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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이후 1990년대 말까지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한국이 원조하는 나라가 된 데 이어 한국이 20-50클럽 7번째 가입국이 됐다는 소식이 나온 지 채 한 달도 지나기 전에 세계 경제 전문들이 5 년이내 '30-50'에도 가입하게 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을 내놓았다.
5천만명이라는 적정 규모의 인구를 가진 우리나라가 1인당 소득 2만 달러라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통신, 휴대전화, 자동차, 정보통신기술(IT), 엔터테인먼트 등 각종 산업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리더 역할로 자리 잡았다.
‘국내시장 공략→경쟁력 확보→세계시장 진출’의 성공 공식은 우리나라가 전자, 중공업, 화학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경쟁력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결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는 1961년 경제개발을 본격화한 이래 50년 만인 2011년에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1조 달러를 돌파했고 교역규모는 세계 7위로 세계 10대 무역대국의 위상을 굳혔다.
또한,전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무역 수지 흑자는 2009년 4백4억 달러, 2010년 4백11억 달러로 2년 연속 사상 무역 수지 최대를 기록한 데이어 2011년에는 수출이 20퍼센트 가량 늘었지만 고유가 등으로 수입액이 크게 늘며 흑자규모가 줄어 3백33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했다.
무역의 활성화는 경제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져, 2002년 5천7백59억 달러이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조1천1백64억 달러로 10년 사이에 갑절이 됐다.
GDP 성장과 함께 1인당 국민소득은1962년 83달러에서 50년만인 지난해 2만2천4백89달러로 50년 사이에 2백70배나 증가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이제 안정적인 2만 달러 시대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2010년과 2011년 2년 연속 2만 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발표에 따르면 세계시장점유율 1~5위를 점유하고 있는 한국산 세계 일류 상품은 2001년 1백20개에서 2011년 5백91개로 약 5배나 늘어 10년 사이에 5배나 증가한 셈이다.
이 가운데 시장점유율 1위 품목은 1백31개에 이른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전 세계 59개국을 대상으로 매년 조사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2008년 31위, 2009년 27위, 2010년 23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는 22위에 올랐다.
우리 내수 시장과 소비자 특성,'30-50'견인
우리 내수 시장과 소비자들의 특성 때문에 전문가들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천만명을 의미하는 ‘30-50클럽’ 진입이 5년 안에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지난 5월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한국은 이미 신흥 강국이 아닌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며 “향후 5년 안에 1인당 소득(구매력 평가 기준)이 일본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5년 안에 30-50클럽 진입’을 기정사실화했음을 의미한다.
일본의 1인당 명목국민소득은 지난해 4만6천9백73달러였다. 우리나라는 2만2천4백89달러로 절반가량 됐다. 하지만 같은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을 기준으로 한 구매력 평가 기준 소득 규모를 보면 일본은 2010년에 3만3천 달러였으며 우리나라는 2만9천달러였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적인 국민소득으로 계산하면 4천 달러밖에 차이가 안 나는 것이다.
20-50클럽에 진입한 국가들은 시기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소득 3만 달러를 달성했다. 독일은 20-50클럽에 가입한 지 4년 만인 1995년 3만 달러 고지에 올랐다. 일본은 5년이 걸려 1992년에 고소득 국가에 진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이 더 높이 비상하기 위해서는 국민 내면에 잠재된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리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우리나라 국민에겐 남들보다 잘하고 싶고, 자기의 열악한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있다”며 “국가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면 질주 본능이 나오겠지만, 이것이 막히면 질투 본능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좁은 국내에서 다투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해외와 새로운 분야에서 한국인의 질주 본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선진국병’ 경계하며 경제 활력 유지 필요
척박한 환경에서 단시간에 20-50클럽에 가입한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많은 부(富)를 축적하지 못했다. 따라서 활력을 잃지 않고 성장률을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만 뒤처지지 않고 3만달러 대열에 올라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일본은 메이지유신 때부터 쌓아 놓은 부가 있었기에 20년간의 저성장에도 버틸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일본 같은 상황에 빠지면 견디지 못할 것이므로 경제 활력을 일정 수준 이상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프랑스와 독일은 이민을 받아들이고 출산을 장려하는 인구 구조조정 덕분에 일본처럼 초고령사회에 빠지지 않았다”면서 “우리나라도 인구 담당 부처를 만드는 등 종합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유로저널 김해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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