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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486그룹 ‘계파 초월한 계파로 독자 세력화’


민주당 486 그룹이 10·3 전당대회를 계기로 독자세력화를 도모해왔던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그룹이 지난 17일 정치모임인 ‘진보행동’을 발족하면서 드디어 행동에 들어갔다.

전대협 출신 정치인들의 모임인 ‘삼수회’를 발전적으로 해체해 확대한 것으로 지난 전당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킨 이인영 최고위원을 비롯한 김영춘 최고위원, 강기정·조정식·백원우·서갑원 의원 등이, 원외로는 우상호·이화영·김태년·오영식·임종석·이기우·김현미 전 의원과 유은혜 부대변인 등 42명이 참여했다. 외견상으로는 과거 정세균·정동영·김근태계는 물론 친노 그룹까지 아우르고 있다.

지난 전당대회 때 계파 간 ‘헤쳐모여’ 분위기 속에서 정치 입문 과정과 당의 노선을 공유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결집된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시동인 셈이다.

이들의 행보를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각은 매우 복합적이다. 이들의 기치가 얼마나 공감대를 형성하며 세력을 확장해나갈지, 손학규 대표체제와는 어떤 관계를 형성해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지, 이들이 당내에서 새로운 주류로 부상할 수 있을지, 그렇다면 그 시점은 언제쯤일지, 나아가 2012년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이념을 내세워 누구를 지지할지, 이 모든 문제를 놓고 각 정파 간 이해와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간단히 바라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모임이 공식출범하기까지 1년여의 ‘숙성기간’을 거쳤다는 사실 때문이다.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잇따라 서거하자 진보진영 내에서 “이대로 가면 구심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면서 전대협 출신의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을 중심으로 삼수회가 꾸려졌고, 매주 모임을 개최하면서 ‘처절한 반성과 치열한 모색’을 해왔다고 한다.

한 핵심 관계자는 그 반성의 내용에 대해 “386 출신으로 국회에 입성한 인사들이 486이 될 때까지 10년 동안 학생운동 시절 뜨겁게 외쳤던 구호를 실현하기 위해 힘을 모았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느냐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모두가 여의도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진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를 한 게 아니라, 현실의 벽을 핑계로 내세워 유력 정치인의 보호를 받는 각 계파로 흩어져 개인적 이득을 취하는 데만 급급했다는 반성이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적당한 절충주의가 횡행했던 이 시절을 ‘하청정치 시대’로 정리했다. 지난 총선 때 불출마를 선언하며 탈당했던 김영춘 전 의원이 복당하며 지명직 최고위원직을 받아들인 것도 ‘뜬금없이’ 벌어진 일이 아니라, 삼수회 내에서 지난 행적에 대한 반성의 과정을 거친 결과라고 한다.

특히 이 모임에 참여한 42명이 모두 19대 총선에 출마할 채비를 하고 있는 지역위원장이라는 점이 당내 긴장도를 더욱 높여놓고 있다. ‘진보행동’은 더 이상 친목모임이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당내 당’의 성격을 띤 정치결사체다. 당내 세 확대가 당장의 최우선 과제이지만, 19대 총선 결과에 따라 민주당을 ‘접수’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분당을 통한 독자정당화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게다가 유력 정치인 중심의 계파적 조직특성에서 탈피해 공동의 이념 추구를 목표로 세운 조직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일단 ‘진보행동’은 손학규 대표는 물론, 정세균·정동영 최고위원 등 당내 잠재적 대권주자군과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정책적 차원의 지원과 견제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내세운 이념적 기치는 진보와 민주 두 가지다. 진보는 정책적 지향점을 포괄하고 있고, 민주는 민주당이라는 정당의 정통성을 의미한다. 결국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들만의 세대적 과제를 추구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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