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서 댐건설 전문가들인 한국인 8명 등 승객 14명을 태운 채 실종됐던 헬리콥터가 완전 두 동강이 난 채 연락이 두절된 지 나흘 만인 9일 페루 콜리네에서 약 4km 떨어진 마마로사산 해발 4950m 지점에서 발견,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헬기가 발견된 곳은 깍아지른 듯한 바위산 협곡 지대로 헬기는 두 동강이 나 있었고, 잔해와 파편들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으며,현지 수색대는 암벽과 충돌하는 순간의 충격과 폭발로 탑승자가 모두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지역의 기온은 영하 15도이며, 헬기 잔해 일부는 눈에 쌓여 얼어붙어 있는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헬기는 미국 시코르스키 항공사가 1975년 제작한 S-58ET이다.페루 정부는 ‘사고 헬기가 암벽 상단에 충돌한 뒤 추락해 기체가 두 동강 난 것을 확인했고, 생존자는 없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국 정부에 알렸다.
삼성물산 직원 4명(네덜란드인 에릭 쿠퍼 포함)과 수자원 공사직원 1명 ,한국종합기술 직원 2명, 서영엔지니어링 직원 2명 등 한국인 8명을 비롯한 헬기는 지난 6일 오후 마수코 인근 강에서 수력발전소 건설 후보지를 시찰한 뒤 쿠스코로 돌아오다 연락이 두절됐다.
사고를 당한 탑승자들은 대부분 한국 수자원 수출의 물꼬를 틀 첨병들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헬기 탑승 한국인은 대부분 댐 건설, 하천 설계 등 수자원 개발분야에서만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베테랑 엔지니어들이었다.
이번에도 페루 수도 리마에서 남동쪽으로 720㎞ 떨어진 지역에 추진 중인 이남바리강 카라바야 수력 발전소 예정 부지를 답사하고 돌아오던 중 사고를 당한 것. 780㎿급 수력발전기 5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연간 발전량(4500?G)은 소양강댐의 4배에 이른다.
총 사업비만 16억1600만달러(1조9천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한국수자원공사 김병달(50) 팀장은 부산대에서 토목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0년 수자원공사에 입사해 20년 넘게 댐 설계와 해외사업 개발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수공이 지난해 해외에서 처음으로 파키스탄 '파트린드 수력발전소'(사업비 4800억원) 건설 사업을 수주할 당시에도 최일선에서 현장을 누볐다.이 사업을 수주할 경우 시공을 맡을 예정이던 삼성물산에선 3명의 한국인 엔지니어가 타고 있었는 데 SOC(사회간접자본) 민자사업 영업을 총괄하는 김효준(48) 부장(인프라1팀장)은 성균관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1990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뒤로 줄곧 수자원·에너지·도로 등 SOC 영업을 맡아왔다.
토목사업부에서 수자원·환경 파트장을 맡고 있던 유동배(46) 차장은 연세대 토목공학과 석사 출신. 댐 등 수자원 관련 설계 전문가로 18년째 활약해 왔다. 1992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이후 영주댐·낙동강 배문 건설과 대청댐 여수로 공사 설계 등을 담당했다.
작년 초 삼성물산에 입사한 우상대(39) 과장은 인도·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신규 사업 발굴에 땀을 흘려왔다.
사고 헬기에는 댐 설계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도 타고 있었다. 한국종합기술의 전효정(48) 상무와 임형석(43) 부장, 서영엔지니어링의 임해욱(56) 전무와 최영환(49) 전무도 댐과 수로(水路) 설계 등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다.
임 전무와 전 상무는 토목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최고 등급의 자격증으로 꼽히는 '수자원 기술사'이고, 최 전무 역시 '도로·공항 기술사'다.
유로저널 국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