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을 무대 위에 바친 영원한 스타 윤복희가 자신은 가수였던 적이 없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tvN 시사교양 프로그램 ‘사람으로 만나는 세상’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가 지난 9월 28일 데뷔 61년째를 맞은 뮤지컬 계의 전설 윤복희를 만나 ‘파란만장’이라는 말로도 다 담을 수 없는 61년 무대 인생을 풀어냈다.
윤복희를 ‘가수’라 부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날 정작 윤복희는 자신이 가수가 아니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와의 인터뷰에서 윤복희는 “여태까지 나는 가수였던 적이 없다. 그런데 닉네임이 ‘가수’라고 하니 내년에 진짜 가수 데뷔 한 번 해봐야겠다”고 말해 촬영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뮤지컬 배우, 영화배우, 무대 엔터테이너로 살며 다양한 노래를 불렀을 뿐인데 그 노래들이 히트되며 가수로 인식되었다는 것.
그러면서 그녀는 “내년에 막연히 리사이틀만 하려고 했지, 가수 데뷔는 오늘 이렇게 인터뷰하며 떠오른 아이디어”라며, “레코딩도 해서 CD도 만들어야겠고,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는 말해 들뜬 마음을 보여줬다.이날 방송에서 윤복희는 61년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있었던 슬픈 과거사에 대해서도 전했다. 7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마저 아편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하자 홀로 여관에서 지내게 된 윤복희는 “부엌에서 자며 손님들 속옷 빨아서 받은 팁으로 아버지에게 사탕, 담배도 사다 드렸다. 그 몇 달간이 참 힘들었다”라고 당시를 기억했다. 엄마 옆에 가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자살하려고 칼을 댔을 정도”라고. 스타가 된 이후에도 윤복희 개인의 삶은 쉽진 않았다고 밝혔다. 공연 무대에 서기 위해 맺은 계약에는 “아이를 가지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있었고, 제대로 피임을 할 줄도 몰랐던 그녀는 “아이가 생기는 대로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늘 회개하고 있다”면서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어린 나이부터 학교도 가지 못하고 치열한 생존을 경험해야 했던 그녀의 고단한 인생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한편, 이번 인터뷰에서는 윤복희와 재즈의 전설 루이 암스트롱과의 특별한 인연도 공개했다. 5살 때 아버지 고 윤부길 씨를 따라 악극단 무대에서 데뷔한 윤복희는 오디션을 거쳐 미8군 최고의 스타가 된다. 당시 그녀의 주요 레퍼토리 중 하나는 루이 암스트롱 모창. 그러던 중 동양의 여자아이가 자신을 기가 막히게 모창한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루이 암스트롱은 한국 방문을 하며 직접 윤복희를 찾았다고 한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루이 암스트롱과 듀엣 활동을 하며 그를 ‘팝(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워지게 된 사연 등이 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최근 싸이가 빌보드 차트를 점령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의 국내 최초 한류스타는 사실 윤복희라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루이 암스트롱과의 인연 이후 더욱 왕성하게 활동하게 된 윤복희는 영국의 유명 매니저에게 캐스팅되어 ‘코리아 키튼즈’라는 그룹으로 영국에 진출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BBC <투나잇 쇼>에 나가 비틀즈의 히트곡을 불렀는데 다음날 신문의 1면을 장식하게 된 것. 그녀는 “당시 언론에서 ‘비틀즈가 부른 것보다 더 좋았다’고 하더라. 그렇게 갑자기 유명해져 버렸다”며 유럽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코리아 키튼즈’ 시절도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