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권력구도가 급속도로 재편되면서 새로운 거대 계파가 형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내년 4·11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각 계파는 서바이벌 이합집산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총선과 대선이 점점 다가옴에도 마땅한‘박근혜 대항마’를 찾지 못한 '반박근혜’그룹인 이상득계,소장파 들중에서 일부가 박 전대표의 정치적 자산을 인정하고 그녀의 우산 속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일요신문이 전했다.
최근 들어 이상득 의원과 박근혜 전 대표의 화합 분위기가 조성되더니 급기야 그 훈풍에 ‘만년반박’이었던 소장파마저 합류할 태세다.
새 계파 형성의 단초는 정두언 의원 등의 소장파가 최근 ‘친 박근혜’를 외치며 좌표이동을 하는 것에서부터 발견된다. 소장파는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박근혜라는 브랜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연일 구애작전을 펴고 있다. 박 전 대표도 그런 프러포즈를 마다하지 않을 전망이다. ‘영남공주’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선 수도권에 포진된 소장파의 지원사격이 필수적이다.
정 두언의원은 지난 13일 “제가 만약 대통령이라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차기(대권 주자)를 언제든지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유력 인사가 전면에 나서서 역량을 발휘해야 하고, 정권 차원에서도 이를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는 게 정 최고위원의 논리다. 누가 봐도 박 전 대표를 치켜세우는 뉘앙스의 발언이며 본인도 부인을 애써 하지않고 있다.
한편,이상득 의원은 이미 박 전 대표와 한 배를 타고 하산을 준비 중이다. 현재 ‘이상득-박근혜-소장파’라는 새로운 계파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직·간접적으로 연대할 토대를 마련해가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친 이재오계뿐이다. 정계개편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해온 이재오계는 거대계파에 왕따를 당하든, 아니면 굴욕적으로 편입돼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와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친 이재오계에서도 조기전당대회와 총선 등을 거치며 ‘월박’하는 의원들이 나타날 경우 한나라당은 급속하게 ‘박근혜당’으로 권력이 재편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미 지난해 8월 21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청와대 비밀회동에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재창출에 무언의 합의 도출을 이루어낸 데에는 이상득-박근혜 조합의 결과이다.
동남권 신공항 논란에서 양측의 갈등은 최소화됐고, 박 전대표의 유럽 3개국 특사 합의 등으로 양측의 신사협정은 잘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이명박 정권의 안전한 하산은 이상득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다시 배지를 다는 필요충분조건이란 점에서 양측의 연대 틀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이렇게 거대 계파가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은 이재오계의 필연적인 몰락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아도 친 이재오계는 모래성 계파가 되기 일보직전이다.
점점 박근혜당으로 가는 현재의 여당 권력구도에 변화를 주기 위해 정계개편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언급하면서 이상득 의원은 물론 소장파까지 ‘월박’의 흐름을 대세로 인정하고 있지만 그들은 끝까지 거부의 몸짓을 보이고 있다.
여당의 ‘이상득-박근혜-소장파’라는 거대 계파의 성립을 ‘화룡정점’하는 결정적 요소다. 박 전 대표의 선택에 따라 새로운 거대 계파가 형성돼 총선을 거쳐 대선까지 직행하는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 전 대표에게 있어 소장파와의 연대는 그 자체로 총선-대선의 전력상승 효과를 가져다주는 중요한 포인트다. 박 전 대표는 그를 둘러싸고 있는 구시대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져야 한다. 그 첫 번째 돌파구가 바로 소장파와의 연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박 전 대표는 여당에 만연한 선거 패배 공포감으로 더욱 주가가 치솟고 있다. 청와대가 유럽 3개국 특사 지명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박근혜 바람을 재보선에 어떻게든 활용하려는 고육지책이다.
현재 한나라당의 권력구도는 친 이재오계와 이명박-이상득 형제가 양분하고 있던 구도에서 ‘이상득-박근혜-소장파’라는 새로운 거대 계파로 전이되는 과정에 있다. 이런 흐름의 물밑에서 자연스럽게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박근혜 전 대표로의 권력이양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유로저널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