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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2006.08.29 01:22

독일 빈민구제 이렇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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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퍼탈러 타펠'의 구제 시스템을 배우자

오늘날 거의 모든 현대국가는 노약자나 실업자, 장애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복지정책을 펴지 않는 나라가 없다. 그런데 특히 국민의 복리후생에 관심을 기울이는 나라 중에 독일만한 나라도 드물 것 같다. 하지만 통일이후 동독개발에 돈을 쏟아 부은 독일은 점점 재정에 바닥이 보여 종래와 같은 국민복리후생에 투자하기가 어려워 졌다. 급기야 전독일 수상 슈뢰더가 이끄는 녹적연정은 하르츠 법안을 제정해 그 동안 독일정부가 제공해 온 각종 복지 혜택을 제한하기에 이르렀다.
국가의 재정적 여력이 딸리자 종교계를 비롯해 민간차원에서 여러 구제단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했다.
구제기관들은 법인을 설립하여 시스템을 갖추고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지역내 기업과 단체 및 개인의 폭 넓은 후원을 받으며 빈민구제 사업을 벌인다. 이 중에 하나가 소개하려고 하는 ‘부퍼탈러 타펠’(Wuppertaler Tafel e.V. )이다.
부퍼탈은 독일 서북부에 위치한 독일에서는 중간 크기의 도시다. 그리고 ‘부퍼탈러 타펠’(Wuppertaler Tafel e.V.)은 부퍼탈 시의 빈민구제기관을 일컫는 말이다. 이 기구는 독일 전국의 500여 회원을 거느린 독일연방 타펠연맹에 속해 있으며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본래 부퍼탈 시에는 1988년에 설립된 소규모의 구제원이 있었으나 활동이 미미했다.
1995년 이 기구를 <타펠>로 확대 발전시키면서 새롭고도 매우 실질적인 방안들이 모색되고 또 실제로 실행에 옮겨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회적 약자들을 의미있게 도울 수 있었고 이러한 활동상이 독일 전역에 알려지면서 다른 <타펠>들의 귀감이 되었다. 지난 해에는 부퍼탈러 타펠의 활동이 독일 RTL 텔레비젼에 특집으로 방영되어 독일국민들의 관심과 사회의 반향을 크게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부퍼탈의 식탁”이라는 뜻을 가진 ‘부퍼탈러 타펠’(이하 ‘타펠’)은 “부퍼탈에서는 그 누구든 굶는 사람이 없게 하자” 는 목표를 향해서 매우 실제적이면서 현실가능한 방안들을 찾아내어 구제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민간기관이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지원과 기업 및 자영업자들의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 내는 등 부퍼탈 시 전체가 함께 운영해 간다는 인상을 주는 모범적이고 이상적인 구제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시스템을 통해서 우리의 복리후생 방법들과 빈민구제활동상을 되돌아 보는 것도 의미있다 하겠다.
<타펠>이 벌이고 있는 구제활동은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3대 요소인 의식주 중에서 주택을 제외한 음식과 의복을 공급한다. 그리고 이 외에도 의료활동과 가구 및 가재도구 공급도 담당한다.

급식사업
<타펠>에서 벌이고 있는 빈민구제사업 중에서 가장 비중을 두고 있는 분야가 급식분야이다. 현재 구내식당운영, 타펠샵운영, 급식차량운행 등 다양한 급식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음식물을 매일 같이 식당, 대형주방, 호텔, 제과점, 슈퍼마켓, 병원 등에서 거두어 온다. 음식을 다량으로 취급하는 곳에서는 항상 남을 만큼 충분히 만들기 때문에 빈손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이 음식들을 모아 배고픈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수거대상이 되는 음식은 과잉생산되었거나 남는 식품, 또는 유효기간이 임박한 식품들이다 그리고 이 중에는 조리준비가 다 되어 데우기만 하면 되는 음식도 포함된다.
매달 약 80톤의 식품이 <타펠>을 통해서 27.000명에게로 돌아간다.
이 일을 지원하기 위해 약 130 개의 부퍼탈 요식업체와 제빵 업체들이 참여하고 또 수거와 배포를 수행하기 위해.8대의 공용차량과 8대의 개인차량이 동원된다.
요식업체나 제과점에서 나오는 음식물은 곧바로 수요자에게 제공된다.
급식처는 타펠구내식당, 시내 각 타펠지소, 다른 구제기관이나 사회복지센터와 같은 실내 급식처와  거리에서 나누어 주기도 한다.
<타펠> 건물 내 구내식당은 연중무휴 음식을 제공한다.다만 구내식당에서는 직접 조리는 하지 않고 이미 대형식당이나 공급처에서 만들어진 음식물을 데워주기만 한다.
음식은 무료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은 매일 보통 100-200명에 이른다. 타펠에서는 구내식당을 찾는 사람들을 통제하지 않는다. 누구든 배고프면 와서 먹을 수 있다. 식당관리자가 이용자가 빈민인지 아닌지 신원을 파악하지 않는다.
식사를 제공하는 시간은 보통 식사시간 보다 다소 늦다. 아침식사는 9시부터, 점심식사는 1시30분터, 저녁식사는 6시부터 시작된다. 수거 분리, 등 선행업무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는 세끼 식사 모두 제공하며, 일요일에는 아침과 점심만 제공한다. 특기할 점은 일요일 아침식사 만큼은 부퍼탈 시민 모두를 식사에 초대한다는 것이다.
<타펠>측은 10부터 1시간 동안 열리는 시민아침식사 시간을 홍보시간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구내식당 말고도 <타펠>에서는 식품샵을 경영한다. 현재 시내에 4곳의 샵을 두고 있는데 다른 복지기관들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샵은 식당과 달리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제공되지 않고 재가공 내지는 조리가 필요한 반제품 식품들을 취급한다. 그런데 이용자는 원하는 식품들을 양에 구애받지 않고 얼마든지 가져갈 수 있다. 다만 무료가 아니라 값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판매가가 정해져 있지 않고 고객의 처분에 맡긴다.
형편대로 알아서 내라는 식이다.
다만 최저액은 정해 놓았다.
그러나 그 금액이 50센트(약 500원 상당)에 불과하다. 그러니 50센트만 내고 한 자루 먹을 것을 싸들고 가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이 50센트도 성금으로 처리된다.
<타펠>에서는 이 밖에도 급식차량(Sozial-Mobil)을 운행하고 있다. 급식차량은 매일 저녁 부퍼탈 시내를 순회하면서 저녁식사를 제공한다.
수프와 브뢰첸(식사대용 독일빵), 과자, 과일, 유제품, 따뜻한 차 등을 싣고 1년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배고픈 사람들을 찾아 다닌다.
현재 급식차량이 정차하는 곳은 시청앞, 역앞 등 모두 네 군데, 저녁 6시부터 7시30분 사이에 이곳을 순회한다.

의료활동
<타펠>은 매주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3일 간 의료차량을 운행한다.
의사, 간호사, 운전자 3명이 한 조가 되어 의료진을 형성, 부퍼탈, 졸링엔, 렘샤이트 등지를 돌며 진료한다. 물론 진료팀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의료차량을 기다리는 환자들 중에는 병원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환자들의 시선을 받는 것이 두렵고 싫어서 차라리 병원을 안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무의탁 노인, 무연고자 환자 등 아무도 찾아 주는 사람 없는 외로운 환자들이라고 한다.
이들을 위해서 시간을 내주는 일이야말로 <타펠>의 의료차량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다. 따뜻한 인간애를 진통제나 항생제 처럼 급하게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가하면 개인적인 대화를 나눔으로써 향정신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로 하여금 알콜이나 마약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용기를 불어 넣어 줄 수도 있다.

옷, 가구, 기타
타펠 건물 지하에는 <타펠>에서 경영하는 세컨 핸드샵이 있다. 이곳에서는 시민들이 기증한 가재도구, 가구, 입던 옷가지 등등을 모아 두었다가 필요한 이들에게 소액의 수수료만 받고 내어 준다. 일요일만 제외하고 매일 운영하고 있는 세컨 핸드샵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노숙자, 실업자, 다수의 자녀를 둔 영세민, 소액 연금생활자, 생활보호대상자 등으로 제한된다. 기증품은 기증자가 직접 <타펠>로 가져오거나 <타펠>에 연락하면 된다(전화: 0202-432946). <타펠>에서는 잘 보관해둔 입을 만한 옷가지들을 모아 두었다가 전화만 주면 언제든 가지러 간다고 한다.
이 밖에도 <타펠>에서는 서적벼룩시장도 운영한다.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서적을 판매하는데 팔려고 내놓은 책들은 모두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것이다. 판매대금은 <타펠> 운영비로 사용된다. 벼룩시장은 매주 수요일 오후에 열리며, 매달 첫 일요일에도  장이 선다. 알뜰하고 검소한 독일인들답게 책 한 권도 버리지 않고  보관해 두었다가 구제활동과 같은 선한 일에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타펠> 측은 연례보고에서 <타펠>이 제공하는 여러가지 구제사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로 <타펠> 시설을 찾아 오는데 어떤 장애가 있거나, 또는 부끄러움이나 두려움 같은 심리적 요인을 들고 있다. 그런데 놀라울 일은 <타펠>이 이러한 개인적인 부분까지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타펠>은 이런 사람들을 돕기 위하여 개인이나 복지단체를 동원하여 이들에게 식품을 전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다만 현재는 비용  문제 때문에 개인을 이용한 배달은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구 37만의 독일 부퍼탈(Wuppertal)시는 중부에 위치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경제 및 문화 중심지이자 대학도시이다. 아마 부퍼탈시는 세계적이라고 자랑하는 ‘쉬베베반’ (Schwebebahn)이라는 레일에 매달려 가는 공중열차로 더 잘 알려졌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부퍼탈은 <타펠>의 신선한 구제활동으로 더 많이 세상에 알려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십 수년 전에 ‘밥퍼목사’라는 닉네임이 붙은 최일도 목사가 청량리를 중심으로 노숙자, 부랑자, 도시빈민들에 밥을 퍼주기 시작하여 그의 빈민구제활동이 한국사회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 같은 활동이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된 바 있다. 그러나 독일의 <타펠>은 비단 더운 음식 한 끼 해주는 것으로 그 소임을 다했다고 자부하지 않는다. 그들은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 정부도 하지 못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고 있다는 데에 우리는 시선을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몇몇 독지가가 나선 것이 아니다. 한 두 개 대기업이 인심쓰듯 목돈 한 번 준 것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온 시가 하나가 되어 한마음으로 이 일에 매달리고 있다. 이렇게 해서 부퍼탈 시는 굶는 사람이 없는 도시가 되어 가고 있다.

독일유로저널
프랑크푸르트 및 남부지역 지사장 김운경
woonkk@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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