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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2013.09.16 22:08
광부 파독 50주년 기념- 탄광체험기
조회 수 9957 추천 수 0 댓글 0
광부 파독 50주년 기념- 탄광체험기 광부 파독 50주년 기념을 맞이해 탄광 체험이 있었다. 백진건 씨의 주선으로 성사된 이번 광산체험은 두 팀으로 나누어 이루어졌다. 한팀은 한국방송국 MBC 팀과 동행하여 지상에서 석탄을 처리하는 과정을 PD 박규현, 카메라 유철주, 이근태,선우곤, 김남옥 그리고 백진건이었으며 한 팀은 교민 박경림, 송금주와 유학생 6명으로 지하 1323 m 까지 입갱하였다.. 아래 글은 김대희 씨가 탄광을 체험하고 작성한 글이다.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인 1960년대 초,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심각한 실업 및 열악한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로 간호사와 광부 같은 노동력의 해외송출을 추진했다.
마침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라인강의 기적’ 으로 일컬어지는 엄청난 경제성장으로 인해 힘든 육체노동이 요구되는 일자리의 노동력
부족사태를 겪고 있었고, 이런 이유에서 한국노동청과 독일탄광협회 간의 협정을 거쳐 1963년 12월 16일 독일로 한국광부들의 첫 번째 파견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올해 광부 파독 50주년을 맞이해서 독일 NRW지역 오버하우젠 빌라델비아 교회 및 뒤셀도르프 소망교회 청년부 소속의 유학생 6명이 탄광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우리는 다 같이 교회에 모여 1박을 한 뒤, 9월 9일 오전 5시 30분에 광산이 있는 루르지방(Ruhrgebiet)의 말(Marl)을 향해 출발했다. 이 지역 광산의 역사는 1875년부터 시작되었고, 현재 이 탄광은 루르탄광주식회사(RAG)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지금도 독일 내에서 생산성이 가장 높은 광산 중
하나이다. 아침 7시, 현장에 도착한 후 광산에 관한 정보가 담긴 프레젠테이션 및 안전수칙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1시간이 넘는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후 탄광에 들어가기에 앞서 작업복과 안전모를
지급받았는데, 착용방법 등 여러 면에서 군복을 연상케했다. 광산에서는 무엇보다 안전을 중요히 여기기 때문에, 휴대전화 등 소지가 금지된 품목들이 있었다. 따라서 출입하기 전에 흡사 보안검색대 같은 곳을 통과하여야만 했다. 우리는 오전 9시경에 갱도로 내려갈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러운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1시간쯤 뒤인 10시경에 내려가게 되었다. 지하로 내려가기에 앞서 생긴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인해 참가자들 사이에 다소 긴장감이 돌았지만 막상 내려갈
때에는 모두 설레는 마음을 앉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승강기로 지하 1200m를 내려가기 까지 90초 안팎의 시간이 걸렸지만 속도감을 크게 느낄 수는 없었다. 지하에 도착하자마자 갱도를 보았을 때의 첫 인상은 한참 공사중인 터널 같았다. 마치, 굴착은 끝났지만 벽과 도로가 포장되어 있지 않은 그런 터널과 닮아있었다. 승강기에서 하차한 뒤 우리를 갱도 깊숙한 곳으로 데려다 줄 슈베베반(Schwebebahn: 공중에 매달린 케이블카)을 타기 위해 200m 정도를 걸어서 이동했는데, 중간에 컴퓨터 여러 대가 설치된 사무실을 통유리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우리를 인솔하신 OOO씨로부터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는데, 외부로부터 마냥 단절된 것 같은 지하 깊숙한 곳에 소통을 의미하는 인터넷이
존재한다는 부분에 대해 다들 신기해했다. 우리를 수 킬로 가량 더 깊숙한 곳으로 안내해준 슈베베반은 예상과 달리 속력이 느렸다. 무엇보다 좌우로 흔들거리며 사람들로 하여금 멀미를 하게 만든 이 기구는 정말이지
복병(伏兵)이었다. 그리고 이동 중에 어떤 지점에 다다르자 엄청난 석탄가루와 미세먼지들이 공간을 메우기 시작했지만, 사전에 지시가 없었던 터라 마스크를 지급받았음에도 참가자 어느 누구도 답사가
끝날 때까지 착용하지 않았다. 무려 한 시간 가까이 슈베베반으로 이동한 후 도착한 곳은 지하 1312m 지점이었다. 우리가 처음 들어섰던 곳과는 달리 땅은 질퍽했고 한걸음 내딛기가 힘이 들었다. 그렇게 수십 미터를 더 이동한 후 우리가 도착한 곳은 석탄이 채굴되고 있는
현장이었다. 난생 처음 보는 규모의 굴착기는 레일 위에서 앞뒤로 이동하며 무시무시한 톱날로 벽을 깎아 내렸고, 떨어져 나온 암석들은 가공되기 위하여 우리 앞에 놓여진 고무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채광 과정이 리모컨으로 조작되는 최신식 설비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한편, 작업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기계와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쿨러를 통해 물이 지속적으로 분사되었고, 이를 통해 본 노동자의 근무환경까지 고려한 시스템에 다시 한번 경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가자 대부분은 평소 경험하지 못하는 엄청난 양의 미세먼지와 석탄재에 노출된 탓에 숨쉬기 조차 힘들어했다. 하지만 점차 적응이 되었고 다들 작업 광경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를 인솔한 OOO씨가 눈 앞에서 채굴되어 나온 석탄 덩어리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기념품이라며 나누어주었는데 그 때부터
사람들 얼굴에 미소가 돌기 시작한 것 같다. 석탄뿐 아니라 화석 덩어리가 나오기도 했는데, 애석하게도 내가 받진 못했다. 한 시간 가량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채굴광경을 지켜본 후 다시 한 시간 정도 슈베베반으로 이동했는데, 각자 나름의 요령으로 멀미에 시달리지 않고 잠에 취해 돌아올 수 있었다. 돌아와서 샤워를 마친 뒤, 광산에서 제공한 닭고기가 곁들여진 야채수프를 먹으며 인솔자 분들과 질문을 주고 받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독일에서 수 십 년간 거주하신 어떤 분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가 경험한 건 고급 세단이고 30여년 전 작업환경은 소 달구지라고 한다. 그만큼 세월에 따라 작업환경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6-70년대 당시 외화벌이와 나라경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이 곳에 광부로 오셨던 분들이 매일같이 맞닥뜨려야 했을 상황이 허무하고 고달팠을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 한 켠이 아렸다. 고작 3시간 남짓한 현장체험을 마치고 앓는 소리를 하고 있던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우리가 방문했던 말(Marl)에 위치한 광산은 2015년부로 탄광으로써 역할을 다 하게 되고, 2018년 이후에는 독일의 모든 탄광이 자취를 감추게 된다. 외국으로부터 값 싸게 들여올 수 있는 원자재로 인하여 정상적인 광산 운영으로는
더 이상 수지를 맞출 수 없기 때문에, 독일 정부에선 불가피하게 이러한 결정에 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첨언하자면, 현재의 광산도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등 이미 적자 운영의 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독일 내 광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는 것은 곧 마주하게 될 당위적인
현실이다. 독일 탄광의 200여년의 역사, 그리고 산업화가 한창이던 6-70년대에 이 곳에 오게 된 파독 광부들의 추억과 애환이 묻어있는 광산이 마주한 이와 같은 처지가 다소 안타깝지만, 석탄 채광을 정지함으로 탄광이 송두리째 사라지게 된다는 의미가 아님을 조명하고
싶다. 독일 정부에서는 향후 열 에너지 활용과 풍력 발전 등 폐광에서의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폐광을 관광자원으로 탈바꿈 시키는 등 여러 가지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플랜들을 갖고 있다. 한편,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맞물린 섣부른 정책이행을 통해 이루어지는 납득 불가능한 국가사업과 부수고 짓는 걸 반복하는
풍토가 아직 만연한 우리의 모습을 생각하니 하루 속히 독일의 면모를 본받아 미래지향적이고 지속 가능한, 그리고 모두를 미소 짓게 만드는 더욱름다운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끝으로, 우리의 현장답사를 인솔해주신 루르탄광주식회사(RAG)의 안내자, 무엇보다 우리의 체험을 주선해주신 대한태권도협회 회원 백진건 선생님, 또 수고해주신 오버하우젠 빌라델비아교회의 김남옥 권사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울러, 더 많은 사람들이 기회가 닿는 대로 탄광을 둘러보았으면 한다. 예전에 파독 광부 혹은 간호사로 낯선 독일 땅에 오신 분들께서 매년 한국으로 송금한 외화가 경제개발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중 독일에 정착하신 분들이 지금도 유학생들과 교민사회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계시니 이 분들이 지난 시간 겪은 노고를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독일 유로저널 오애순(mt.199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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