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시장과의 FTA 협상이 속속 발효되면서 국내 패션 기업에도 새바람이 불고 있다. 외국 유명 패션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라이선스를 계약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던 국내 패션 기업의 브랜드 고급화 전략이 토종 브랜드와 한국인 디자이너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디자이너의 수준이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이 큰 이유다.
전 세계에 이름을 높인 한류의 영향력이 타 분야로 확산되며 이른바 패션 한류, 명품 한류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K-POP 스타를 기용해 홍보에 나서는 건 기본이고, 여기에 대중적인 인지도와 품질이 뒷받침되며 자체 브랜드로 전 세계 명품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 2월 10일 뉴욕 맨해튼 링컨센터에서 열린 ‘컨셉코리아 FW12’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확인됐다. 소녀시대, 2NE1, 원더걸스 등 K-POP 스타들의 히트곡이 이어지자 인종을 초월한 뉴요커들이 어깨를 들썩였다. 어떻게 알았는지 가사까지 흥얼거리던 그들의 시선이 한곳에 집중된 순간 도호, 손정완, 스티브 J&요니P, 이상봉, 이주영 등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런웨이를 수놓았다.
이현주 콘텐츠진흥원 대중예술지원팀장은 “아시아계 디자이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디자이너를 대하는 대우가 달라졌다”며 “특히 K-POP이 뉴욕에도 알려져 성공적인 쇼 진행에 한 몫했다”고 밝혔다.
한국 패션 수준에 대한 미국 바이어들의 평가도 과거와 달라졌다.
전통과 복고만을 강조해왔던 소재주의에서 벗어나 ‘스타일과 철학’을 창출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미국 바이어들은 “한국 패션 디자이너들만의 감성이 담긴 코리안 컬렉션이 전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김정희 삼성패션연구소 팀장은 “각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 전략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자체 브랜드 강화, 국내 디자인 브랜드의 인지도 상승, 해외 브랜드 인수 등 다양한 방향으로 해외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패션산업이 ‘한류 특수’에 국한되지 않고 창의적 디자인 능력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섬유·패션업계는 “중국과 중저가 제품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진단하고 있다. 중저가 기성복 시장보다 첨단 소재 개발을 통해 부가 가치를 높이고, 패션 브랜드의 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건은 역시 한국적 감성을 글로벌 취향과 결합하는 디자인 능력의 극대화에 달려 있다.
한국 유로저널 안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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