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 폐지' 싸고 정치권과 검찰 전면전 양상
사설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3부의 하나인 국회의 권위에
비록 범죄에 대한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으나, 엄밀히 말해 행정부에 속한 조직의 하나인 검찰이 반발하고 있다.
결국 국민 위에 검찰있고, 검찰 위에 행정부 있고, 행정부 위에 청와대가 있는 형국이다.
중수부는 지난 90년 대 이후 정권이 자주 바뀌면서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로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쌓아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중수부 기능 폐지와 같은 검찰 제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한 사항인 셈이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에서 논의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론에 정치권과 검찰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중수부 폐지론에 검찰이 강력 반발한데 이어 청와대마저 6 일 제동을 걸면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자 정치권이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이와같은 청와대의 제동을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한나라당 일부에서도 반발 기류가 감지되는 등 정부와 정치권간 사법개혁 갈등이 심화될 조짐이다.
특히, 민주당은 중수부 폐지로 인해 검찰 총장이 직접 수사를 하지 못하게 해 총장이 객관적인 역할을 하게 하려는 것으로 특별수사청·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이 필요하고, 상설특검을 기구화해 상시적으로 특검을 열 수 있게 하면 큰 비리 수사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개혁 큰 소리 청와대, 이제는 반대 밝혀
청와대는 이날 오후 임태희 대통령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대검 중수부 폐지 문제에 대해 "청와대는 비리 척결을 위해 전국단위 수사 조직이 있어야 하고 대검 중수부를 현행대로 존치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준규 검찰총장도 이번주 사개특위 전체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성명을 통해 "앞으로 수사에 매진해 수사로 말하겠다"며 "항해가 잘못되면 선장이 책임지면 되지 배까지 침몰시킬 이유가 없다"며 중수부 폐지에 반대를 분명히 했다.
특히, 김 총장은 특히 저축은행 수사 문제와 관련, “중수부는 부패 수사의 본산으로 역할을 다해왔다. 우리 사회의 부패와 거악에 맞섰고 일반인을 소환하거나 서민을 조사한 적은 없다.지금 진행 중인 저축은행 수사는 끝까지 수행해 서민의 피해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검찰의 독립성 보장위해 폐지 불가피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이에 대해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보다는 검찰을 통치수단으로 계속 이용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중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청와대가 검찰개혁의 의지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으로 청와대는 언제까지 `정치검찰' 뒤에서 수렴청정하며 한나라당을 하수인으로 전락시킬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 "중수부는 전 정권 수사로 강원랜드 등 공기업 비리수사를 했고 태광실업 박연차 정관계 로비 수사, 호남 기업 죽이기 논란을 일으킨 C&그룹 사건 수사, 부산저축은행 수사 등을 한 것이다"라며 "이런데도 거악에 대처한다는 표현을 어떻게 쓰느냐"고 힐난했다.
이어 박 의장은 "민간인 사찰, 에리카 김, 삼화저축은행 등 국민적 의혹이 인 사건은 모두 서울중앙지검에서 해왔다"며 "중수부는 MB 정부 들어 '호남기업 죽이기', '참여정부 인사 쫓아내기'에 이용됐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핵심 사건 수사는 이미 서울중앙지검에서 맡아서 해왔으니 중수부가 폐지돼도 '거악'에 맞설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청와대 반대에 입장 바꿔
한편, '중수부' 폐지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던 청와대가 사실상 반대 의사를 개진하고 나서자 '중수부 폐지'를 함께 결정한 한나라당이 검찰 발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황을 두고 청와대의 반대 때문에 여당이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검찰의 중수부 폐지에 대한 지나친 감정적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문제는 국익과 국민의 `사법 편익'이라는 큰 틀에서 논의, 결정해야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난라당의 정태근 의원은 " 행정부를 총괄하는 청와대로서 아무런 역할도, 반성도 하지 않은채 특정 사안과 관련해 한나라당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한나라당에서는 사법개혁을 당이 책임지고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인식을 가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정훈 의원은 "사개특위에서 여야간 합의로 중수부를 폐지한다고 했지만 그때 상황과 현재의 저축은행 수사를 하는 상황이 달라 중수부를 폐지한다면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도 "검찰이 최후의 사정기관으로서 부정부패를 일소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아야 함은 당연하고 이를 방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도 "중수부 폐지 문제는 국가 이익과 국민의 사법 편익이라는 큰 차원에서 검토하겠다"면서 원론적인 뜻만 밝혔다.
검찰 출신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청와대 의중을 등에 업고 반발의 강도를 더 높일 것으로 보인 데다가, 검찰과 정치권의 갈등이 청와대의 개입으로 여야 갈등으로 확전될 조짐이 보이면서 중수부 폐지안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그만큼 작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관련 기사 : 유로저널 단독 사설 3 면>
유로저널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