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2년만에 무역 적자 사상 최대로 충격
선진국 경기의 부진으로 중국의 2월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올해 2월 중국 무역수지는 전문가들의 예상치(약 53억달러)를 훨씬 뛰어넘는 314억 8천만 달러 적자로,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 적자가 이렇게 많이 난 것은 수출·입 모두 약 30%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과 달리, 수출이 19.4% 증가에 머문 반면, 수입 증가율은 39.6%로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적자 규모는 블룸버그통신이 중국의 무역수지 데이터를 집계한 1990년 이래 22년 만의 최대치다. 특히 중국인들이 미국산 제품을 애용하면서 무역적자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부유층 소비자들은 자동차부터 의약품, 육류, 농산품까지 미국산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2008년 이후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약 50% 증가했다”고 전했다. 수출 감소뿐 아니라 중국 경제의 전반적인 거시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1~2월 소비, 산업생산, 고정자산투자 등의 경기지표도 일제히 둔화됐다. 생산 소비 투자 수출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경기둔화세가 뚜렷해지면서 중국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LG경제연구원 보고서 분석에 의하면 올해 중국의 무역수지는 크게 악화되어 위안화 환율의 변동성을 키우고 적정 통화량 유지를 위한 지준율 인하를 초래할 수 있으나, 직접적으로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을 촉발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경기 부진이 수출에 제동
올 초 중국의 교역이 부진하고, 특히 수출이 급속히 둔화하고 있는 결정적인 원인은 중국 수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EU, 일본 등 선진국들의 경기 부진이다. 최대 수출시장인 EU에 대한 올 1~2월 중국의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1% 감소했다. 국가별로 보면, 재정위기국인 이탈리아와 ‘EU의 맏형’ 격인 독일에 대한 수출이 각각 31.1%와 3.7% 감소했으며, 프랑스와 영국에 대한 수출은 각각 0.1%와 10.2% 증가에 그쳤다. 유럽의 경기부진으로 개발도상국들의 성장세가 주춤함에 따라 홍콩, 대만, 아세안, 브라질, 러시아 등지에 대한 수출도 크게 둔화했다. 그나마 중국의 두 번째 수출시장인 미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이 12.1%로, 작년 연간 증가율 14.5%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올해 중국의 대외교역 흐름은 계절적 요인의 영향이 없는 3월 무역통계를 봐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중국이나 선진국 경기가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무역수지는 내수 경기와 글로벌 경기의 회복 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현재로선 중국 내수가 외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작년(1,578억 달러)보다 크게 줄어들 1,000 억달러 미만으로 예상된다.
이와같은 무역 수지 감소에 대한 현재 중국 정부가 꺼내들 수 있는 수출 지원 카드는 ' 위안화 환율 조정, 수출세 환급비율 상향조정, 가공무역 부문 지원, 수출 금융인프라 확충 '등이다. 이중 중국 정부는 수출 금융 인프라 강화에 관심을 보이고 잇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단기 수출신용보험 규모를 2,400억 달러(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당시 840억 달러의 3배 규모)로 확대하고, 수출 관련 융자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같은 지원책들은 수출 주문을 이미 따낸 기업들이나 자주 브랜드 기업, 그리고 개도국 상대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들을 위주로 시행하고, 저(低)부가가치, 에너지 과소비, 고(高) 오염 유발 수출부문으로 혜택이 흘러가는 것을 가급적 차단함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입장이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urojournal01@eknew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