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20세기 중반 최빈국에서 출발해 고도성장을 기록하면서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한 가장 중요한 힘은 인적 자원이었다. 높은 교육투자를 통해 형성된 우수한 인력들이 성장산업에 투입되면서 선진국의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았고 이에 따라 경제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고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는 성장세가 뚜렷이 낮아지는 가운데 인적자본 축적 측면에서도 과거와 같은 활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우선 저출산 추세가 심화되면서 출산율이 OECD 국가중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하였다. 조만간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노동인력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다음으로 청년 고실업이 고착되면서 청년들이 노동을 통해 근로능력과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있다. 끝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비관적인 전망이 키지면서 우울증과 자살 인구가 늘어나고 안정추구 및 도전정신의 쇠퇴 현상도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인적자본의 손실은 과거 선진국의 성장저하 시기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성장률 저하와 함께 동반된 현상은 출산율의 하락과 청년층 고실업이 고착되는 계기가 되었다.
경제위기와 청년실업 밀접한 관계
선진국에서는 70년대를 계기로 청년 고실업이 고착되었다. OECD 국가들의 평균 성장률은 1970년 4.2%에서 1980년에는 8.3%로 높아졌으며 최근에는 두 자리 수를 기록하고 있다. 성장률의 급격한 둔화가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와 맞물리면서 젊은층의 실업률이 높아지고 실업기간도 장기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청년실업의 급증 현상은 경제위기나 급격한 성장 둔화시기에 수요가 위축되면 기업이 인력을 줄이게 되는데 장기고용형태로 고용된 기존 직원을 해고하기 힘들기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층이 실업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또한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업무숙련에 시간과 비용이 드는 청년층보다 경험과 기술이 많은 장년층을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된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급등했던 청년실업률이 이후 다소 진정되었지만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5세~29세 평균 실업률은 1990~97년 평균 5.5%에서 2000년대 평균 7.3%로 높아졌다. 청년 실업률 수치 자체는 주요 선진국들보다 낮은 편이지만 이는 우리나라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매우 낮은 데 기인한다.
취업이 되지 못한 청년층이 실업자가 되기보다는 졸업 연기나 추가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비경제활동 인구가 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업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휴학을 하고 졸업을 늦추는 학생들의 수는 2009년 말 기준 7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입학 후 졸업까지의 평균 재학기간도 5.77년으로 1999년에 비해 1년 정도 늘었다. 대학들은 졸업유보제를 도입해 학업을 마친 후에도 졸업기간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상황이다.
과거 실업경험이 미래 임금을 떨어뜨리는 낙인효과 발생
경제위기나 급격한 성장 둔화시기에 수요가 위축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기술과 경험이 부족한 청년층을 교육하여 필요한 인력으로 만들기보다는 교육이 필요 없는 중년층을 고용하는 것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보다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그러나 경제 전체의 측면으로 볼 때 청년층의 고실업은 미래 노동력 제공 기간이 더 긴 청년층들이 직업을 통해 훈련을 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함으로써 인적자본의 축적을 저해하게 된다. 또한 청년층들이 자신의 적성이나 능력에 맞지 않는 직업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인적자본 이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업의 경험으로 기술과 숙련도가 떨어지고 또 실업기간이 해당 인력의 낮은 생산성을 반영한다는 인식 등에 의해 미래에도 실업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취업 시에 받게 되는 임금이 줄어드는 효과를 낙인효과(scarring effect)라고 한다. 실업기간이 길어질수록 낙인효과는 커지게 된다. 낙인효과는 개인적인 측면에서 보면 소득의 상실이지만 국가경제 측면에서 보면 숙련기회 상실에 따른 노동생산성 감소로 이어져 부가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청년층의 안정추구 성향 확대
일반적으로 경제의 활력이 급격하게 저하되거나 커다란 경제위기를 겪을 때 사회적으로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청년층의 취업선호가 안정처로서 중소기업 회피와 대기업 및 공무원 선호현상이 강화되고, 휴학 등으로 학생시기를 인위적으로 연장하면서 취직에 있어서 유급을 하는 현상도 보편화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고가영 연구원은 " 청년들의 도전정신을 고취시키고 사회 전반적으로 활기를 되찾기 위해서는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청년들이 새로운 부문, 혁신적인 부문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창업지원 제도를 재정비하고 실패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파산 관련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 고 밝혔다.
한국 유로저널 이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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