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도시적 은유” 이배경 작가 미디어 아트 개인전이 지난 8월10일 금요일 18시에 베를린 주독한국문화원(원장 윤종석) 에서 개막식을 가지면서 최초로 공개 되었다.
이날 안수빈 행사 담당자의 사회로 시작된 전시회 개막식에서 이배경 작가는 인사말에 이어 독일어로 작품설명을 하였다.
“7년간 사용하지 못한 독일어가 서툴러서 미안하다”며 “자연에서도 도시에서도 ‘바람’은 존재한다. 자연속의 바람이 나뭇잎 사이를 가르고 지나고, 꽃잎을 흔들고 지난다면, 도시속의 바람은 사람과 빌딩 사이를 가르고 지난다. 언제부터인가 ‘자연’은 휴식과 등치가 되고, 도시/인공과는 대척점을 이루게 됐는데 휴일이나 휴가철이면 막히는 도로를 무릅쓰고 자연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인터넷과 핸드폰이 없는 ‘완벽한 자연 상태’에서 사람들은 과연 즐기고 휴식 할 수 있을지? ‘도시’라는 돌아갈 곳이 있는 현대인에게 잠시 찾아가는 ‘자연’은 즐길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는지? “ 를 말하면서 ”전시되어 있는 사진속의 나뭇잎들은 10초마다 찍었는데 바람으로 인해 변해가는 나뭇잎들의 흔들림의 모양을 보여주고 싶었다. 바람과 움직임이 없으면 삶도 존재할 수 없다. “고 했다. 문화원에 전시된 이 작가 사진 시리즈에는 아카시아, 당근, 싸리나무, 담쟁이와 같이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식물들을 찍은 사진들인데 시간별로 나뉘고, 나눠진 시간대의 사진들이 한 화면에 담아 공존하도록 하였다. 한결 같다고 생각했던 자연을 분절시키고, 분절된 시간들을 한 폭 에 담았다.
송풍기와 초음파 센서가 장착된 에어모터 64개로 만들어진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지금까지 이배경 작가가 주목해왔던 도시와 바람에 대한 이야기의 연장에 있다. 물론 ‘메트로폴리스’라는 용어를 떠올릴만한 그 어떤 밀집된 초고층 빌딩의 모형도 없고, 첨단 테크놀로지를 예상해 볼만한 거대한 장비도 없다. 다만 송풍기와 하얀 정육면체가 있을 뿐이다. 바람과 비닐봉지의 움직임을 통해서 일상적인 것 안에서의 아름다운, 진정 소중한 가치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처럼, 이배경 도시에 대한 직접적인 시각적 재현이나 현란한 인터렉티브 기술에 의해서가 아니라, 극도로 절제된 미니얼한 흰색 정육면체의 움직임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 지는 ‘바람’으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 작가는‘바람은 표현만으로는 힘들기 때문에 사각형 흰색 정육면체를 공중에 뜨게 하는 뉴 메디아 아트<메트로폴리스 메타포> 작품을 위해 8년간이나 연구를 했으며 4개월간 제작’ 했다면서 ‘하얀 정육면체가 무상하게 공중에 떠있는걸 보노라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기도 하고, 그 움직임이 우아 하고 아름답기도 하면서 사색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는데, 바람은 무엇일까?’ 를 많이 생각해왔다‘고 하면서 ’바람‘을 본적이 있는가? 움직이는 나뭇잎, 시원한 느낌, 볼과 옷깃을 스치는 바람의 느낌‘을 강조하였다.
송풍기와 하얀색 정육면체를 통해서 그가 표현하려는 도시 은유는 그가 은유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그가 도시를 바라본 방식에 대해서, 그리고 그와 연결되어 있는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분절화 되고 병치된 사진 이미지 속 자연은 우리가 알고 이해하고, 대면하게 되는 자연의 본질을 새삼 되묻게 된다. 만일 누군가의 말처럼 현대예술이 보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고민하게 하고, 질문하게 하고 그가 살고 있는 일상을 낯설게 하는 것이라면, 이배경의 이번 작업들은 충분히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당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연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고, 도시 안에서 현대인에게 익숙해진 자연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그런 기회를 제공해준 셈이다.
이번 작품에서 그 보이지 않는 그러나 작가가 드러내고 싶었던 핵심요소는 바로 ‘바람’이었다. 그리고 그 바람은 작가가 바라보는 도시와 자연을 아우르는 공통분모이다.
▶이 작품 전시기간은 8월11일-30일까지 이다.
(베를린 주독일 문화원: Leipziger Platz 3, 10117 Berlin)
▶작가 양력
1969년 경남 합천에서 출생.
1989 - 1995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조소학과 졸업
1996 - 2002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예술대학교 (Film and Video 전공) 졸업(Diploma),
2002 - 2004 독일. 쾰른미디어 예술대학교, (Media Art 전공) 대학원과정 졸업(Diploma)
유로저널 베를린 안희숙 기자( ann200655@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