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중국 정부의 정책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는 한 향후 ‘L자형’의 미약한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연이은 하강 탓에 경착륙 우려까지 불러왔던 중국 경제가 3분기엔 하강속도가 다소 느려졌다. 지난주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3분기 7.4%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2분기 7.6%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낙폭은 2분기 때 0.5%p 보다는 좁아진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산술적으로 4분기에 3분기와 비슷한 정도의 성장률만 기록해도 올 한해 연간 성장률은 정부 관리 목표치(7.5%)를 무난히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전반적인 성장세 둔화 속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저소득층 소득세부담 경감 등 재분배정책이 나름 효과를 낸 덕택으로 소비의 성장기여가 두드러진다.
특히 최근 수년 새 농촌 주민들의 현금수입 증가율이 도시 주민 가처분수입 증가율을 크게 웃돌고 있는 것은 거시경제 전체의 소비 잠재력 확대나 도농(都農) 간 격차해소 등에 적잖이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부문은 해외시장의 침체로 살아나진 못하고 있지만,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중국 전체 수출의 22%를 차지하는 유럽시장이 재정위기 등으로 수입수요가 크게 감소했고, 아시아시장에 대한 수출증가세도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은 점차 해소되고 있기 때문에 수출부문이 중국경제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은 점진적으로 약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중국 경제의 3분기 성적표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9월 실물지표들이다. 소비와 투자, 생산활동의 대리지표로 각각 간주되는 소매총액, 고정자산투자액, 공업부가가치 등이 모두 7, 8월 바닥을 찍고 전달 보다 높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세 대리지표 모두 과거 경제성장률이 9% 이상 고공 행진할 때의 증가세보단 크게 낮지만, 증가율이 내려가는 추세에서 상승세로 반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중국 정부는 3분기 막바지 실물지표의 호전이 무엇보다도 대규모 재정투입과 같은 ‘영양제’를 투여하지 않고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수 차례의 지준율인하와 두 차례의 금리인하가 단행됐을 뿐, 2008년 4분기 4조 위안 재정투자와 같은 대규모 재정투입은 없었던 것이다. 본격적으로 재정카드를 뽑지도 않은 상태에서, 물가안정 속에서 이뤄낸 성장세인 만큼 향후 중국 경제의 돌발적 하강에 대처할 능력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중국 거시경제가 3분기에 바닥을 찍었다 해도, 4분기 이후 강한 회복세로 돌아선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성장의 3대 동력 모두 극적인 개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자동차 가전 등 내구재 소비는 지난해 보조금 정책이 종료되면서 그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다. 투자부문도 살아나고는 있지만 중앙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구조개선 작업의 일환인 인프라 투자 외 대규모 재정투입이 없는 한 미약한 회복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대도시 주택에 적잖은 거품이 끼어있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만큼 부동산 시장을 살리자는 목소리도 세를 얻기 어려워졌다. 대외 수출여건도 살아나더라도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역시 올해와 거의 비슷한 3%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유럽과 미국경제의 회복세는 매우 더딜 것이다.
시진핑 지도부 ‘경기 살리기’에 매진할 가능성 낮은 편
이제 관심의 초점은 올 11월 중국 공산당의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현 4세대 지도부가 퇴장하고 시진핑 현 국가부주석 등을 중심으로 형성될 5세대 집단지도부는 글로벌경제의 급격한 둔화 등과 같은 돌발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현재의 경기정책 방향을 크게 수정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중국공산당의 현 경제정책 노선은 크게 볼 때 적절한 성장과 인플레 방지, 경제구조 개선작업 등 3가지 목표에 맞춰져 있다. 올해 중반 이후 인플레 우려는 거의 불식됐다. 4분기 성장세가 크게 꺾이지 않는다면, 내년 정책 초점은 경제구조개선에 맞춰질 공산이 크다. 이 같은 예상이 들어맞는다면, 중국 거시경제의 성장세는 상당기간 7%대 중 후반에서 안정적으로 횡보할 것이다. 올해 분기별 성장추이에 비춰보면, 이른바 ‘L자형’ 성장세가 지속되는 셈이다.
7%대 성장률은 한국 경제에 그늘 드리워
중국경제의 개혁개방 30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9.9%였다. 이중 제조업 부문이 해외수출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 제조업의 높은 성장률은 이웃 한국산 중간재 부품의 수입수요 증가로 이어졌던 만큼, 향후 7%를 유지할 중국 경제의 감속 성장은 한국이 누려온 ‘중국 특수’의 점진적 소멸을 뜻하면서 한국 경제엔 그늘을 드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덩치가 커진 만큼 7%대 성장률이 가져오는 시장효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왕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대수는 2,088만대였다. 내년엔 평년보다 저조한 7%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렇더라도 146만대가 더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 자동차 생산능력 487만대(2011년 기준)의 30%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가 한 해에 추가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에 있어서 관건은 중국경제의 성장세 감속이 아닌 성장의 질이 바뀐다는 데 있다.
LG경제연구원 박래정 수석연구위원은 " 향후 성장의 과실은 수출 제조업 부문이 아닌 내수와 서비스분야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면서 " 7%대 성장국면에서는 필연적으로 중국 내수시장에서 기회를 찾을 수 밖에 없다. 중국 로컬기업과 진검 승부를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이다. 중국 소비자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가격경쟁력과 브랜드 파워가 시장접근의 전제가 돼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urojournal01@eknews.net