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재차 높아지면서 2년 반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우리 수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중국의 경착륙 리스크 등 세계 경제에 단시일 내 해소되기 어려운 불확실성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회복되며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수출은 2011년 4분기부터 다시 둔화되기 시작해 EU와 중국에 대한 수출이 급감하면서 올 2분기(4~5월 평균)에는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월간 수출액은 2011년 7월 490억 달러에 육박하기도 했으나 올 들어 470억 달러 전후로 감소했다.
EU, 중국에 대한 수출 더욱 부진
지역별로는 EU와 중국에 대한 수출이 전체 평균을 하회하고 있다. 1월부터 5월까지 對EU 수출 증가율은 -18.1%, 對중국 수출 증가율은 -2.4%를 기록했다. 전체 증가율인 0.6%에 크게 못미친다.
먼저 유럽은 현재 그리스의 정치 리스크와 구제금융 이행 여부, 유로존 탈퇴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다가 스페인에서의 뱅크런, 각국 및 주요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유럽연합 지도자들의 리더십 발휘와 국제 공조를 통해 문제가 잘 봉합되길 바라고 있지만, 유로존 내의 구조적 문제가 단시일 내에 근본적으로 해소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앞날이 매우 불투명하다. 지난 1분기 유로존은 제로 성장을 기록한 바 있고 실업률은 11%를 넘나들고 있으며, 소비자 신뢰는 계속 하락하는 중이다.
거대 신흥국 중국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의 성장 둔화는 우리에게 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최대 교역 대상 지역인 유럽의 침체 등에 따라 중국 또한 수출 부진을 겪으면서 중국에 자본재, 부품을 공급하는 우리나라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의 수출과 우리나라의 對중 수출 사이의 상관관계는 0.72에 이른다. 또한 중국 경제가 수출 중심에서 내수 육성으로의 전환통을 겪고 있는 사이, 우리 수출기업들이 로컬 기업들 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침투력을 높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이다.
중국 진출 기업들의 부품 현지조달 확대, 인건비 상승에 따른 국내로의 유턴 기업 증가, 불확실성 고조에 따른 對중국 직접투자 감소 등도 중국으로의 수출을 부진하게 만드는 원인들이다.
자원가격 상승 덕을 보고 있는 중동이나 중남미, 유럽보다는 사정이 나은 미국, 그리고 ASEAN 등에 대한 수출은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작년 4분기부터 추세적으로 둔화되기는 이들 지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주요 품목 가운데서는 IT와 조선이 크게 고전 중
품목별로는 컴퓨터, 가전, 무선통신기기, 반도체, 액정디바이스 등 소위 IT 품목들이 고전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반도체, 액정디바이스와 같은 주요 IT 부품의 경우, 외국의 주요 경쟁 기업들이 파산하거나 어려움을 겪으면서 단가가 다소 회복되기도 하였으나 작년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물량 확대에도 불구하고 금액 기준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가전은 유럽의 재정위기와 중국의 경기 부진에 따라 내구재 소비가 줄면서 8.6% 감소하였다. 무선통신기기는 국내 업체들의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기업 실적 측면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해외 생산이 늘어나 수출 측면에서는 작년 10월 이후 매월 30% 안팎의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조선 부문도 올 들어 수출이 23.5%나 감소하였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주 물량이 줄어든 여파가 나타나고 있는데다 유럽 선주들이 재정위기에 따른 자금사정 악화를 이유로 선박 인수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호조를 보였던 석유와 석유화학, 철강 제품의 수출 또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제품은 신흥국 수요 확대, 자동차 등 전방 산업 호조, 일본 산업 공백, 국제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에 따른 수출단가 상승 등으로 작년 7월 63.5%의 증가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수출단가의 기여도가 물량 기여도의2배를 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4~5월 연속으로 수출액이 감소하였다.
물량 기준 5월 수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4월에 -2.7%를 나타내는 등 그 동안 우리 수출 상승세를 이끌어왔던 이들 품목들의 부진 또한 확연해지고 있다.
주요 수출국 가운데 태국과 대만 다음으로 성과 떨어져
LG 경제원 분석에 따르면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우리나라 수출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 부진했다는 사실이다. 올 1~4월 동안 중국 6.9%, 싱가포르 5.3%, 인도네시아 4.1%, 일본 3.3% 등의 수출 증가율에 비해 우리나라는 0.9% 늘어나는데 그쳤다.
우리보다 부진한 나라는 태국(-3.4%), 대만(-4.9%) 등이었고,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 조차도 같은 기간 1.0%를 넘는 수출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는 다른 나라들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역내 교역 구조로 이루어 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ASEAN과 EU는 역내 시장 규모가 충분하고 상호 의존적인 교역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비해 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았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선진국 내구재 수요 둔화 및 경기 부진에 따라 우리나라의 관련 부품 및 장비 수출이 부정적 영향을 더 크게 받았을 가능성이다.
경기 침체기마다 우리나라의 수출 등락폭은 매우 크게 확대되는 경향이 있는데, 경공업 제품이나 생필품 등의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경우는 변동성이 우리보다 적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전체 수출에서 10% 안팎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조선 부문의 업황 부진이 우리 수출 하락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수출 환경의 추가적 악화에 대비해야
LG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앞으로의 수출 환경이 글로벌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가 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크게 우호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LG경제연구원 윤상하 책임연구원의 분석에서 향후 우리 나라가 맞이하게 될 수출 환경의 추가적인 악화 요인으로는 " 유럽 등 부채 위기를 겪는 국가가 빚을 줄이는데 최소 2~3년에서 10년 이상 걸리기도 하며, 동시에 상당 기간 동안 경기 침체를 겪게 됨으로써 일정 기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고 밝혔다.
윤 상하 연구원은 특히 우리 나라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제조업에 대해 주요 선진국들에서 제조업 재조명 움직임이 일고 있음을 주시해야한다고 밝혔다. 위기 주범이었던 금융업에 대한 환상이 깨진 가운데, 고용의 창출과 성장활력 제고, 무역수지 개선 등을 도모하기 위한 제조업 강화 정책이 각국에서 속속 등장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주요 선진국 기업들이 몰락하는 경쟁 공백 상태에서 우리 기업들이 성과를 높이는데 성공했지만, 앞으로는 부활 가능성이 있는 선진 기업들 및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국 기업들과 한정된 수요를 두고 한 판 승부가 불가피해 질 전망이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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