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조업의 일본 탈출로 중국의 영향력 갈수록 증가
후쿠시마 원전 이후 지난 6월말 기준으로 54개의 일본 원자력 발전소 중 37개가 지진 피해 및 안전상의 우려로 인해 가동을 중단되었고 일본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에서 원자력 발전은 전체 전력의 29%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원전 가동 중단 사태가 멈추지 않을 경우 일본 경제 및 산업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전력 부족은 코스트 상승과 전력 공급 차질 등으로 일본 산업에 중장기적으로 부담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이후 큰 폭으로 위축된 일본의 산업생산이 3월을 저점으로 4, 5월에 회복세를 나타내 3분기에는 지진 이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일본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큰 타격을 받은 자동차 생산도 이미 90% 이상 복구되고 하반기에는 대지진 이전 수준의 생산량을 능가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 대지진으로 인한 생산 감소 충격은 리만쇼크 당시 보다는 크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전력불안, 일본 제조업의 환골탈태 계기될까’에 따르면 원전 중단에 따른 전력 불안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돼 일본산업이 지진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러한 전력 부족은 생산 활동을 저해하는 한편, 전력 코스트의 상승으로 이어지며, 일본 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관동 지역에서의 이러한 극심한 전력 부족 문제가 원전 비중이 높은 오사카, 관서전력이나 큐슈전력 등 산업 시설이 밀집된 지역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일본 제조업에 미칠 영향이 커질 수 있다.
만약, 일본 전국의 원자력 발전이 중단될 경우 연간 3조엔(약 370억 달러) 정도의 수입 원자재 추가 비용 부담과 이에 따른 무역수지의 악화, 전력 요금의 상승, 전력 불안에 따른 생산 및 생활상의 제약 등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핵심 제조 분야도 선택적으로 해외 분업 생산 확대
지진의 충격과 전력 불안은 이제까지 일본 내에서의 생산을 고집해 왔던 핵심 부품 소재 등 제조 분야의 일본 기업들도 해외 생산을 고민하게 하고 있다.
일본 제조업체들은 아직까지는 전력 부족 문제가 대지진 이후의 생산 회복세를 크게 제약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향후
전력 부족 및 공급의 불안정으로 반도체 등의 전자부품이나 화학 및 금속 소재 등의 생산 공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생산 과정에서 전력 사용이 불안정해지면 그만큼 제품 불량이 발생하기 쉽고 조업을 단축할 때마다 비용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일본에서의 생산을 고집해 왔던 부품 및 소재 등 핵심적인 제조 분야의 일본기업들도 해외 생산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생산 거점의 해외 이전에 있어서 일본기업은 현지 시장 개척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중국, 기존의 자사공장이 배치되고 있고 주도권도 확보하기 쉬운 동남아, 부품 분야에서의 합작 및 위탁생산 관계가 강하고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대만 등으로의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많은 일본기업이 단순 조립 분야뿐만 아니라 핵심 제조 분야까지 해외 진출을 단행할 때에는 독자적인 강점 기술의 유출 방지를 위해, 에너지 소비량이 적고 첨단 기술이 활용된 소량의 특수 소재 및 부품 등의 생산 기능을 일본 공장에 남겨두면서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기업 핵심 공장의 대아시아 이전에 따른 파장
전력 불안을 계기로 앞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일본 제조업의 구조혁신은 아시아 및 한국경제에도 적지 않는 영향을 줄 수가 있다. 일본기업이 앞으로 핵심 제조 거점을 중국, 동남아, 대만 등으로 이전할 경우 아시아 역내 분업구조도 변할 수 있으며, 일본제 부품 및 소재에 의존해 왔던 한국 제조업으로서는 이들 핵심 부품 및 소재를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 의존하게 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향후의 투자 대상 지역으로서 중국을 주목하는 일본기업이 많다. 중국은 시장 성장이 기대되는데다 일본의 핵심 제조 공장이 첨단 부품 및 소재를 제조하는 데 필요로 하는 희토류를 비롯한 희소금속의 매장량이 많고 중국 정부가 이들 자원을 전략적으로 통제하면서 일본기업 유치에도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의 규제로 인해 희토류의 가격은 매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중국에 진출할 경우 저가격으로 원료를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을 느끼는 일본기업이 많을 것이다.
앞으로 일본의 첨단 부품 및 소재 산업이 중국으로 대거 이전할 경우 중국의 무역 및 투자 측면에서의 영향력 강화, 중국의 부품 및 소재 생산 기지로서의 위상 강화, 첨단 및 군사 기술과 국제금융 측면에서 미일 연합 세력의 약화 등의 영향이 나타날 수 있고 이 경우 한국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urojournal01@ek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