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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1 17:42
법원 판례로 보는 영국 생활 (2) 고용주의 대리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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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주의 대리책임
직장의 상사가 동료 또는 부하직원에게 잘못을 했을 때 피해를 당한 사람이 피해를 준 상사 또는 동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또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도 있다. 자녀의 잘못에 대하여 부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하겠다. 이를 대리책임 (Vicarious Liability) 이라고 한다.
1979년 돈카스터 지역에 윌식홀 이라는 기숙학교가 문을 열었다. 리스트라는 학생을 비롯한 많은 학생들이 12살에 입교하여 15살이 될 때까지 생활을 하였다. 기숙사에는 몸이 불편한 아내와 함께 사는 사감이 있었다. 이 사감이 학생들을 성추행 하였다. 사감은 성추행 당한 학생들의 입을 막기 위하여 학생들에게 선물을 안기기도 하였고, 여행을 데리고 다니기도 하면서, 리스트를 비롯한 여러 학생들을 10여년동안 성추행 했다.
10여년이 지난 후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었다. 성추행 사실이 인정되어 사감은 7년형을 받았다.
1997년에 리스트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듀스버리 지방법원에 학교를 상대로 사감의 불법행위에 대한 개인상해 손해배상을 신청하였다. 1999년, 워커 판사는 기존의 판례에 따라 이 소송을 기각하였다. ‘살몬 테스트’라 불리는 기존 판례에 의하면 몸이 불편한 학생들을 데리고 해외 여행을 떠난 교감의 성추행 행위가 그의 고용주인 학교에서 위임한 권한 밖의 일이었으므로 학교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피해학생들은 이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를 하였다.
1999년 10월 항소법원 역시 이 소송을 기각했다. 만일 피고용인들의 불법적인 행위가 고용과 직접관계 된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 고용주는 그 피고용인들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기존 판례를 재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이 판결에 대하여 당시 대법원격인 ‘하우스-오브-로드’에 상고를 허락했다.
2001년, ‘하우스-오브-로드’의 상고심에서는 케나다 법원의 ‘바질-커리’ 판례와 ‘제코비-그리피스’ 판례가 인용되었다. 하우스-오브-로드의 로드 클라이드 (Lord Clyde) 판사는 다음과 같이 사감을 고용한 학교가 대리책임을 져야한다는 요지의 판결을 내렸다.
“학교는 사감에게 기숙사를 관리하고 학생들을 돌보는 아주 일반적인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또한 사감은 학생들을 돌보고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반적인 책임이 있다. 이러한 권한과 책임은 학교가 사감에게 위임한 것이다. 그러나 사감의 그러한 행동은 그 사감을 고용한 학교가 그에게 위임한 책임을 저버린 것이며, 사감이란 위치를 악용한 것이다. 사감이 학생들에게 행한 범법행위는 그 당시 사감이라는 상황과는 별개로 생각하거나 그의 단독행위라 볼 수 없다. 학생들을 돌보고 지도하는 기숙사 사감으로서의 책임과 권한이 주어진 상황에서, 사감으로서의 그가 행한 모든 행위들에 대한 책임은, 그를 고용하고 권한과 책임을 위임한 고용주, 즉 학교에 있다. 따라서 학교는 사감의 손에서 고통을 겪은 리스트를 비롯한 모든 청구인들의 상처와 고통에 대하여 보상해야 할 대리책임이 있다.”
이 판결 이후 피고용인들이 고의적으로 다른 피고용인들에게 또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하여 고용주가 책임을 져야하는 대리책임(Vicarious Liability)라는 법 질서가 확립되었다.
2003년, 나이트 크럽에서 경비원으로 있던 크랜스턴이 손님인 마티스와 다투다 마티스를 움켜잡고 등을 칼로 찌른 사건에서 항소법원은 나이트 클럽의 주인인 폴록씨가 대리책임을 져야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2002년에는 ‘하우스-오브-로드’에서 피고용인의 사기행위로 인한 피해를 고용주가 일부 책임져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로서 대리책임이라는 새로운 법률 논리가 영국에서 하나의 중요한 법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김인수 (Andrew King, Kawa Guimaraes & Associates Solici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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