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중국에 들어와 있던 외국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는 사례가 최근 몇년 사이 부쩍 늘고 있다.
2012년 들어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건수와 사용금액 면에서 8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올해 연간 기준 FDI가 전년보다 줄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건수와 금액이 모두 감소한 것은 아시아 금융위기 직후인 1999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다음해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가 국제적인 투자흐름에 1998년과 2008년의 금융위기와 비슷한 영향을 준다면 대(對) 중국 투자 둔화는 1999년과 2009년에 그랬던 것처럼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에서 철수한 외국기업들의 유형을 크게 나눠보면 첫째, 중국 정부 규제나 통제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사업을 계속할 의지를 잃게 된 경우다. 미국 전력회사 AES는 올 4월 중국 비즈니스에서 적자 누적을 이유로 중국 시장 철수를 선언하고 5월에 화력발전소 1곳과 풍력발전소 3곳의 지분을 매각했다. AES는 중국이 전력 부족에 시달리던 1980년대 말 진출하여 한때 15~20%의 높은 수익률을 거둔 일단의 외국 전력회사들 중 한 곳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전력가격 심사제, 이중가격제1 등의 정부 규제 시행에 따라 소규모 외국계 발전회사들이 경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차례차례 중국 시장을 떠나게 되는데, 그나마 끈질기게 버텨오던 AES마저 백기를 들고 만 것이다.
한편 2010년 3월 구글이 중국 정부의 자사 메일계정(Gmail) 해킹과 인터넷 컨텐츠 검열에 반발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것은 시장 외적인 통제가 외자의 사업 좌절을 초래한 악명 높은 케이스였다.
둘째, 중국 내 임금 급등으로 생산비용 중 노동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 외자가 많이 유출되었다. 아디다스가 지난 7월 “중국 쑤저우의 공장을 10월 말까지 폐쇄하고 미얀마, 캄보디아 등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겠다”고 밝힌 것이 단적인 사례다. 경쟁업체인 나이키는 이에 앞서 2009년 장쑤성 타이창(太倉)에 있던 공장 문을 닫고 최근 베트남에서 새로 생산거점을 구축한 바 있다. 신발, 의류 등 노동집약적 경공업은 임금 증가에 못 이겨 중국을 떠나기 시작한 대표적 산업이다.
인건비 부담으로 중국을 떠난 사례는 최근 2년간 미국 기업들에서 많이 발견된다. 포드자동차는 2011년 말 고용 능력이 총 1만2,000명에 달하는 중국과 멕시코의 공장을 본국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 3월에는 가정용 경보기 제조업체인 쟈덴(Jarden)이, 7월에는 스타벅스가 중국의 머그잔 제조공장을 철수시키고 모두 본국으로 회귀했다.
셋째, 상당수 외국기업들은 비용 관리, 시장 지위, 수익창출 능력 등을 포함한 종합경쟁력에서 본토 기업들에 밀려 중국시장에서 사라졌다. 예컨대, DHL은 2011년 7월 실적이 부진한 3개 중국 로컬 택배회사의 지분을 팔아버리고, 중국 국내 택배 시장에서 전면철수하였다. FEDEX, UPS 등 다른 글로벌 택배업체들 역시 일부 업무를 접을 것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가전 내수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로컬 브랜드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전반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일부 제품은 아예 판매를 중단한 것 역시 졌기 때문이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한 기술 캐치업과 대량주문을 통한 부품 구매비용 절감, 중국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기능 설계와 디자인, 중국 가전시장의 생장점인 3, 4선 시장에 자체 유통망 구축 등이 로컬기업들의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낳은 원동력이었다.
넷째, 최근 환경 문제가 외국기업들의 중국 투자에 발목을 잡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 국민들의 환경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과거 한 때 고용과 소득을 창출한다는 이유 만으로도 환영을 받았던 오염유발형 투자가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좌절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오지제지의 중국 자회사인 왕쯔제지는 12억 위안 규모의 폐수 처리장 건설이 주민들의 반대로 결국 2~3배의 비용을 더 들여 설계를 변경하고 말았다. 6월 말엔 쓰촨(四川) 성 스팡 시에서 시 정부와 국유기업이 몰리브덴 및 구리 가공공장 건설이 공장지 인근 주민들의 격렬한 항의시위로 전면취소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중국 철수 외국 기업들에 대한 전반적 추이를 살펴보면, 불합리한 규제나 임금 코스트 급등에 따른 철수 유형은 중국이 사회주의적 통제경제를 유지하고 내수 위주의 성장모델 전환을 포기하지 않는 한 끊임없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체 외자 철수 건수에서 이들 유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반대로 로컬기업 경쟁력 향상이나 주민의식 제고에 따른 철수 유형은 갈수록 그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외국기업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의 투자 환경이 갈수록 악화할 것이며, 중국 투자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훨씬 많아질 것이라는 점을 의미함으로써 주목되고 있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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