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의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혔던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사퇴를 번복하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서면서 '예상된 쇼'라고 정치권이 비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약속을 지키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원내대표를 향해 "본인이 한 약속이나 잘 지키라"며 야유를 퍼부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는 지난 11일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이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포기는 그동안 이 원내대표가 추진해왔던 국회 쇄신안 중 하나였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의 총사퇴가 체포동의안 부결의 후폭풍을 방지하기 위해 처음부터 계획된 일로 야권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박 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틀 후 이 원내대표의 사퇴 결정에 대해 "이런 것(정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을 잘 마무리해서 다 해결하는 것도 국민에 대한 책임"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의원총회에서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총사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호언장담하던 원내지도부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계기로 슬그머니 복귀했다. 이로 인해 야권에서는 이 원내대표가 '박심(朴心)을 얻고 민심을 버렸다'며 비판했고 '박근혜 사당화' 논란은 더욱 가열됐다.
사퇴번복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점점 더 거세지자 정치권의 관심은 왜 이 원내대표가 사퇴를 번복했는지에 집중되고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체포동의안 부결 당시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의 사퇴는 국민들에게 사죄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정작 국민들은 돌아오라는 말이 없는데 박 전 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다시 복귀한다는 것은 자신들이 국민보다 박 전 위원장을 더 섬긴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9대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정조준하며 '박근혜 사당화 논란'에 불을 지피면서 "우리 정치를 삼류 정치로 만든 책임은 바로 새누리당에 있다"면서 "특히 새누리당은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과 관련해) 4시간 동안 의원총회를 했지만 결국 모든 것을 박근혜 의원의 지침대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바로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1인 사당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또 "국민 다수가 바라고 여당도 지지하는 완전국민경선제의 법제화가 오직 한 사람, 박근혜 의원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박 의원은 과거 이회창, 이명박 후보에게 패배한 악몽에 사로잡혀 후보추대를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24일 처음으로 열린 새누리당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도 김 문수 경기지사는 "요즘 '만사형통'이 아니라 '만사올통(만사가 올케로 통한다)'이라는 말이 있는데, 박 전 위원장의 올케가 36살의 젊은 변호사인데도 대규모 로펌 대표를 하면서 삼화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며 박지만씨의 부인 서향희 씨를 거론하며 박 전 위원장을 몰아세웠다.
김태호 의원도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두개의 문'을 보면 인내를 가지고 과정을 조정하는 민주적 리더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며 "민주적 절차가 무시되면서 사당화 논쟁, 제왕적 리더쉽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저널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