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영란은행(BOE)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 등이 잇따라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등 추가 부양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와해 국면’에 직면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와 공동으로 발표하는 주요 20개국(G20)의 경기 회복세를 보여주는 지표‘타이거지수’(TIGER)를 공개하며 이와같이 경고했다. FT는 또한 " 독일과 프랑스 같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핵심 국가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 국가의 경제회복 전망이 모두 어둡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유로존 금융시장이 ECB의 통화정책 완화에 살아난 것처럼 보였지만, 스페인과 그리스 등 위기국이 정치적 결단을 미루면서 유럽 주요국의 기업과 소비 심리가 모두 부정적으로 돌아섰다.”면서 “중국 역시 글로벌 수출 시장이 침체하면서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인 7.5%를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 조사를 담당한 브루킹스연구소의 에스와 프라사드는 "세계경제 회생이 실패 직전 상황"이라며 “국가 간 정책 마찰과 각국 정부의 과감한 결정 부재, 성장을 가로막는 공공재정의 뿌리 깊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력 때문에 세계경제가 와해 직전”이라면서 “위기국가에 대한 재정, 금융의 구조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는 머지않아 다시 의식을 잃을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부실한 경제 지표와 경기 회복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가 각국으로 확산되면서 실제 세계 경기전망도 나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IMF, 올해 세번째 세계 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9일 세계 성장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발표 때보다 0.2% 포인트 내려간 3.3%로 하향조정해 발표하면서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도 경고했다.
내년 전망치도 3.6%로 0.3% 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이 보고서는 “지난 1분기 세계 경제가 다소 회복세를 나타냈으나 2분기 들어 또다시 둔화 조짐을 보였다”면서 “특히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성장세가 주춤했다”고 지적했다.
IMF는 성장 둔화의 요인에 대해 유로존의 금융부문 불안 심화와 함께 아시아와 남미지역의 국내 수요 부진, 미국의 성장 둔화 등을 꼽았다.
신흥국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국은 올해와 내년 각각 7.8%와 8.2%의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번 보고서에 비해서는 각각 0.2%포인트 낮아졌고 인도의 전망치도 올해와 내년 4.9%와 6.0%로 무려 1.3%포인트와 0.6%포인트나 하향조정됐다.
IMF는 "선진국의 경우 지난달 6일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국채매입 발표 등에도 불구하고 생산이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도 고용과 소비 회복세 부진 등으로 낮은 성장률을 나타냈다"며 "신흥국은 대내외 수요 약화 등으로 과거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의 단기 위험 요인으로 유로존 위기 심화, 미국 재정절벽 발생·부채 상한 조정 실패, 유가 상승 등이 꼽혔다. 중기 위험 요인으로는 양적완화 부작용, 높은 공공부문 부채 수준, 잠재성장률 둔화 등이 언급됐다.
IMF는 "유로존 위기 해결책의 도입이 지연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고 추가 재정긴축에 따른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며 "미국이 재정절벽 방지와 정부 부채 상한 조정에 실패할 경우, 전세계 주가하락과 경기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정절벽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중동 정정 불안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공급 충격이 발생할 경우 유가가 상승해 세계 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중기적으로 양적완화 등으로 인한 중앙은행의 자산·부채가 확대될 경우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킬 우려가 있고, 높은 공공부채 수준이 이자율 상승, 세금 인상 등을 야기해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유로저널 국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