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에게 절체절명의 ‘중간고사’가 될 6·2 지방선거가 석 달 앞으로 훌쩍 다가왔다. 역대 정권에서 지방선거는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어 여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던진 세종시 수류탄의 파편이 어디로 튈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선거를 앞둔 여당은 더욱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단 한나라당은 수도권 3곳(서울·경기·인천)과 강원, 제주가 이번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수도권에서만 싹쓸이 내지는 2승 1패가 될 경우 사실상 승리로 규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 전략팀은 수도권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여당의 수도권 압승 전략은 수립도 하기 전에 여러 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특히 여당 핵심부는 수도권 현직 단체장들의 경쟁력이나 신선함이 갈수록 떨어지고 이동관 청와대 수석의 국민투표 발언으로 여권 지방선거 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한 소장파 의원도 “국민투표 카드가 공식적인 창구를 통해 진지하게 제시됐다면 여론 흡입력이 있었을 것인데 ‘익명의 여권 핵심부’라는 음모론적인 이미지로 먼저 터져 나오면서 그 신선함이 모두 상실됐다. 공론화되기도 전에 누더기가 된 국민투표는 이제 진정성을 잃었고, 사실상 소멸 직전까지 간 것으로 봐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재’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죽은 카드를 다시 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여당의 또 다른 골칫거리는 수도권 현직 단체장들의 경쟁력이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경우 현재로선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지만 야당의 단일 후보에게 역전될 가능성이 높아 선거 전략팀에서 ‘교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서울과 경기도는 지난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첫 선거가 실시된 이래 재선을 기록했던 단체장들이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교체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이처럼 여당 일각에서 현 단체장 후보들에 대해 ‘신뢰’를 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숨어 있는 지지율’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이 대통령 지지율이나 여당 후보들의 지지율에 ‘거품’이 끼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참여정부 시절의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은 최근 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관련, “이명박 정부 들어서 우리의 감각과 여론조사 결과가 한 10%p, 많게는 20%p 이상 차이 나는 경험들을 하고 있다”며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선거 전략팀 일각에서 현재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각종 여론조사의 ‘허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도 민심과 지지율에 대한 ‘온도차’ 때문일 것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에 대해 “그동안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가 터무니없이 차이가 났던 것은 응답을 유보하는 층이 많았고, 질문 내용도 달랐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나 원안 대 수정안의 찬반 비율만 가지고 지방선거 결과를 예상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그동안 답변을 유보했던 층의 표심이 과연 어디로 향할지가 이번 지방선거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저널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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