그의 동료인 펠릭스 가타리(Felix Guattari)가 그들의저서 앙띠 오이디푸스(Anti-Oedipus)에서 직면했던 의문을 “존재하고 사유하는새로운 가치,새로운 욕망,새로운 이미지의 창조를 저해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라고 적절하게 정의한 바 있다.
이 의문은 민정연의 예술세계에서도 중추적인 과제이다. 들뢰즈는 민정연으로 하여금 가능성의 측면에서,혹은 상상력이 극단으로 치닫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사유하도록 자극한다. 민정연에게 있어 이러한 극단은 현실과 가상 세계 사이에 존재한다. 그녀의 상상의 세계는 우리로 하여금 그 특정한 힘, 삶을 파열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에 대해 고찰하도록 한다. 작가의 작품 속에서 이 힘을 따라가다 보면 그녀의 작품이 성취하는 바와 우리의 잠재력에 대한 그녀의 관점을 읽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