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 상승에 물가 안정은 긍정적, 수출은 빨간불
최근 원화환율의 하락 속도가 빨라지면서 물가안정과 수출경쟁력을 둘러싸고 환율 수준에 대한 논란이 많다.
지난해 말 달러당 1140원 수준이던 원화환율은 5월 들어서는 달러당 1060원대로 하락하는 등 올 들어서는 4월말까지 원화의 절상 폭이 6.2%에 달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10일 발표한 보고서‘균형 환율 수준과 향후 환율 정책 방향’에 따르면 지난해 재정위기의 여파로 크게 하락한 후 올해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유로화나 영국 파운드화 등을 제외하면 주요국 통화 가운데 원화의 절상 폭이 가장 큰 상태이다. 특히 아시아 국가 통화들 중에서는 원화가 가장 빠르게 절상되고 있다.
이와같이 원화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미 달러의 약세, 한국의 무역 수지 확대로 인한 외환 보유액 사상 최대, 외국인 투자 유입 증가,물가 상승 억제를 위한 정부의 환률 상승 용인 등이 주요 원인으로 들 수 있다.
미 달러화 약세가 원화환율 하락의 배경
최근의 원화 강세는 올들어 4월말까지 7.6% 가량 가치가 하락한 미달러화의 약세 흐름이 주요 원인이다.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대다수 신흥국들과 선진국들이 속속 통화긴축의 강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 유로존도 지난 4월중 글로벌 위기 이후 처음으로 정책금리인상에 나선 바 있다. 대지진의 여파에 시달리는 일본을 제외한다면 이제 미국만이 극단적으로 강도 높은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하는 나라이다.
미연준(FRB)이 현재 0~0.25%인 연방기금금리 인상에 나서는 시기는 내년 초나 빨라도 올해 말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적어도 향후 수개월 동안은 달러화 약세 추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무역 수지 흑자,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등도 원인
전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의 여파로 대부분 통화가 달러화 대비 강세를 띠고 있는 가운데 원화의 절상 폭이 비교적 큰 것은 외환 수급상 달러화 공급 우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경상수지가 지난 1분기 중 27.2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의 91.6억 달러보다는 크게 줄었지만 지난해 1분기의 2.6억 달러보다는 크게 늘어난 것이다.
양호한 우리경제 상황을 반영하여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월 중 글로벌 투자자금의 신흥국 이탈과 궤를 같이하여 국내 주식 매도에 나섰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4월 중순에만도 1~3월 중의 순매도액을 넘어선 4.4조원에 달하는 등 다시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도 원화강세 요인이 되고 있다.
물가 상승 억제키 위해 원화 절상 용인 기대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정책당국이 원화절상을 용인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최근 원화환율 하락을 가속시키는 요인이다. 올 들어 4%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되면서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금리인상과 더불어 원화절상이 동원될 것이라는 예상이 외환시장 내에 만연해 있다. 우리나라 외에도 호주,브라질, 중국 등 물가상승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환율을 물가안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거나 활용될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다. 이와같이 최근의 환율 하락은 거시경제적으로는 수입품 가격 하락을 통한 물가안정과 소비자의 구매력 증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낳겠지만, 반면에 수출 부문의 채산성과 경쟁력 악화를 유발한다.
균형환율을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3월 현재 원화환율은 대체로 2.5%~9% 정도 저평가 상태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타 통화의 환율이 변화 없다는 전제하에서 구해진 균형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22~1090원 수준이다. 4월 중 원화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저평가 폭이 추가적으로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여 현재 원화는 거의 균형 수준에 가까운 것으로 판단된다.
소폭의 경상수지 흑자 유지가 바람직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자기보험 목적으로 외환보유액을 확충하기 위해 경상수지가 소폭의 흑자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스러운 것으로 평가된다.
4월말 현재 3,072억 달러 수준으로 늘어난 외환보유액은 비상시에 대비하여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혼란을 막을 수 있는 수준은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만기 1년 이내의 유동외채와 단기에 이탈 가능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잔액의 1/3로 추산)을 합한 금액은 2,800억 달러 가량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3개월 수입액까지 고려하면 3,870억 달러 정도가 된다.
우리나라는 최근 점증하고 있는 북한리스크의 존재로 인해 작은 내외부 충격에도 외국인 투자자금이 민감히 반응할 우려가 있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외환보유액을 더 늘려 나갈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이 부족해서 당하는 경제위기에 비한다면, 과다하다 싶을 정도의 외환보유액을 유지하기 위해 치르는 비용은 큰 것이 아니다. 또한 노령인구 증가로 인해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거나 통일 이후 외화수요 확대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당분간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함으로써 외환보유액이나 대외순자산을 늘려 나갈 필요도 있어 보인다.
원화 가치, 주요국 통화 가치 움직임에 민감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평가되는 원화가치의 균형 수준은 엔화, 위안화, 유로화 등 주요 통화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향후 엔화와 유로화의 강세 기조가 유지되고 위안화를 비롯한 주요 신흥국 통화의 절상 추세가 유지된다면 경상수지 균형을 위한 원화환율 수준도 더 낮아질 여지가 있다. 반면 엔화와 유로화가 큰 폭의 약세로 반전될 경우에는 균형 원화환율 수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세계경기, 국제유가 등 대외경제 여건의 변화 등도 균형환율 수준을 좌우할 주요 변수이다. 세계경기의 호조세가 유지되면서 우리 제품에 대한 해외수요가 늘어난다면 경상수지 균형을 위한 환율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 현재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반전하거나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요 수출품의 국제 가격이 상승하는 등 교역조건이 개선될 경우 균형환율 수준은 낮아지게 된다.
이와같이 최근 원화환율의 하락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원화가 거의 균형 수준에 접근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환율과 관련된 정책 운영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위한 원화 가치 인상으로 수입 물가를
낮추는 해결책도 중요하지만 원화가 빠르게 절상되어 고평가로 전환된다면 경상수지가 악화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로저널 김 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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